[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화려한 모피, 몸에 꼭 끼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클러치를 든 그녀는 분명 20대다. 젊음이 넘치는 몸에 반해 얼굴은 늙어버릴대로 늙은 호호할매다. 짜증과 한심함, 지루함이 가득한 표정. 진짜 나이든 사람이 아니라 불편한 자리에서 웃고는 있지만 사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극대화한 얼굴이다.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박찬미는 현대인을 소재로 한 인물초상화를 그린다. 작가는 가식과 위선, 의미없는 웃음, 인사치레와 허례허식 등의 허상에 집중한다. 젊은이인 듯 노인인 듯, 남자인 듯 여자인 듯 알 수 없는 무채색의 사람들은 기괴하면서도 한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얼굴과 몸의 부조화를 통해 표면과 내면의 불일치를 재치있게 그려내 통쾌하기도 하고, 묘하게 아름답다. 인물 속에 보이지 않는 인격을 가시화하고 시각화하는 박찬미 작가의 작품은 5일부터 11일까지 인사동 화봉갤러리 ‘실상속의 허虛’전 에서 만날 수 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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