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최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35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인사동을 새롭게 정비하기 위해 `공평 도시환경정비구역 변경 지정(안)`을 가결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사동 161번지 일대 3만3천72㎡를 69개 소단위로 잘게 쪼개 골목길과 승동교회 등 지역 명물은 그대로 둔 채 필지 별로 재개발을 허가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재개발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의 거리인 인사동에 어울리지 않는 화장품 가게·커피전문점·노래방·마사지 업소 등은 내보내고 정취를 살릴 수 있는 전통 상점들을 입점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지역은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문화지구`로 지정됐는데 그동안 철거재개발구역으로 묶여 대규모 개발 이외에는 개별 건축행위를 할 수 없었다. 건물 소유자라 하더라도 개별적으로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도심재개발사업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이 같은 소단위 맞춤형 정비는 첫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인사동 재개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한국의 `문화관광 1번지`가 바로 인사동이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1천114만여명의 26%가 인사동을 방문했으며 그 수치는 290여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관광객들이 인사동의 도시환경재개발사업 추진으로 변화된 모습 속에서 과연 우리의 진정한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와 낙후된 건축물이나 화재로 소실된 건물을 그동안 재건축하거나 변경할 수 없었던 규정에서 약간은 자유로워져 그나마 다행이라는 환영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가 인사동을 찾기 시작한 건 30여년전 부터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외국관광객 보다는 화랑가에서 이루어지는 전시회 관람과 작가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 곳에는 적어도 예술이라는 문화가 창의적이고 발전적으로 요소로 넘쳐 났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미술전시회를 개최하는 화랑들 앞으로 기념품과 관광상품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인도까지 점령해 성업을 하기 시작했다. 외국 관광객들은 예술과 낭만이 넘쳐나는 인사동의 진면목은 찾아보지도 못한 채 싸구려 기념품 가게만을 기웃거리다 떠나가는 것이 허다하다. 명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화장품 가게, 커피전문점 등 인사동 만의 차별화 되지 않은 거리조성은 당장은 넘쳐나는 관광객들에 의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문화와 예술을 가장 쉽게 만나볼 수있는 문화 홍보대사격인 인사동을 빠른 쇠퇴의 길로 이끌게 할 요소들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전통미가 느껴지는 한옥주택과 단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한옥을 시대적 변화에 맞춰 개조한 상가들에서 배어 나오는 한국적 아름다움은 우리문화를 접해 보지 못했던 외국 관광객들에게 새로움과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전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소비와 향유의 수단으로 삼아 골동품점과 표구점, 필방, 화랑, 전통찻집과 전통음식점 등을 유치한다면 분명 과거로의 즐거운 시간여행 속에서 우리나라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추억을 담아갈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 21세기의 진정한 힐링관광이며, 문화강국의 전통을 이어가는 새로운 변화로 여겨진다.

이번 인사동 재개발사업이 무분별한 개발만의 사업이 아니라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지향하는`문화융성`을 통해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 토양을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
 

[경북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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