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 포 사일런스 - 나의 몸짓은 너의 침묵을 가리고

waltze for silence - My gestures cover your silence

허진/ HURJIN / 許塡 / painting 

2023_0921 2023_1014 / 일요일 휴관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10 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_162×130cm_2023

허진 홈페이지_museum.imagian.net/?id_partner=%C7%E3%C1%F8

 

초대일시 / 2023_0921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후원 / ()아트레온

주최 / 아트레온 아트센터

기획 / 아트레온 갤러리

 

아트레온 갤러리

Artreon Gallery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129(창천동 20-25번지) B1, 2

Tel. +82.(0)2.364.8900

www.artreon.co.kr

 

최후의 인간, 최초의 동물  "시각 예술의 다른 영역에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가 있다. 바이오필리아는 사람이 다른 생물, 특히 살아 있는 자연 세계와 관계를 맺으려는 타고난 성향이다." (에드워드 윌슨(1929-2021), 지구의 정복자(2012) 중에서)

 

허진_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2023-3 _ 한지에 수묵채색,_145cmX112cmX2_2023

허진이 최근 십여 년이 넘도록 천착해 온 이른바 동물 연작에는 인간과 인간이 만든 도구, 기계도 등장하지만 화면을 지배하는 소재는 단연 동물이다. 1990년대에 삼십 대의 허진은 다중인간익명인간연작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 자연과 문명이 혼성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분열적이고 몰개성적이 되어 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려 냈다. 그는 90년대 말의 익명인간연작에서부터 식물, 산수 등과 함께 자연을 상징하는 소재로 동물을 그려 넣기 시작하여, 2000년대 중반부터는 야생 동물을 화폭 전면에 내세운 유목동물이종융합동물연작을 작업의 주축으로 삼아 왔다. 허진의 관심사는 인간에서 동물로 진화한 셈이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2-9_ 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62X130cm_2022

허진이 그리는 동물은 현대인에게 낯설다. 그는 사자, 기린, 하마, 산양, 얼룩말, 코뿔소와 같은 열대 초원이나 삼림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을 그린다. 현대인이 접하는 동물은 기껏해야 인간의 울타리에 가둬 놓고 키우는 반려동물이나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어 식탁에 오르는 육류뿐이다. 허진은 비윤리적으로 포획되어 동물원에 전시되지 않는다면 자신을 비롯한 현대 도시인이 좀처럼 보기 힘든 자연 속 동물을 그린다. 자연에는 실재하나 인간 세계에 부재하는 야생 동물을 그리는 허진의 작업은, 단어 '그리다'의 다의(多義)를 구현하듯, 동물을 '재현'하고 동시에 '상상'하는 일이다. 그는 멀고 먼 야생의 자연이 현대인의 눈앞에 현전(現前)하게끔 하기 위해 동물을 그리고 또 그린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6 _ 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00cmX80cm_2023

유목동물연작에서 동물, 도구와 기계, 인간은 무작위로 화면에 배치되지만, 크기, 색상, 표현법은 소재에 따라 별도의 정해진 형식이 있다. 형태의 묘사는 실재하는 대상을 따르지만 채색은 실제 모습에 구애되지 않는다. 허진은 우선 먹칠한 한지 바탕 위에 갈색, 녹색, 청색 위주의 붓질을 거듭하여 몇 종류의 야생 동물을 큼직하게 묘사한다. 동물의 몸 전면은 은색 펜의 날카롭고 반짝이는 선으로 촘촘히 채운다. 동물은 이처럼 큰 비중과 이질적 질감으로 돋보이게 그려져 작품의 중심 소재가 된다. 이어서 동물의 색보다 채도가 높은 색으로 신발, 헤드폰, 자동차, 비행기 등 문명의 이기를 그려 넣는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20 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53X45cm_2023

허진은 인간을 동물, 기계와 사뭇 다르게 표현한다. 윤곽만 드러내는 실루엣 기법으로 인간의 형상을 그리는데, 먼저 그려진 동물, 기계 등과 중첩되는 부분은 노란색으로 칠하고, 배경 위에 배치되는 부분은 바탕의 먹색이 드러나게 둔다. 세부 묘사 없이 노랗고 검은 면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단순하게 표현된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하는 존재임이 확인될 뿐, 개별성이 드러나지 않는 '익명 인간'으로 표현된다. 이종융합동물연작의 경우 서로 다른 종의 동물들이 한 몸을 이루어 등장하고, 배경 곳곳에 작은 바위섬이 그려지는 정도의 변주만 있을 뿐 유목동물연작과 형식적으로 같은 계열의 작품이다. 한편 모든 작품의 여백은 단색으로 칠한 뒤에 밝고 연한 색조의 점묘로 채우는데, 그 결과 동물 연작은 망점이 있는 인쇄물 위에 동물, 기계, 인간의 콜라주가 올려진 듯한 허진 특유의 화면으로 완성된다

 

허진_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2023-1 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_145X112cmX2_2023

