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 초상’으로 소개돼 위작 논란을 빚은 작품. ‘황현 초상’의 의복에

                                                                       ‘이채 초상’의 얼굴이 합성돼있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고미술 전문화랑 공아트스페이스(대표 공상구)가 진품임이 확실하지 않은 그림을 전시해 파문을 일으켰다.

공아트스페이스가 지난 14일 대대적으로 오픈한 ‘한양유흔’전에서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표암 강세황 등의 그림 사이에 정체불명의 작품 하나를 끼워넣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3층 입구쪽에 전시된 석지 채용신 ‘황현 초상’(개인소장·190×97㎝)이라는 명제가 달린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본 고미술 전문가들은 채용신의 ‘이채 초상’ 얼굴 부분과 ‘황현 초상’의 몸 부분을 합성한 위작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22일 기자가 미술전문가와 함께 전시장을 찾아가 “‘황현 초상’은 문제가 있는 작품이다. 작품을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아트스페이스는 “이미 전문가의 검토를 받은 작품으로 황현 초상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여기저기서 위작 의혹이 쏟아져 나오자 공아트스페이스는 ‘황현 초상’을 슬그머니 내리고 “더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쯤되면 공아트스페이스가 ‘황현 초상’을 의도적으로 위작을 끼워넣기로 전시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먼저 문제의 ‘황현 초상’은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전시개막일에는 걸리지 않았고 도록에도 실리지 않았다. 전시개막일에도 없었고 도록에도 실리지 않은 작품이 전시를 개막하고 난뒤 슬그머니 전시장에 걸린 사실은 화랑측이 의도적으로 끼워넣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전시에 앞서 작품 검증에 참여했던 학자들도 ‘황현 초상’이 뒤늦게 추가로 전시된 사실을 알고 화랑측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취재 결과 밝혀졌다.

이에 대해 공아트스페이스 측은 “처음 기획에는 없던 작품이었지만 소장자 측이 가져와 조선시대 초상화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걸게 됐다. 전문가 검증을 거치지 않은 작품을 전시한 것은 분명히 저희 잘못”이라며 “그러나 진품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위작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상업화랑이 단순 실수로 위작 논란이 있는 작품을 전시했다는 해프닝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들의 뇌리에 ‘고미술=가짜’라는 선입견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네티즌들은 “초상화가 합성돼 미술관에 걸리다니 놀랍다”, “사실 고미술은 가짜가 많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화랑측이 전시 도록에서 밝힌대로 “미술의 중심 역할을 해오던 인사동의 본래적 위치를 각성하고 다시 도약하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전시”, “고미술의 가치를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노력했던 유물 출품 및 협력기관 고려대학교박물관과 전시를 위해 기꺼이 작품을 출품해준 개인 소장자, 여기에 좋은 취지의 전시를 위해 축사를 한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정양모 경기대 석좌교수, 서문을 쓴 이원복 경기도박물관장 등 학자들의 노력에도 흠집을 내고 말았다. 미술계가 극심한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현실에서 국민들이 미술 시장을 더욱 더 외면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같은 사태는 또 다시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미술계의 목소리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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