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고당 길'의 달달한 행복


[에이블뉴스]
 
  서울의 북촌으로 가는 길은 여러 방향이 있다. 북 인사동 광장에서 풍문여고 골목으로 들어서면 북촌으로 가는 감고당 길이 시작된다. 감고당 길엔 달달한 맛과 멋이 조화를 이룬다.

이 길은 조선시대 명문가들이 살았던 부촌이었다. 올망조망 한옥들이 지붕을 맞댄 감고당 길에서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감고당 길'이라는 이름은 숙종 임금이 인현왕후 민 씨 친정인 장모를 위해서 지어준 집인 감고당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 감고당 길 주변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지리적 특징 때문에 권세가와 부유층이 많이 살았다.

당시만 해도 30칸이 넘는 널찍한 한옥들이 즐비했고, 대문은 말과 가마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한옥 담벼락에 그려진 화려한 꽃 그림은 부촌의 상징이 돼 서민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현재 북촌의 집들은 조선시대와는 달리 처마가 서로 닿을 정도로 좁고 다닥다닥 붙어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이 곳에 살던 기득권층이 몰락하면서 한옥을 팔기 시작했다.

고래등 같은 한옥을 ‘집장사’들이 사들이면서 소규모 개량 한옥들로 탈바꿈 해 현재의 모습이 생긴 것이다.

지금은 덕성여고 정문 앞에 감고당 터가 있다는 표지석만 남아 당시 권세가들의 몰락을 작아진 한옥이 대신한다.

담벼락 아래 달고나 아저씨는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팔 년 전부터 이 곳에서 달달한 행복을 팔고 있다. 그래서 인지 감고당길 달고나는 유난히 달달하고 맛이 좋다.

별모양 하트모양대로 달고나를 뽑으면 덤으로 한 개 더 준다며 너스레를 떠는 아저씨의 웃음은 감고당 길을 훤히 밝힌다.

어린 시절 학교 앞 달고나는 어린 나에게 얼마나 감미롭고 날큰하던지, 그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추억의 달고나는 지금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조선의 역사와 근대, 현대가 공존하는 거리에서.

감고당 길의 명품 볼거리는 또 있다. 인력거는 일제 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본 필름 속 박제된 물건이었다. 하지만 북촌에선 쉽게 볼 수 있다.

젊은 청년이 끄는 인력거는 북촌 여행과 잘 어울려 북촌 일대를 인력거를 타고 둘러 볼 수 있어서 외국인 여행객에게 특히나 인기가 많다.

최근 북촌에는 국내외 젊은 여행객과 연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작고 소박한 카페, 떡볶이집, 옷가게, 분식집이 많이 생겼고, 떡볶이나 튀김, 호떡을 사먹기 위해 골목들마다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은 감고당길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예스러움과 조용한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토박이들의 우려도 있지만 감고당길이 북촌여행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길임에는 틀림없다.

감고당길 북쪽 끝 북촌로 5길과 만나는 지점에는 정독도서관도 있다. 근대 건축 등록문화재인 옛 경기고등학교 건물을 사용하는 정독도서관은 북촌여행의 또 다른 면모이다.

서쪽 소격동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개관해 이 일대를 찾는 관광객의 지적 사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고, 서울관 주변은 소규모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어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주목 받고 있다.

감고당 길을 뒤로 하고 북촌 전망대로 발길을 이어간다. 전망대로 가는 골목은 고즈넉하다. 쉬어갈 수 있는 카페는 이 고즈넉한 골목길을 더욱 운치 있게 한다.

골목길 초입 카페 참새 방앗간은 북촌 8경 가는 길목에 꼭 들러야 하는 코스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처럼, 북촌에 왔으니 참새가 방앗간 카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북촌 여행 중 꼭 들러야 하는 곳.

이 곳은 북촌 여행객들이 들러 쥔장이 직접 내려준 커피를 맛보며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이기도 하다. 재미있고 독특한 이름만큼 커피 맛도 수준급인데다 맑고 진한 커피향기는 코끝을 간질인다.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는 한옥과 커피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커피의 맛과 멋의 새로운 발견을 느낄 수 있다.

참새 방앗간의 커피를 마시면 생각나는 광고가 떠오른다.
"저기 잠깐만요, 융합이란 뭘까요?"
북촌여행에서 융합이란 바로 “참새 방앗간” 이라 답하고 싶다.

커피향기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 새 북촌 전망대가 나온다. 북촌 전망대에선 경복궁과 북악산,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심 속에서 복잡하고 정신없던 일상이 먼 풍경과 함께 잠시나마 아름답고 평화로워진다.

광화문 광장과의 세종대왕도 점처럼 작게 보인다. 웅장하게만 느껴졌던 경복궁도 장난감 모형같이 손 안에 쏘옥 들어온다. 북악산을 뒤로 한 경복궁은 궁합이 딱 맞는 연인 같다.

전망대 아래로는 삼청동 카페 골목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으니 눈도 호강한다. 이 곳에선 눈도 쉬어가고 바람도 쉬엄쉬엄 천천히 흐른다. 전망대부터 북촌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북촌 한옥마을은 전망대에서 가회동 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하지만 이 길은 경사가 가파르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행의 테마가 다양해져 골목길만 찾는 마니아층도 많다. 그런데 골목을 여행할 때 꼭 지켜야 하는 여행 예의가 있다. 골목을 여행할 때 목소리를 높이거나 큰소리로 감탄하는 것은 골목에 사는 주민들께 큰 민폐를 끼치는 행위다.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걸음도 도둑처럼 사뿐히 걸어야 한다. 남의 집 대문을 함부로 열거나 집안으로 들어가서도 안 된다. 이 정도만 지키며 골목 여행을 하면 예의 바른 여행자가 될 것이다.

북촌 한옥마을은 골목마다 재미있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가장 북촌다운 풍경을 찍을 수 있는 6경과 7경의 풍경은 저 멀리 남산 타워와 한옥이 어우러져서 과거와 현대를 잇는 이음여행의 절경이기도 한 곳이다.

북촌은 8경은 포토존도 있어 이 곳만 찾아 사진을 찍는다면 기억 속 추억을 문신처럼 선명하게 박제할 것이다.

청마의 해 설 명절과 잘 어울리는 북촌 여행으로 명절의 피곤함을 녹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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