유목동물+인간-문명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동물 연작의 전체 제목이다. 허진은 동물로 표상되는 야생의 자연과 기계로 상징되는 물질문명의 두 세계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에 대해서 사유하는 화가이다. 작품의 명목과 실제에서 공히 동물이 중심인 만큼 허진은 생태주의자로 평가될 법하고, 그렇다면 그림 속 인간의 도구와 기계는 동물과 대립되는 문명 비판적 소재로 해석될 만하다. 그런데 동물과 기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형되기는 하지만, 양자의 의미와 가치가 대척된다고 판단할 만한 시각적 근거는 딱히 없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18 _ 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_72.7cmX60.5cm_2023

허진은 현대인의 삶에서 괴리된 자연과 현대의 일상을 지배하는 문명을 병치하여 보여 주되, 자연과 문명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거나 양자 간의 관계에 대해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토록 거시적인 문제에 관한 한 판단과 선택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인간 집단의 몫이어야 한다. 그림으로 다시 눈을 돌리면 동물과 기계 사이사이에 실루엣만으로 표현된 인간은 명시성이 높은 노랑과 검정의 배색 때문에 마치 경각심을 제고하는 표지판처럼 보인다. 호모 사피엔스로 불릴 정도로 현명하지도 않고, 신이 창조했다고 믿을 만큼 특별하지도 않은, 척추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에 속하는 인간에게 허진은 동물 연작으로 질문을 던진다. 사라져 가는 자연과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는 문명의 이중 위기 속에서, 폴 고갱도 물었듯,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12 _ 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45X112cm_2023

수만 년 전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가 보여 주듯 인류가 최초로 재현한 대상은 동물이다. 허진의 동물 연작을 오롯이 감상하기 위해서는 다시 고갱의 질문으로 돌아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우리가 무엇인지부터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생존과 생업, 주술과 종교, 부와 권력, 전쟁과 지배, 놀이와 여가, 과학과 의학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욕망을 동물에 투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동물을 그리고, 동물 그림을 감상하는 행위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주요 수단 중 하나였고, 때로는 재현된 동물의 효과가 실재하는 동물의 효용을 압도하기도 했다. 동물이 그저 귀엽고, 신기하고, 무서워 보이기만 하는 현대인이라면, 그래서 허진의 동물 연작이 영 낯설어 보인다면 미술사와 인류사를 되짚어 보라. 허진이 제목에 붙인 '유목'에서 질 들뢰즈의 노마디즘까지 읽어 내려는 수고로움 대신에, 그의 동물 연작을 인간 종족이 정주하기 훨씬 이전에, 인류세는 말할 것도 없고 홀로세 이전에 그렸던 동굴 벽화와 나란히 놓고 보라.

 

허진_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2023-2 _ 한지에 수묵채색,_145cmX112cmX2_2023

허진의 동물 연작은 인류 최초의 그림과 적잖이 닮았다. 구석기인과 허진의 그림에서는 모두 무한정의 공간을 누비는 야생 동물이 주인공이며, 인간은 개체가 아니라 집단으로서 동물과 관계를 맺는 조연일 뿐이다. 허진은 동물의 몸에 은빛 선을 긋고 또 그어 빛나게 하며, 점안(點眼)하여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림에도 반영되었듯이 기술의 축적에 따라 인간이 쓰는 기구는 복잡해지고 거대해졌지만, 유목동물+인간-문명, 즉 동물과 인간을 합한 뒤에 문명을 빼 보자는 작가의 수식을 따르자면, 결국 남는 것은 자연의 동물과 맨몸의 인간이다. 동물과 인간이 공생했던 원시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허진의 동물 연작은 문명 시대를 거치며 인간이 동물에 투사하고 부과해 온 욕망을 거두어 보자고 제안한다. 그림의 기원을 탐구하여 시원적 그림을 남기고 싶은 화가의 욕망만은 그대로 남겨둔 채 말이다.  최석원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13 _ 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_130.5cmX97cm_2023

