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디카처럼 간편하게 찰칵…

DSLR만큼 훌륭한 화질, 당신을 유혹하다

 

'경력 235년' 사진기자 15명의 분석

 

[조선일보 / 채승우기자,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미러리스 카메라'. 요즘 잘나가는 카메라 무리를 부르는 이름이다. 영어 mirrorless는 '거울 없는'이라는 말이다. 이상한 이름 짓기다. 거울이란 수동식 카메라 내부의 반사경을 말하는 것이다. 일부러 수동식 카메라와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거울 없는 카메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으니, 이 이름은 지금의 카메라들을 완전하게 정의하지도 못한다. 4050 이전 세대들이 어릴 적 나들이 갈 때 사용하던 소형 필름카메라에도 거울은 없었으니까.

정확한 이름은 '미러리스 렌즈교환식 카메라'다. 하지만 모두들 '미러리스'라고 부른다. 누가 먼저 그렇게 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 그 이름에 동의한 듯하다. 어쩌면 사람들은 '미러리스'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이름에는 어떤 주장과 기대가 담겨 있다.



 
다게르가 프랑스 정부로부터 사진의 특허권을 인정받은 1839년을 사진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이때 카메라는 한쪽에는 렌즈가, 한쪽에는 감광판이 놓인 커다란 나무 상자였다. 사진 한 장을 찍을 때마다 감광판을 교체하는 일은 불편했다. 크기와 무게도 부담스러웠다.

1888년 조지 이스트먼이 최초로 롤 필름을 이용한 소형 카메라를 만들었다. 그 이름이 코닥이다. 1920년대 휼륭한 렌즈들의 개발과 함께 소형 카메라의 완성도도 향상됐다. 기본 형태는 소풍 때 들고 다니던 카메라와 같다. 촬영하는 눈(렌즈)과 찍는 사람이 구도를 맞추는 눈(뷰파인더)이 따로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찍히는 것이 완전히 같지 않은 것이 단점이었다.

카메라의 연구는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찍히는 것이 같아지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먼저 렌즈를 아래위로 두 개 달고, 위쪽 렌즈 뒤에는 거울을 비스듬하게 배치한 카메라가 나왔다. 카메라 바디 위에서 거울에 비친 상을 보고 구도와 초점을 맞췄다. 보는 것과 찍히는 것이 같도록 만들었다. 이 구조의 단점은 카메라가 무겁다는 점이었다. 렌즈를 하나로 줄여야 했다.

카메라 구조가 개선됐다. 렌즈가 하나로 줄었고, 거울이 더 중요해졌다. 하나의 렌즈에 잡힌 세상을 거울로 반사해 보다가 사진을 찍는 순간 거울이 철컥 접혀 올라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렌즈가 두 개였던 앞의 카메라를 이안반사식이라고 불렀고, 하나의 렌즈를 사용한 카메라를 일안반사식 카메라라고 불렀다. Single Lens Reflex, 줄여서 SLR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렌즈 하나에 비친 세상을 거울로 반사해서 보며 찍는 카메라라는 뜻이다.

1990년대 디지털화가 시작됐다. 소형 카메라와 SLR도 변화를 맞았다. 소형 디카는 바디 뒤에 모니터가 생기고, 대신 눈으로 보는 구멍(뷰파인더)은 사라졌다. 모니터의 출현은 또 하나의 작은 혁신이었다. 일안반사식 SLR 카메라와 디지털 센서가 결합해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카메라가 탄생했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카메라는 일상의 휴대품이 됐다. 카메라는 더 작고 더 간편할 것, 그리고 더 잘 찍힐 것을 요구받았다. 휴대폰 카메라 때문에 더 그랬다.

그 때 미러리스 카메라가 나타난다. 잡종교배형 카메라다.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소형 디카라 볼 수도 있고, 미러를 없애고 전자식 파인더를 갖춘 DSLR로 볼 수도 있다.

