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정선장에 나가려고 머리 감고 있는데, 우편배달부가 왔다.

 

옆에서 기다리고 있기에, 채무독촉장인가보다 생각했더니 난데없는 즉결심판 출석통지서였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일전에 안전벨트 미착용에 걸려 딱지를 끊었는데, 벌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벌금 고지서뿐 아니라 주차위반 과태료 등 밀린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고리대금업자 이자보다 더 비싼 과태료 뒤 집어 쓰가며 안 낼 놈이 어디 있겠는가? 돈 만 생기면 차에 기름부터 넣고 다녀야하는 장돌뱅이 신세라 못 냈지만, 작품이라도 한 점 팔리면 일괄 정산하겠다고 모아 둔 것이다. 그런데 괘씸한 것은 주차위반 딱지나 속도위반 딱지들은 나중에 과태료 물고 내면되는데, 경찰의 잠복단속에 걸려 끊긴 안전밸트 미착용은 왜 삼만원짜리 벌금 고지서를 과태료 50%까지 붙여가며, 4만5천원을 영월법원에 갖고 오라는 것인가? 좀 억울한 생각도 들었지만 법원이라니까 뒷맛이 게름직해 가까운 경찰서에 가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경찰양반께서 하시는 말씀이 납부기한 까지만 내면 영월법원까지는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괜히 공갈에 지레 겁먹고 쫄았던 것이다.오래전 새벽녘 정선에서 임계로 간 적이 있었는데, 백차 안에서 지나는 차량의 번호를 조회하여 기소중지자를 잡는 경찰들한테 딱 걸린 것이었다. 파출소까지 끌려 갔던 생각이 떠 올라 이번에는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런데 4만오천원짜리 딱지 하나에 신호위반 딱지 몇 장까지 달아 보냈는데 돈이 없어 난감했다.

 

요즘 기억력이 없어 뭘 해 놓고도 잘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혹시 나누라 몰래 숨겨 논 비자금이라도 있는가 싶어 책상서랍이며 보따리 보따리를 다 열어 보았다. 아! 그런데 낮 선 통장 하나가 나왔다. 사실 채무가 있어 통장도 쓸 수 없는 입장이라 은행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데, 펼쳐보았더니 작년에 읍사무소에서 아무도 압류할 수 없는 기초노령연금 통장 하나를 만들어 준 것이었다, 뜻밖에 찾게 된 통장으로 입이 쫙 벌어져 가까운 농협에서 찍어보니 거금 백만원이나 주무시고 계시는게 아닌가? 9만원짜리가 일 년동안 계속 찍혀 있었는데, 갑자기 돈이 생기니 혼란이 생겼다. 옛날에는 “나에게 백만원이 생긴다면 집도 사고 자가용도 사겠다”는 노래말까지 있었으나 벌금 삼십만원 갚고 남은 칠십만원으로 무얼 할 것인가. 옛날사람들은  쌀부터 사겠지만 나는 기름부터 사야 할 형편이다. 욕심같아서는 기름 한 드럼 사두고 싶었으나 번거럽고, 비자금으로 설합에 넣어 두자니 비자금 쓸 곳도 없는데다, 마누라한테 걸리면 쪽 팔릴 것 같아 자진납부 해 버렸다.

그런데 오랜만에 좋은민국 나랏돈을 만져보니 괜히 기분 좋았다. 갑자기 한 달에 40만원씩이나 받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소설가 배평모씨가 부러워졌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