The Last Man, the First Animal "In another sphere of the visual arts there is biophilia, the innate affiliation people seek with other organisms, and especially with the living natural world." (Edward O. Wilson, The Social Conquest of Earth (2012)) Although humans, human-made implements, and machines are featured in the animal series Hur Jin has delved deeply into for over a decade, the subject matter that is dominant in his works is by far the animal. Hur Jin's work in the 1990s (when he was in his thirties), particularly through his series Multiple Humans and Anonymous Humans, sought the portrayal of contemporary individuals who were increasingly characterized by a sense of disconnection and depersonalization against a backdrop of nature and civilization. His art captured the complex interplay between different aspects of human existence, blurring the boundaries between past and present, nature and civilization. With the series Anonymous Humans, he began illustrating subject matter symbolic of nature such as plants, mountains, water, and animals. From the mid-2000s, he concentrated primarily on creating Nomadic Animals and Dual Fused Animals, two series in which wild animals are brought to the focus of his work. His interest was in the evolution from humans to animals. The animals Hur Jin has depicted are unfamiliar to contemporary people. He paints wild animals inhabiting tropical grasslands and forests such as lions, giraffes, hippos, mountain goats, zebras, and rhinos. The animals contemporary people can come into contact with are at most companion animals raised in human enclosures or animals for meat raised by factory farming and brought to our dining tables. Hur portrays animals in nature that modern urbanites including himself can rarely see unless they are unethically captured and displayed in zoos. His work of painting wild animals that exist in nature but are absent in the human world is concerned with 'reproducing' and 'imagining' animals as if embodying the multiple meanings of the word 'painting.' He repeatedly paints animals to bring wild nature before the eyes of contemporary people. In the Nomadic Animals series, animals, tools, machines, and humans are randomly placed in the scene, but their scale, color, and expression follow a predetermined format depending on the material. The depiction of form is realistic, but his use of color diverges from strict realism. First of all, Hur depicts several kinds of animals in large sizes by repeating brushwork primarily in brown, green, and blue on an inked background of hanji (handmade Korean paper). The whole body of an animal is filled with sharp, shiny lines with a silver pen. Animals in this series are illustrated prominently in large proportions and disparate textures. In succession, objects of civilization such as shoes, headphones, cars, and airplanes are painted in colors with a higher chroma than those of the animals. Hur Jin portrays humans quite differently from animals and machines. He illustrates human figures using a silhouette technique that reveals only the outline. Sections that overlap with the animal or machine are painted yellow, and sections placed in the background are left unfilled with any color to expose the ink color of the background. Humans, expressed simply with intersecting yellow and black planes without any detailed depiction, are only confirmed to be walking upright. They are depicted as 'anonymous humans' without individuality. In the Dual Fused Animals, animals of different species appear as one body. In terms of form, works from this series are in line with those from the Nomadic Animals despite a variation brought on by small rocky isles painted here and there in the background. Meanwhile, the blank spaces of all of his works are in monochrome and then painted with dots in bright and light shades of colors. As a result, his animal series is completed as scenes unique to Hur, in which a collage of animals, machines, and humans is printed on material with halftone dots. Nomadic Animals+Humans-Civilization and Dual Fused Animals+Utopia are the full titles of his animal series. Hur is a painter who thinks about the two worlds of wild nature represented by animals and material civilization symbolized by machines, and the humans who exist between them. He may be evaluated as an ecologist because animals are both nominally and actually central in his work. If so, implements and machines in his paintings can be interpreted as critical subject matter of material civilization in opposition to animals. Although animals and machines are artistically depicted in different manners, there is no particular visual basis to judge that their meanings and values are in opposition to each other. Hur juxtaposes nature separated from the lives of contemporary people and the civilization dominating modern daily life but does not think of nature and civilization in a dichotomous way or provide an answer to the question concer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When it comes to such a macroscopic issue, judgment and selection should be up to a human group, not any specific individual. A human being expressed only as a silhouette between animals and machines looks like a sign arousing attention due to the highly explicit yellow and black color scheme. Hur Jin puts a question to humans who are the hominid, within the order primate, within the class mammal, within the phylum chordate, within the kingdom animalia. We humans are neither wise enough to be called Homo sapience nor special enough to be believed to have been created by God. As Paul Gauguin asked, in the midst of the double crisis of disappearing nature and seemingly unsustainable civilization, "Where do we go?" As shown in cave paintings from the Paleolithic era tens of thousands of years ago, the first subjects humans depicted were animals. In order to fully appreciate Hur's animal series, it is necessary to go back to Gauguin's questions and reflect on where we come from and what we are. Historically, humans have projected their desires pertaining to elements such as survival and livelihood, conjury and religion, wealth and power, war and domination, play and leisure, and science and medicine onto animals. In this process, the act of drawing animals and appreciating animal pictures was the main means to satisfy human desires. And the effect of represented animals at times overwhelmed the utility of real animals. If you are a contemporary person who feels that animals are just cute, amazing, or scary, and if you feel that Hur's animals look unfamiliar, you need to look back on art history and human history. Instead of going through the trouble of trying to catch Gilles Deleuze's nomadism in Hur's title 'nomadic,' you may draw a parallel between his animal series and cave paintings rendered long before the settlement of human civilization, before the Holocene, and the Anthropocene. Hur's animal series bears a significant resemblance to humanity's first pictures. Wild animals roaming in an infinite space are the main characters in both Paleolithic people's pictures and Hur's paintings, and humans are nothing but minor characters who establish relations with animals as a group of people, not as individuals. Hur repeatedly draws silver lines on the animal's bodies to breathe life into them and make them shine. As reflected in his paintings, implements humans use have become larger and more complex due to the accumulation of technology, but what's left in the end is animals in nature and humans with nothing, based on Hur's formula of 'nomadic animals+humans-civilization' that is, combining animals and humans and then subtracting civilization. Although it does not advocate a return to primitive times when animals and humans coexisted, his animal series suggests that we try to suppress the desires humans have projected and imposed on animals throughout the era of civilization. This alludes to his own desire to create original paintings through an exploration of the origin of painting.  Seokwon Choi

