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 발톱 깎아주는 부처님 보았는가?"

민중미술·불교 만나 서민 붓다 표현 
8월 27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서

▲ 주완수 작가의 ‘붓다, 먼지처럼 연탄재처럼’ 전시가 8월 27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린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부처님의 모습과 중생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 불교를 이야기한다.


“부처님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법당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을 생각하기 마련이죠. 이 또한 우리가 만들어 놓은 상에 불과하잖아요. 부처님이 좀 더 낮은 곳으로 오셔서 세상 구석구석을 비추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작품을 구상해 보았습니다.”

주완수 작가(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의 ‘붓다, 먼지처럼 연탄재처럼’ 전시가 8월 27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린다. 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부처님의 모습과 중생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 불교를 이야기한다.

무좀에 걸린 부처님, 고단한 서민의 발톱을 깎아주는 부처님, 철조망에 묶여 분단된 조국을 나타내는 부처님 등은 여지껏 볼 수 없었던 부처님 모습임에 분명하다.

“누구나 깨달을 수 있고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노래방 도우미, 당구장 주인의 모습 속에서도 부처님을 찾을 수 있죠. 또 세상에 배고픈 사람들의 밥을 먹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 또한 역부족인 부처님도 있을 수 있죠. 세상에는 그래서 완벽하고 전능한 부처님이 아니라 세상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위로해주는 그런 부처님이 필요한지 모르죠.”

이렇게 그는 신비로움과 근엄함을 극도로 부정하고 채도를 낮추고 강조와 생략 단순화 시킨 조형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의 부처님을 완성시켰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밝고 환하고 품위와 위엄을 갖춘 부처님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환상적인 부처님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부처님일까를 고민했어요. 결국 수십번 작품을 뒤집고 뒤집다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처님의 모습으로 표현해보고자 마음을 잡았죠.”

민중들 삶 속으로 들어간 부처님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연탄재를 소재로 선택하기에 이른다. 보관도 어렵고 표현하기도 어려운 연탄재를 소재로 택한 이유는 뭘까? 바로 서민들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 연탄재이기 때문이다. 연탄재를 덧발라 질감을 표현하면서 민중과 함께하는 부처님의 형상을 그려낸 것이다.

작가가 부처님을 서민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20대 ‘힘전’을 통해 민중미술을 창시한 그의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혼란했던 80년대 시대 속으로 뛰어들어 민중운동을 하게된다. “대중에게 좀더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판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장르를 바꾸게 되죠. 정치 풍자 만화집 〈보통고릴라〉를 연재하고 한려레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신동아 주간한국 국회보 등에서 시사만화를 연재하게 됐죠.”

이런 그가 불교적 그림 그리기를 마음 먹은 것은 40대 초반에 고은의 소설 〈화엄경〉을 읽으면서다. “선재동자의 구도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조형적으로 충분히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다가 2006년 정토회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불교대학과 경전반 공부를 하면서 불교적 소재로 본격적인 작품을 시작하게 됐죠.”

그는 구도와 깨달음을 주제로 전공이었던 서양화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고 2년 전 에는 ‘목어이야기’라는 이름을 걸고 전시를 열기도 했다. 민중 미술을 치열하게 고민하던 20대 청년은 중년이 되어 불교에 귀의 새로운 예술 세계를 펼치기에 이른 것이다.

“저의 작품은 정통 불화의 관점에서 보면 삐딱하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전통불화가는 이런 그림을 그리지 않을 것이고 정말 불교에 관심이 없다면 아예 이런 소재에 손대지 않겠죠. 결국 불교에 관심이 있고 불교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오늘의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행이 예술이고 예술이 곧 수행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앞으로도 불교적 소재를 통해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 그리기에 매진할 생각이다. (02)722-7760

 현대불교/ 정혜숙 기자 | bwjhs@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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