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사진 읽기]

                                         죽은 자와 산 자, 모두의 비극적 운명


 

사진기자들처럼 길에서 마주치는 사건을 기록하는 스트리트 포톳그래퍼(Street photorgrapher)들에게 전쟁은 꿈의 무대나 다름없다. 인류가 경험하는 가장 극단적 비극의 현장일 뿐 아니라 사진 한 장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순간을 만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터에 나가는 종군기자라고 모두 역사적 사진을 찍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순간은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 같다.
에디 애덤스(Eddoe Adams. 1933~2004)는 1968년 2월 1일, 그러한 운명과 마주했다.
2차에 걸쳐 30년을 이어갔던 베트남전쟁 사상 가장 독한 사진을 남기게 됐으니 말이다. 사이공의 거리에서 미군을 살해한 베트공 포로를 끌어다 즉결심판으로 처형한 이 사건은 아주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한다. 누구도 이 순간이 카메라에 담겨서 인류에게 목격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손을 뒤로 한자가 총에 맞는 순간이 너무나도 가깝고 생생하다. 마치 현장에서 오금이 저려 꼼짝도 못하며 바라보는 듯한 충격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사진은 이념이나 정치의 논리를 뛰어 넘는 반전 논쟁을 촉발시키기에 충분한 한 장이 되었다. 전쟁을 기록한 사진의 잔혹성에는 여러 층위가 있다. 표면에는 물론 전쟁이라는 사건 자체가 지닌 비일상적 폭력성이 드러난다. 이때 사진은 상식과 도덕을 저버리는 현장을 기록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또 다른 폭력에 눈을 뜨게 되는 잔혹함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안락한 방 안에서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심판자적 태도이다. 이 사진은 에디 애덤스에게 그리던 퓰리처상은 물론이고 평생의 영예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이 현장에서 살아남은 다른 한 명, 즉 총을 쏜 자인 로한 장군에게는 살인자의 낙인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비극을 가져다 주었다.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행사하며 가한 폭력보다 훨씬 가혹한 심판이 미국으로 이주해 신분을 감추고 살았던 그의 생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되었다. 결국 그가 죽던 해에 에디 애덤스는 “장군은 총으로 베트콩을 죽였지만, 나는 카메라로 로안 장군을 죽였다.“는 통한의 고백을 하였다. 전쟁은 이렇게 패자와 승자,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숨은 자와 드러난 자 모두의 운명을 뒤흔드는 비극인 것이다.


신수진 / 사진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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