뫼비우스적 노마드 Möbius Nomad

허진展 / HURJIN / 許塡 / painting

2022_1026 ▶ 2022_1115 / 월요일 휴관

 

허진_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2019-1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45×112cm×2_2019

 

초대일시 / 2022_1028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베카갤러리

BEKA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9길 5

Tel. +82.(0)70.8807.2260

www.bekagallery.com

 

허진(許塡, HUR JIN, 1962-)의 창작론 - 뫼비우스적 노마드  Ⅰ. 필묵으로 구현된 서사(敍事) '새로움의 창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창작을 업으로 삼은 작가들이 평생 간직해온 화두일 것이다. '전통의 계승'을 수행해야 하는 한국화 작가들에게 새로운 조형성의 모색은 더욱 쉽지 않은 과제였다. 동시대 미술계에서 이를 훌륭하게 실현하는 작가군을 만나면 유독 반갑고 든든한 이유이다. 이 글에서 다룰 허진(許塡, HUR JIN, 1962-)도 이러한 작가 중 한 명이다. 널리 알려졌듯이 허진은 19세기 문인화가로서 운림산방을 경영한 소치 허련(許鍊, 1808-1893)의 후손이자, 남농 허건(許楗 1908-1987)의 손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선친의 고향인 목포에서 남농 선생의 화실을 드나들며 할아버지 어깨 너머로 지필묵을 목도하였고,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계간미술』이나 현대화랑에서 발간한 『화랑』을 탐독하며 성장하였다. 10대에 이미 구한말까지 계승된 서화(書畵) 예술과, 해방 이후 전개된 한국화 양식을 체득하며 화가의 꿈을 키워나간 셈이다. ● 나고 자라면서 보고 익힌 예술적 안목과 소양은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하면서 창작의 자양분이 되었다. 그는 근대기의 도제 교육을 고수한 할아버지와 달리 공식화된 미술 제도권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그러나 학부 졸업 작품인 「항구」(1984)를 보면, 그가 서화의 기본 필묵법을 철저히 익혔음을 알 수 있다. 탄탄한 중봉과 갈필의 구사, 아름다운 먹과 담채의 조화, 여백을 통한 채움과 비움의 미학이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운림산방의 후손임을 새삼 확인케 하는 회화 양식이다. ● 허진의 회화는 대학원 진학 후인 1987년부터 변화한다. 앞서 언급한 양식을 토대로 여러 기법을 탐구한 것이다. 예컨대 종이를 구긴 상태에서 물감을 발라 두꺼운 화판에 붙인 다음, 종이를 펼쳐 파생되는 발묵 선염의 효과를 고안하였다. 이러한 실험으로 탄생된 작품군이 바로 1990년 제1회 개인전에서 선보인 「묵시(黙示)」 시리즈이다. 허진은 「묵시」 시리즈에서 사회에 보이지 않은 이면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세상에 얽혀 있는 인연과 이에 내재된 감정을 인간과 사물, 먹과 색, 형상과 여백으로 표출한 것이다. 화면은 각양각색의 도형으로 분할되었고, 사람의 전신상이나 신체 일부가 이리저리 배열되었다. ● 대학원 진학 후 전개된 변화는 인문학에 대한 심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허진은 당시 한반도에 상륙한 포스트모던 이론에 시선을 돌렸다. 그리하여 들뢰즈 가타리(G. Deleuze, F. Guattari)의 『천의 고원 Mille Plateaux』이나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르크(simulacre) 이론을 탐독하며 '나'와 '인간'에 대한 성찰에 집중하였다. 낯설지만 신선한 후기 구조주의 이론은 어렸을 때부터 필묵을 보고 자란 청년 작가의 사고를 완전히 전복시켰다. 그리고 「묵시」 시리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군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1-2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00×80cm_2021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 2020-2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2-5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72.7×60.6cm_2022

