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끝내고 아내와 역촌동으로 향하는 3호선 지하철을 탔다.
빈자리는 경로석만 남았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쪽팔리지만 자리를 잡았다.
맞은편 좌석에는 노스님이 조는듯, 명상에 잠긴듯, 눈을 지긋이 감고 계셨다.
어디선가 분명히 뵌적이 있는 분인데, 기억장치가 망가져 생각이 나지않았다.
일단 사진이라도 찍어놓고 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꺼내니 눈치를 챘는지 주의깊게 지켜보셨다.
아내와 귀속말로 몰카 음모를 꾸몄다.
아내가 내자리에 앉아 카메라를 겨누고, 나는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흔들거리는 지하철바닥의 쪼그린 자세가 불안정해 넘어질것만 같았다.
나를 표적으로 사진 찍는 시늉을 했지만, 사실은 스님이 피사체였던 것이다.
어느듯 지하철이 연신내 환승역에 도착해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그런데 스님도 따라 내려 연신 나를 쳐다보았다.
몰카를 눈치채고 고얀놈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내 정체를 알아서 인지는 알 수가 없다.
나는 환승역으로 향하고 스님은 개찰구로 나갔는데, 개찰구를 통과하면서도 뒤를 돌아보았다.
그 후 환승열차를 기다리고 섰는데, 먼 발치에 선 스님과 눈이 마주쳤다.
분명 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는데 어떻게 다시 나타났을까?
집에 와서도 노스님 생각이 떠나지 않아 아내에게 말했더니 그 답이 걸작이다.

"그 늙은 중이 호모인가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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