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지난 25일, 인사동에서 까딱이를 만났다.
안국역 벽화아래 앉아, 마치 그림 속의 주인공처럼 행세하고 있었다.

반가워 건네는 인사말로 ‘안 죽고 살아 왔네“ 했더니 ”니 달구지는 와 그렇노?“라며 받아친다.

그는 오랫동안 종적을 감추다 날씨만 추워지면 어김없이 인사동에 나타난다.
이 친구가 나타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라는 각설이타령이다.

까딱이를 인사동에서 처음 만난 지도 30여년이 넘어, 인사동에서 가장 오래된 거지며 친구다.

그는 자존심과 나름의 철학이 있어 아무리 배고파도 비굴하게 구걸하지 않는다.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 손을 벌리지만, 싫어하는 내색을 하면 그 뒤로는 본체만체하는 그런 위인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돈이 없을 땐 그를 피해 다녀야 했고, 때로는 추격전까지 벌이기도 했다.

한번은 갑자기 뒷덜미를 잡혀 화난 얼굴을 본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나를 외면하여, 스스로 자진납부 하도록 만든 것이다.

추운 겨울이 왔으니, 말없이 고개만 까딱이는 까딱이의 인사동 통행세부터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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