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진 전시 붐… 왜? "그림보다 쉽고 부담없어 환영"

  [조선일보 / 곽아람기자]

 1883년 여름 서울 중구에 화원(畵員) 출신 김용원이 사진관을 열었다. 한반도 최초

사진관이었다. 그로부터 딱 130년. 서울 곳곳에서 사진전이 한창이다.

다음 달 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는 서울시가 주최하는 '시대의 초상, 초상의 시대'전이 열린다. 서울사진축제의 일환인 이 전시 키워드는 '사람'. 1920~1930년대의 초상 사진들, 유관순·한용운 등 독립투사들의 수형(受刑) 기록표 사진으로 보는 일제강점기 초상 등이 나왔다. 통의동 대림미술관은 내년 2월 23일까지 미국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36)의 '청춘, 그 찬란한 기록'을 연다. 25세 때 미국 휘트니미술관, 뉴욕 MoMA PS1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주목받은 작가다. 벌거벗은 채 달리고, 헤엄치며 마음껏 젊음을 분출하는 사진 속 인물들이 아찔하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선 패션 사진가 마리오 테스티노 전시가 30일까지 열리고,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는 다음 달 24일까지 제4회 일우사진상 수상자 김태동(35) 개인전이 열린다.

라이언 맥긴리의 2004년 작 '다코타(머리카락)'. 달리는 트럭 뒤에 탄 반라(半裸) 여성 다코타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포착했다.

라이언 맥긴리의 2004년 작 '다코타(머리카락)'. 달리는 트럭 뒤에 탄 반라(半裸) 여성 다코타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포착했다. /대림미술관 제공
화랑가도 사진전이 풍성하다.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은 내달 20일까지 오상택(43) 개인전 'CLOSETS'를 연다. 옷장에 걸린 옷을 꾸준히 찍어온 작가는 얌전하면서 관능적인 순백의 드레스, 비밀이 숨겨진 듯 단정한 검정 재킷 등 '옷 사진' 34점을 선보인다. 사진 전문 화랑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는 그림·사진·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내놓았다. 미국 사진가 그레고리 스콧(56) 개인전 'Outside the Frame'. 사진과 모니터를 결합, 미술관 의자에 앉아 그림을 감상하던 사진 속 인물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장면 등을 보여준다.

국내 사진전 붐의 이유는 우선 보편성과 친숙성. 서울사진축제 담당자인 정현영 서울시 주무관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해 지난 2010년부터 사진축제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업 화랑 입장에선 사진전이 불황 타개책의 일환이다. 점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그림에 비해 사진은 유명 작가 작품도 점당 수백만원 선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공근혜 공근혜갤러리 대표는 "가격 부담이 작기 때문에 사진 컬렉터는 20대부터 있다"고 했다. 컬렉터층 다변화를 위해 지난 6월 처음으로 사진 경매를 연 서울옥션 최윤석 이사는 "앞으로 꾸준히 사진 경매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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