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름 서울 녹번동 길거리를 지나치다 대조시장 상인대학을 개강한다는 현수막을 본 적이 있었다. 나름으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지만 잘 참여하지 않으니 상인대학으로 이름 붙였을 것이고, 교육내용도 정직이나 친철 등 상식적인 것일 텐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지나쳤었다. 그 이후 여기저기에서 상인대학을 마련하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한 번도 현장을 확인한 적은 없었다.
이번 정선아리랑시장 상인대학 개강식에 참석하면서도 "바쁜데 몇 명이나 나올까?"걱정하며 나갔는데, 강의실을 메운 수강생들의 열기 가득한 교육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물론 여기까지 오기에는 성공적으로 일을 추진해 온 하재은단장의 신뢰감과 이윤광조합장의 노력 등이 뒷받침 되었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주인의식이나 하나라도 배워 변해야겠다는 진지함에서 "이제 되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읽었다. 하기야 이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교육내용도 어렵고 복잡한 학술적인 연구가 아니었다. 우리 장터가 처한 문제점들을 다각적으로 다루었다. 한 예로 서로가 상품을 많이 진열하려고 통로를 막고 있는 문제를 물길의 흐름과 비교하여 사람들의 소통이 늦을수록 상품이 더 팔리지 않는 실례를 설명하였는데, 모두들 수긍하였다. 그리고 강의가 끝난 후에도 이윤광조합장과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장 운영에 대한 문제들을 협의하는 모습을 보며 상인대학의 성공과 정선아리랑시장의 내일을 읽을 수 있었다
'조문호사진판 > 장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선아리랑시장 스케치 (8월7일) (0) | 2013.08.16 |
---|---|
장 마당의 흥행사 전제천씨 (0) | 2013.08.16 |
장터에서 때로는 싸움도 벌어집니다.(신태인장) (0) | 2013.08.04 |
양산 모자를 보셨나요? (고흥장) (0) | 2013.07.30 |
아이구! 너무 많이 마셨네요.(벌교장) (0) | 2013.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