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듯하면서도 강인한 시정신으로 지난 반세기 한국 시단을 오롯이 지켜온 문단의 작은 거인 민영 시인이 2013년 올해 팔순을 맞아 아홉번째 시집을 펴냈습니다.
<방울새에게>(실천문학사 2007)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인은 지나온 삶을 겸허한 마음으로 되돌아보고 아스라한 기억 속의 시간들을 회상하며 "자신에 대한 치열한 냉엄성과 이웃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겹치는, 냉엄과 온정이 공존하는"(김응교, 해설) 아늑한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한평생 오로지 시의 외길을 걸어온 민영선생님의 묵직한 연륜과 단아한 기품이 서린 정갈한 시편들이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언어와 부드럽고 나직한 목소리에 실려 진실한 삶의 의미와 자연의 섭리를 일깨우는 잔잔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가까운 시일내에 출판기념회를 마련해 다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시인 민 영선생 약력소개-

수상 : 1991년 만해문학상
최근작 : <새벽에 눈을 뜨면 가야 할 곳이 있다>,<5월문학총서 1 : 시>,<격변의 시대의 문학> … 총 34종 (모두보기)
소개 :
193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네살 때 부모와 함께 만주 간도성 화룡현으로 가서 살다가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두만강을 건너 귀국했다. 1959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72년에 첫 시집 『단장(斷章)』을 상재한 이후 『용인 지나는 길에』 『냉이를 캐며』 『엉겅퀴꽃』 『바람 부는 날』 『유사를 바라보며』 『해지기 전의 사랑』 『방울새에게』와 시선집 『달밤』을 간행했다. 제2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제6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고문, 민요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창비(출판사)에서 제공한 시집소개

"세월과 기품이 서린 순정하고 강인한 시"

여린 듯하면서도 강인한 시정신으로 지난 반세기 한국 시단을 오롯이 지켜온 ‘문단의 작은 거인’ 민영 시인이 올해 팔순을 맞아 아홉번째 시집 『새벽에 눈을 뜨면 가야 할 곳이 있다』를 펴냈다. 『방울새에게』(실천문학사 2007)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인은 지나온 삶을 겸허한 마음으로 되돌아보고 아스라한 기억 속의 시간들을 회상하며 “자신에 대한 치열한 냉엄성과 이웃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겹치는, 냉엄과 온정이 공존하는”(김응교, 해설) 아늑한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한평생 오로지 시의 외길을 걸어온 노시인의 묵직한 연륜과 단아한 기품이 서린 정갈한 시편들이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언어와 부드럽고 나직한 목소리에 실려 진실한 삶의 의미와 자연의 섭리를 일깨우는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꽃도 철 따라 피지 않으리라/그리고 구름도/嶺 넘어 오지는 않으리라//나 혼자 남으리라/남아서 깊은 산 산새처럼/노래를 부르리라/긴 밤을 새워 편지를 쓰리라(「序詩」 전문)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시인은 실향민으로서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몽매간에 도 잊지 못할 아련한 추억 속에 잠기며 시인은 “저 멀리/북만주 땅에 누워 계”신 아버지와 “저 산 너머/용인 땅에 누워”(「다시, 이 가을에」) 계신 어머니를 하염없이 그리워하고, 비록 “육신의 눈에는 안 보이지만/고요히 감은 영혼의 눈”(「꿈」)에는 또렷이 떠오르는 고향 마을을 애달픈 마음으로 노래한다. 또한 만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시인은 또 하나의 고향인 그곳, “슬픈 아비가//해란강 언덕 위 흙 속에 누워 있”는 “그 북간도의 화전 마을”(「새벽에 눈을 뜨면」)을 간절히 그리며 또다른 향수에 젖기도 한다.

새벽에 눈을 뜨면/가야 할 곳이 있다./밤새도록 뒤척이며 잠 이루지 못하다/새벽에 눈뜨면 가야 할 곳이 있다./울타리 밖에 내리는 파리한 눈,/눈송이를 후려치는 아라사 바람이/수천마리의 양처럼 떼지어 달려와서/왕소나무 숲을 뒤흔드는 망각의 땅,/고구려와 발해의 옛 터전을/새벽에 눈을 뜨면 찾아가야 한다.//(…)//장백산 올라가는 멧등길에/하얗게 피어 있던 백도라지 꽃,/그 북간도의 화전 마을을/새벽에 눈을 뜨면 찾아가야 한다./더 늦기 전에!(「새벽에 눈을 뜨면」 부분)

잃어버린 고향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속에는 때로 “무의식의 영사막 위에/오래전에 떠난 고향 마을이 나타나고,/숨바꼭질을 하던 옛 동무들이/요지경처럼 비”(「잠 안 오는 밤에」)치기도 한다. 이데올로기로 갈라지고 “병들어 만신창이 된 이 국토”(「별꽃」)의 반쪽에서 아렴풋이 고향을 건너다보고 “기다림에 지친 보고 싶은 얼굴들”(「갈대밭에서」)을 호명하며 “얘들아, 다 어디 있니,/밥은 먹었니,/아프지는 않니?//보고 싶구나!”(「비무장지대에서」) 안부를 묻는 시인의 공허한 외침은 사뭇 애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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