허진은 제1회 개인전으로 일약 화단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세간의 호평에 안주하지 않고 「다중인간(多重人間)」(1993, 2회 개인전), 「익명인간」(1998, 4회 개인전)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작가의 지명도를 견고히 하였다. 일련의 시리즈에는 부제를 붙이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다중인간」에는 '머슴 이야기', '수문장 이야기' 등, 역사에 생존하였을 불특정 다수의 서사가 사용되었고, 「익명인간」의 부제에는 '소용돌이', '고도를 기다리며' 등, 동시대 인간의 심리가 반영되었다. 「묵시」시리즈에 비해 윤곽선이 분명하고, 여백이 감소했으며, 인체를 포함한 사물이 더욱 분절되었다. ● 허진 작업의 근간은 사람의 이야기, 즉 '서사(敍事)'이다. 고대 동아시아 회화에서 '서사'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제재 중 하나였다. 서사가 표현된 회화는 고사인물화(故事人物畵)라 명명되면서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첫 번째는 문학 작품의 전개를 표현한 경우인데, 위진남북조 시대에 활동한 고개지(顧愷之, 약 348-405)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여사잠도」와 「낙신부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두 번째는 실제 생존하였던 역사적 인물의 훌륭한 행적이나 재미있는 일화를 그린 경우인데, 공자의 일생을 여러 장으로 표현한 『성적도(聖蹟圖)』가 이에 해당된다. ● 미술사학자 존 헤이(John Hay) 교수는 동아시아 회화의 서사 즉 내러티브(narrative)를 도덕적 서사(moral narrative), 문학적 서사(literary narrative), 풍속적 서사(genre narrative)로 분류하였다. 이에 도덕적 서사는 교훈적 목표를, 문학적 서사는 시적인 상징물을, 풍속적 서사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사건을 시각적으로 기록한다고 부언했다. 즉 도덕적 서사는 교화를 목적으로 한 재현을, 문학적 서사는 표현적인 이미지를, 풍속적 서사는 사건의 일상성을 기록하는데 주력한다는 의견이다. 허진 회화에서는 존 헤이 교수가 언급한 서사의 속성 세 가지가 모두 발견된다. 익명 사회에 가려진 부패와 부조리가 '재현'되었고, 관객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이야기가 '표현'되었으며, 동시대의 일상이 날 것으로 '기록'된 것이다. ● 허진은 평소 사람과의 대화를 매우 즐긴다. 표정이나 눈빛만으로 상대방에게 맘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큰소리로 마음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발화'함을 좋아한다는 고백이다. 게다가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화의 매력에 빠져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영화를 섭렵하였다. 뇌리에 남는 강한 스틸 컷이 인물과 서사에 집중하는 그의 회화에 색다른 영감을 부여한 것이다.

 

허진_익명인간-생태순환도7_한지에 수묵채색_242×540cm_2020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19-16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30.5×97cm_2019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18-15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30.5×97cm_2018

Ⅱ. 반골미(反骨美)의 표출 ● 서사는 2000년대 허진의 회화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제재가 되었다. 다만 이 시기 회화에서는 이전 시기의 작품과 다른 점이 발견된다. 우연히 발생되는 먹의 번짐이 줄었고, 채색이 두터워졌으며, 장식적인 패턴이 증가하였다. 물론 허진이 인물 서사만 시각화 한 것은 아니다. 같은 형상의 산수풍경을 반전하여 옆으로 연결한 「反_현대산수도」 시리즈도 함께 발표하여 창작의 스펙트럼을 확장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2000년대 창작의 가장 큰 변화는 동물의 등장이다. 작품 제목도 「익명인간」에서 「익명동물」로 바뀌었다. 작가는 당시 유치원생인 아들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거나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면서, 그리고 그들에게 동물 관련 동화책을 읽어 주면서 자연 생태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일본 나라를 방문하였을 때 동대사 앞에 사슴이 방목되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순간 "제2의 고향인 목포에 동물을 방목하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상상도 해 보았다. 앞서 언급한 들뢰즈 가타리의 『천의 고원』에 기술된 유목, 즉 노마드(nomad)를 떠올린 것이다. ● 허진은 자신의 화폭에 노마드를 실현해보고자 하였다. 사람의 형상과 코끼리, 사슴, 코뿔소 등을 등가로 배치하거나, 아예 사람을 생략된 채 동물의 실루엣만 가시화하였다. 게다가 「유목동물+인간」에서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부각하고, 인간을 단지 배경의 기능을 하는 패턴으로 사용하였다. 게다가 사물을 사방으로 배치하는 과정에서 중첩하거나 분절하여 땅에 정착한 생물체가 아닌 공중 부양하는 객체로 표현하였다. 그야말로 노마드를 시각화한 셈이다. 이러한 허진의 노마드에는 발상의 전환과 창작의 역행, 즉 '뫼비우스'의 속성이 있다. 동물을 크게 포착하여 질감까지 표현한 반면, 인간을 하나의 유닛으로 단색 처리하였고, 화면 곳곳에 둥둥 떠다니도록 배치하였다.

 

허진_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2018-4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45×112cm×2_2018