우선 SLR카메라의 거울을 없애버렸다. 거울 위쪽에 붙은 프리즘(거울을 통해 뒤집힌 상을 다시 뒤집어주는 '무거운' 유리덩어리)도 사라졌다. 대신 소형 디카처럼 센서에서 나온 전기 신호를 곧바로 볼 수 있도록 모니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용자를 편하게 하는 소형 디카의 기능이 대거 탑재됐다.

과연 이 잡종은 진화한 소형 디카일까? DSLR의 변종 일까? '미러리스'라는 이름은 자신이 DSLR로부터 변화된 구조라고 주장한다. 소형 디카가 아니라 DSLR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DSLR만큼 '훌륭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편리한' 카메라라고 말한다.

웬만한 편의 기능은 소형 디카의 것을 다 물려받았으면서, DSLR의 후손임을 주장하려면 화질이 좋아야 한다. 디지털 카메라의 화질은 무엇보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에 달려 있다. 현재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사용하는 이미지센서는 소형 디카에서 사용하던 것보다 5~8배 정도 크다. 렌즈를 마음대로 바꿔 끼울 수 있다는 점도 DSLR에게서 물려받은 우성 유전자다.

하지만 뭔가가 아쉽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는 전문가용 DSLR에 비교하면 절반에 못 미친다. 정해진 센서 크기에서 화소 수 경쟁을 하다 보니 화질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DSLR이 가진 그 모든 훌륭한 렌즈들을 사용할 수 있는가도 따져봐야 한다.

새로운 카메라는 언제나 앞선 카메라의 단점을 극복하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해왔다. 과연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의 진정한 후계자일지는 더 두고봐야할 듯하다. 미러리스 카메라, 이제 진화의 시작이다.

                                              아이 원츄 카메라 일러스트<br>

 

 

 

전문 다큐도 영화도… DSLR, 너에게 맡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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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카메라' 동영상의 진화

[허영한기자]

불과 5년 전 풀(Full) HD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DSLR(캐논 EOS 5D MarkⅡ) 카메라가 출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전문가용 카메라에 왜 이런 쓸데 없는 기능을 집어넣었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카메라로 촬영된 고품질 영상들이 꾸준히 공개되면서 대중의 반응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상 촬영의 세계는 기술 개발 속도보다 빠르게 변했다. 그 사이 이 카메라로 촬영한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나왔고, 모든 카메라 제작회사에서 후속 기종들을 출시할 때 동영상 기능의 강점을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지금 출시되는 모든 스틸 카메라에는 당연히, 그것도 가급적이면 HD급(가로 1920 픽셀 이상) 동영상 촬영 기능이 들어 있다. 동영상 촬영 성능은 카메라 구입 동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스틸 카메라'가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은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제작비와 관련한 질문에 "여전히 우리는 '마크 투'로 영화를 찍을 것이고…"라며 필름 값은 걱정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여기서 '마크 투'는 캐논의 EOS 5D MarkⅡ를 말한다. 최근 김 감독은 직접 캐논 매장에 들러 고화질 동영상 기능이 있는 최고급 기종 DSLR 카메라인 1D C를 구입해 갔다는 말도 들린다. 가로 4000픽셀의 고화질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모델이다. 초당 24프레임이 일반적인 영화를 60프레임까지 촬영할 수 있다. KBS 다큐멘터리 '슈퍼피쉬'는 많은 부분을 캐논의 5D MarkⅡ로 촬영했다. SBS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은 니콘 D800과 D4로 촬영된 부분이 상당하다.

	KBS 미니시리즈 아이리스2 촬영현장
KBS 미니시리즈 아이리스2 촬영현장. 캐논 EOS 5D MarkⅢ.

	MLB 류현진 투수다큐멘터리 촬영현장.
MLB 류현진 투수다큐멘터리 촬영현장. 니콘 D800.

