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사동서 100주년전 관람…"국민에 다가가고 싶어"


조병현 서울고등법원장(두루마기 차림)을 비롯한 판사 25명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참석해 박 화백 아들인 박성남 씨(오른쪽)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박상선 기자>

지난 23일 오후 6시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무채색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들이 갤러리에 하나 둘씩 모여든다.
그 숫자는 이내 열명을 넘어 스물다섯명이 된다. 오랜만에 `강`을 건너 인사동에 온 서울고등법원 판사들이다.
이날 조병현 법원장(59)을 필두로 특별한 강북 인사동 나들이를 감행한 것은 `박수근 탄생 100주년`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전시를 기획한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가 미술 애호가인 조 법원장에게 "정말 많은 노력을 들여 유화 90점을 모았다"고 권했다.

법원장은 "갤러리 제안도 있었지만 `국민화가`라는 칭호에 많이 끌렸다"며 "법원의 고유 임무는 분쟁을 해결하는 것인데, 요즘은 법원 판결을 신뢰하지 않고 비판하는 것이 대세인 것처럼 비춰진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에게 다가가 신뢰를 획득하고 싶다"고 밝혔다.

숨죽여 전시를 보던 판사들 사이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1ㆍ2층을 관람하고 3층에 올라갔을 때다. 3층에서는 박수근의 대표작 `빨래터` 두 점이 걸려 있다. "이 그림이 정말 45억원이야?" "와 덧칠을 몇번한건가" 입이 무거운 판사들 목소리가 커졌다.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는 7개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두 점이 전시장에 나왔다. 두 점 중 하나는 위작 시비를 겪었던 작품.

2007년 5월 국내 작가로는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빨래터`는 위작 논란으로 2009년 서울중앙지법에까지 갔고 결국 진품 판결을 받았다.

법정 스캔들을 몰랐을 리 없는 이들은 "화면 질감이 화강암처럼 두터워 흉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나름의 추정도 내놓았다.

박수근 화백의 장남인 박성남 씨는 "빨래터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처음 봤던 뜻깊은 공간"이라며 "아버지는 늘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계셨다`"고 말했다.


박수근 작품 120여 점을 모두 본 뒤 판사들은 소회를 꺼냈다. 이태종 부장 판사는 "그림을 보면서 그 때(1950~60년대)는 전쟁 후인데도 서로가 위로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은 박수근 화백이 추구했던 `선함`이 아닐까"라고 감상에 젖었다. 전시는 3월 16일까지.

[이향휘 기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