이러한 발상의 전환과 창작의 역행은 작가의 반골 성향을 입증한다. 반골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권력이나 권위에 순응하거나 따르지 아니하고 저항하는 기골, 또는 그런 기골을 가진 사람"이다. 즉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적인 권위나 방식, 관습 등에 맹종하기보다는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거나 비판과 반항을 일삼는 기질을 가리키는 표현"인 셈이다. 동아시아 회화사에서도 반골 기질을 표출한 화가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족 출신이자 원말 사대가에 포함되는 왕몽(王蒙, 1308-1385)이다. 그는 원대 최고의 문사 관료였던 조맹부(趙孟頫, 1254-1322)의 외손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외할아버지에게 그림 수업을 받은 왕몽은 낮은 직책의 관직을 맞았으나,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고 강남 지방이 몽고의 지배로 붕괴되자 관리 생활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항주 북쪽에 있는 황학산에서 은거하며 '황학산의 땔나무 줍는 이'라는 뜻의 황학산초(黃鶴山樵)라고 스스로 호를 지었다. 1368년 명 왕조가 들어서면서 다시 관직에 올랐으나 주원장의 박해를 받아 감옥에서 희생되었다. 한족 출신으로 원 정부를 등지고 은둔을 택하였으나, 결국 한족의 지배자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 왕몽의 반골 기질은 그가 1366년에 그린 걸작 「청변은거도」에서 확인된다. 「청변은거도」가 조맹부의 손자이자 왕몽의 사촌인 조린(趙麟)을 위해 그린 것으로 추정되니, 그림 속의 풍경이나 산장 역시 오흥 청변산에 위치한 조린 집안의 소유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당시 주원장의 군대는 오흥에서 전투를 하면서 상류층의 소유물을 전부 파괴하였다. 전쟁을 경험한 왕몽은 청변산과 산장의 풍경을 다소 불편하게 표현하였다. 화면에 가득 찬 산세는 뒤틀려 있고, 우모준이 구사된 바위는 매우 거칠며, 산속을 거니는 선비와 산장은 갇혀 있는 느낌이다. 성리학의 개념이 투영된 와유물이 아닌,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심상(心像)의 산수화를 선보인 것이다. 왕몽이 표출한 왜곡된 명암, 변형된 형상, 예민한 필치, 불안정한 구도는 중국 산수화에서 매우 보기 드문 조형성이다. 이러한 왕몽의 산수화는 여타 원말 4대가의 작품과 더불어 문인산수화의 양식을 고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소재와 표현법은 다르지만 허진의 회화에서도 왕몽 산수화의 왜곡된 명암, 변형된 형상, 예민한 필치, 불안정한 구도가 목격된다. 허진은 반전과 반목을 중첩하면서 역동성과 균질성이라는 상반된 감각이 공존하는 화면을 완성하였다. 최근에 발표하는 「유목동물+인간_문명」 시리즈에서는 코뿔소, 얼룩말을 화면에 배열한 다음, 부유하는 군상과 바위를 그려 넣었다. 사람은 단순하게 처리된 반면, 바위는 수묵의 준법으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사람은 동물과 겹치는 부분이 노랑으로, 배경으로 돌출된 부분이 검정으로 채색되어 대비를 이루었다. 이에 동물과 중첩된 노란 신체는 마치 구멍이 뚫린 여백처럼 보인다. ● 이렇듯 허진의 회화에서는 20세기 한국미술의 창작 변화가 오롯이 목격된다. 운림산방의 후예답게 숙련된 서화의 필묵법을 토대로 하였으나, 20세기 후반 도입된 미술 이론을 폭 넓게 섭렵하며 새로운 조형성을 모색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개념 미술이 대세로 부각되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손으로 직접 붓을 휘두르고 온몸을 움직이는 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의 회화는 강한 역동성을 분출하여 관객들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아이디어와 최첨단 과학 기술로 승부하는 개념미술이 대세로 부각되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허진 회화의 창작 여정과 조형성을 분석하고, 미술사적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 송희경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2-2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00×80cm_2022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2-1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00×80cm_2022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1-1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00×80cm_2021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1-3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72.7×60.6cm_2021