고급 기종 뿐 아니라 요즘 나오는 보급형 DSLR과 대부분의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가로 1920 픽셀의 HD 동영상 촬영 기능이 들어 있다. 캐논의 최신 보급형 DSLR EOS 70D는 듀얼 CMOS 기능을 탑재해 동영상 촬영 도중 자동초점 속도가 월등히 나아졌다. 소니와 삼성전자, 올림푸스, 후지필름 등 미러리스 카메라에 주력하고 있는 업체의 카메라들도 현저히 빨라진 자동초점(AF)과 다양한 촬영모드 등 많은 기능을 탑재했음을 자랑하고 있다.

아직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데 있어 DSLR 카메라는 보조 역할 수준에 있지만, 이들 카메라로 인해 훨씬 다양한 기법과 시각의 표현이 가능해지고 촬영 장비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촬영기기가 워낙 다양하고 저렴해진 덕분에 촬영 대상과 명확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훌륭한 영상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 SNS를 통해 기발하고 반향 큰 영상물들이 넘쳐나는 것도 이 덕분이다.

          

 '체중 줄인' 고성능DSLR      

 

고화질에 Full HD 동영상은 기본
크기 줄이고, 가격도 뺐다
DSLR 진화는 현재진행형

 

[허영한기자]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면 DSLR 카메라 시장은 망해가고 있을까? 유명 카메라 회사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내놓은 대답은 이렇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등장으로 DSLR 판매 규모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판매 대수와 금액 모두 여전히 DSLR 카메라의 점유율이 높다."


	캐논 EOS100D.
캐논 EOS100D.
현재 업계에서 보는 국내시장 비율은 대략 55(DSLR)대 45(미러리스) 정도. 다만 고가의 DSLR보다 가벼우면서 기능이 고급형에 뒤지지 않는 보급형 카메라가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카메라의 수요는 형식(DSLR과 미러리스) 문제가 아니라 가격도 제품 무게도 가벼운 보급형 기종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인기로 시장 잠식을 당한 제품군은 오히려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카메라다. 업계에 따르면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거의 명맥 유지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지금 두 가지 카메라의 시장은 좀 더 화질 좋고 잘 찍히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고급형 카메라에도 없는 기능을 더 탑재한 소형 DSLR 카메라(예컨대 캐논 100D, 니콘 D5200 등)들이 경쟁하는 모양새다.

본체 내부에 거울이 없어서 두께를 줄일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는 렌즈와 센서 사이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센서 크기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거울이 달린 DSLR 카메라는 센서를 크게 달기에 유리하지만 두께를 줄이는 것이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사이즈가 아담한 미러리스 카메라는 '폼' 나면서 화질도 좋은 카메라로도 알려져 있다. 전문 분야가 아닌 실생활에서의 사진은 어느 정도 고화질이 보장되고 휴대하기 편한 미러리스 카메라가 노리는 시장이다. 그러나 좀 더 고화질의 전문 용도로 사진을 촬영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DSLR 카메라를 찾는 추세가 한 동안 계속될 것이다(더구나 일부 기종의 미러리스는 보급형 DSLR보다 무겁기도 하다).


	니콘D5200.
니콘D5200.
그래서 업체마다 시장 전략이 다르다. 많은 카메라 업체들은 DSLR 시장에서 발을 빼고 아예 미러리스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DSLR 카메라 기술력이 앞선 업체들은 미러리스 카메라보다는 편리하고 성능 좋은 보급형 DSLR에 집중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대만에서만 미러리스 카메라가 특이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이나 미주 시장은 여전히 DSLR 카메라의 점유율이 월등히 우세하다고 이야기한다.

대형 카메라 제조사인 캐논과 니콘, 그리고 소니 만이 꾸준히 새 모델의 DSLR 카메라를 개발 출시하고 있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미러리스 카메라 기술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국내에 수입되는 DSLR 카메라 양대 업체인 캐논과 니콘은 미러리스 카메라만큼 가벼우면서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DSLR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와이파이, 자동으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사진을 계속 촬영해주는 인터벌 촬영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이 대거 포함된 새 모델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고 있다. DSLR 카메라 전성시대는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 결국 제작회사는 힘들어도 소비자들은 즐겁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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