HUR JIN (1962- ), Creation Theory – Möbius Nomad  I. Narratives incarnated by brush and ink The creation of novelty may be what counts for every artist who has pursued creating something during their whole life. It has been a difficult task to explore a new artistic quality and formativeness for Korean painting artists who have to carry out a succession of tradition. That's why we are really glad to come across some artists who have superbly achieved this mission in the art scene of our time. Hur Jin (1962- ), the topic of this essay, is one such artist. As is widely known, he is a descendant of Hur Ryeon (1808-1893), a 19th-century literati painting artist who ran Unlimsanbang, and a grandson of Hur Geon (1908-1987). Coming in and out of his grandfather's studio in Mokpo as a child, Hur Jin learned a lot of things about paper, brushes, and ink by looking over his grandfather's shoulder. He also grew up voraciously reading art magazines such as Gyegan Misul (Art Quarterly) and Hwarang (Gallery) published by Gallery Hyundai. He learned calligraphic and painting art handed down from the late period of Joseon and the Korean painting style developed after liberation in his early teens. ● His eye for and knowledge of art was nourishment for his creation when he entered the Department of Painting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Unlike his grandfather who preferred apprenticeships in the modern era, Hur performed to the limit of his capabilities in the institutionalized art world. His graduation work The Harbor (1984) suggests that he acquainted himself thoroughly with the basics of brush and ink techniques both in calligraphy and painting. This work was particularly marked by the adoption of solid jungbong (중봉, 中鋒, a calligraphic technique keeping the tip of the brush in the center at all times) and galpil (갈필, 渴筆, a brush technique using a dry brush with as little ink as possible), the exquisite harmony of ink with light coloring, and the aesthetics of filling and emptying through blank space. Such pictorial idioms are to confirm that he is a descendant of Unlimsanbang. ● Hur's painting began changing in 1987 after he entered graduate school. He explored a wide array of techniques based on the modes mentioned above. For example, he brought about the effects of balmuk (발묵, 潑墨, ink effects created by adjusting ink tonality and wetness of the brush) and seonyeom (선염, 渲染, coloring with ink in gradated ink tones) derived from applying paints to a crumpled piece of paper and attaching it to a thick canvas. A body of works created by this experiment is the series Implied Apocalypse displayed at his first solo show in 1990. In this series, he made an effort to disclose the unseen hidden side of our society. This series is a representation of interlacing connections and innate sentiments with the images of humans and things. The scenes are divided by a diversity of figures while parts of or a whole human body are arranged here and there. ● A huge change after entering graduate school derived from his infatuation with humanities. He paid attention to theories about postmodernism that came into the Korean Peninsula at the time. He concentrated on 'me' and 'humans,' avidly reading A Thousand Plateaus (Mille Plateaux), a book by Gilles Deleuze and Felix Guattari and theories pertaining to simulacra by Jean Baudrillard. The theories about post-structuralism unfamiliar yet novel completely overthrew the thought of a young artist who had grown up with ink and brushes as a child. These also served as an impetus to give rise to not only the Implied Apocalypse series but also other works. ● Hur Jin rose to stardom with his 1st solo exhibition. He raised the level of awareness of his art by continuously releasing painting series such as Multiple Human (1993, 2nd Solo Exhibition) and Anonymous Human (1998, 4th Solo Exhibition), not satisfied with the public's favorable comments. He also subtitled some of his series. Unspecified individuals' narratives, such as 'the tale of a farmhand' and 'the tale of a chief gatekeeper' who were likely to exist in history were used for the Multiple Human series while the subtitles of pieces from the Anonymous Human series such as 'whirlpool' and 'waiting for Godot' reflected human psychology of his time. In such series, outlines appear more apparent, blank spaces are reduced, and things including the human body are more segmented in comparison with the Implied Apocalypse series. ● The foundation of Hur's work is a person's story, i.e. a narrative. This narrative was one of the oldest elements in ancient East Asian painting. Paintings with narratives were largely divided into two types referred to as gosainmulhwa (고사인물화, 古事人物畵, narrative figure painting). One was a representation of some literary work: typical to this are The Admonitions of the Instructress to the Court Ladies (女史箴圖) and Nymph of the Luo River (洛神賦圖) by Gu Kaizhi (ca. 348-405), an ancient Chinese painter who worked during the period of the Wei and Jin Northern and Southern Dynasties. The other was an illustration of a historical figure's superb performance or achievement or an interesting anecdote: typical to this is Life of Confucius (聖蹟圖), a painting featuring the sacred footprints of Confucius in many pieces. ● John Hay, an art historian and professor classifies East Asian pictorial narratives into moral narrative, literary narrative, and genre narrative, adding that a moral narrative is a visual illustration of some didactic purpose, a literary narrative some poetic symbol, and a genre narrative some everyday petty occasion. His view is that a moral narrative concentrates on representing something for the purpose of edification, a literary narrative on displaying some expressive image, and a genre narrative on documenting some daily scene. These three attributes of narrative are all discovered in Hur's paintings. His painting is a 'representation' of corruption and irrationality concealed by an anonymous society; an 'expression' of various stories invoking our imagination; and a 'record' of everyday aspects of our time in a raw state. ● Hur Jin usually enjoys conversations. He is fond of uttering his mind and thoughts in a loud voice rather than communicating his feelings with his expressions and eyes. Infatuated with films since his middle and high school days, he has watched a wide range of movies regardless of genre. His paintings highlighting figures and narratives have intensively been inspired by film stills.

II. An expression of defiant beauty ● Narratives were still significant in Hur's paintings in the 2000s. However, his paintings of this period were different from those in other periods. Less ink was spread by chance, coloring grew thicker, and more decorative patterns were adopted. His work was of course not only a visualization of figures and narratives. He also extended the spectrum of his creation with Reversed Modern Sansudo in which identical landscapes are reversely linked from the side. The biggest change in his creation of the 2000s was the introduction of animals. The titles of his works in this period were changed to Anonymous Animal from Anonymous Human. He became concerned with ecological and environmental issues while taking his kindergarten sons to the zoo, watching animal related TV programs, or reading animal related books to his children. When he by chance visited the city of Nara, Japan, he was shocked by the grazing sheep roaming Todai-ji. In that moment, he had a wild imagination of grazing sheep in his second home of Mokpo. He recollected the nomad described in A Thousand Plateaus (Mille Plateaux) by Gilles Deleuze and Felix Guattari. ● Hur tried to experiment with nomads in his paintings. He arranged equivalently the images of elephants, deer, rhinoceroses, and other animals alongside human figures, or set only the silhouettes of animals, leaving out human figures. Another series Nomadic Animal+Human gave prominence to the animal as the main character and used human images as a pattern serving as the background. In addition, things are overlapped or segmented in the process of setting them in the four directions, thereby representing them as objects levitating in the air, not as living things settled on the land. It is indeed a visualization of the nomad. This nomad by Hur Jin has attributes of the Mobius strip such as a switch of ideas and a retrogression of creation. While he expressed even the texture by capturing an animal large, he portrayed a human as a unit in monochrome and arranged them floating here and there in the scene. ● This switch of ideas and retrogression of creation testify to his bangol (반골, 反骨, defiant, rebellious, or uncompromising attitude or mindset) inclination. The dictionary definition of bangol refers to "one's mettle of disconforming or resisting against any power or authority, or one who has such nature and mettle." That is, this means "a disposition to insist on one's own way or to frequently carry out criticism and defiance rather than following any common authority, ways, or conventions blindly." There are some who expressed their defiant, unyielding, and uncompromising spirit and nature in East Asian painting history. One of them is Wang Meng (1308-1385), a Chinese painter during the late Yuan Dynasty and a Han Chinese. He was the grandson of Zhao Mengfu (1254-1322), a superb literary man and scholar official during the Yuan Dynasty. He took painting lessons from his maternal grandfather and served in a low-ranking government post, but retired from this post when the Red Turban Rebellions broke out and the southern Chinese region fell to Mongolia. When the Ming Dynasty was established in 1368, he again entered government service but was killed in a prison, which was caused by persecution of Zhu Yuanzhang. He was a Han Chinese and secluded himself from the Yuan Dynasty, but was killed in the end by the Han Chinese ruler. ● Wang Meng's bangol disposition is confirmed in his magnum opus Secluded Dwelling in the Qingbian Mountains. As he presumably painted this picture for his cousin Zhao Lin, a grandson of Zhao Mengfu, the landscape and the mountain retreat in this painting were perhaps Zhao Lin clan's possessions situated in the Qingbian Mountains. This painting, however, radiates no comfort or relaxation. Zhu Yuanzhang's military had destroyed all the possessions of the upper class at the time. Wang Meng who had gone through the war depicted the Qingbian Mountains and the mountain cabin as something uncomfortable. The mountains appear twisted, the rocks rendered in umojun (우모준, 牛毛皴, a brush technique used to depict images of smooth and rounded rocks devoid of trees) look harsh and rugged, and the scholar strolling in the mountains and the mountain retreat seem trapped in something. This landscape painting seems to be a manifestation of his mental images that express his emotions and sensations candidly, not one that reflects the notions of Neo-Confucianism. His pictorial idioms including distorted light and shade, deformed images, sensitive brushstrokes, and unstable compositions are rarely found in Chinese landscape paintings. His landscapes have been appreciated as the conception of a new literati landscape painting style alongside works by the Four Great Masters of the Late Yuan Period. ● Although Hur's paintings are different from those by Wang Meng in terms of subject matter and expression, their paintings share distorted light and shade, deformed images, sensitive brushstrokes, and unstable compositions. Hur Jin completed his scenes in which the opposing senses of dynamism and homogeneity coexist, overlapping reversal and antagonism. He illustrated a large group of floating people and rocks in Nomadic Animal+Human_Civiilization he recently made public. While the people were treated in a simple way, the rocks were finished in ink and brush techniques. An overlap between humans and animals was painted in yellow, contrary to the background painted in black. The yellow bodies overlapping with animals look like a blank spaces with holes. ● Like this, Hur's paintings display some change in creation of 20th-century Korean art. He extensively mastered art theories introduced in the late 20th century and pursued a new formativeness while staying based in skilled calligraphic and painting techniques as a descendant of Unlimsanbang. He didn't mind driving a brush with his hand directly and moving his whole body vigorously, even in the present time in which conceptual art has become mainstream in Korean art. As a result, his paintings bring about a lively dynamism and lend a fresh energy to the viewer. We have to analyze his painting's journey of creation and accurately comprehend its art historical context in the contemporary art world that gives prominence to conceptual art that strengthens its competitiveness with ideas and cutting-edge science and technology. ■ Song Hee-kyung

 

Vol.20221026b | 허진展 / HURJIN / 許塡 / painting

인간과 자연의 화해

허진展 / HURJIN / 許塡 / painting 

 

2020_1223 ▶ 2020_1228

 

허진_동학혁명운동이야기5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46×112cm_201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90612a | 허진展으로 갑니다.

허진 홈페이지_hurjin.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_광화문 아트포럼후원,

협찬 / 문화체육관광부_한국메세나협회_한국문화예술위원회_크리엔조이_동덕아트갤러리

 

관람시간 / 10:00am~06:00pm

 

동덕아트갤러리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68 동덕빌딩 B1

Tel. +82.(0)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포스트휴먼 시대에 콘텐츠는 어디에 있는가 ● 포스트 휴먼의 시대에 회화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허진의 모색은 회고적으로 보인다. 회화의 기원부터 동시대적 삶까지 두루 살피려는 자세는 아주 성실하다. 그 배경에는 전통적인 관계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이상에 대한 욕망이 그것이다. 동아시아 전통회화미학이 견지해온 태도를 그는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들이닥친 디지털 문명에 대한 고려는 전통회화가 아직 들어서지 못했다. 그 어중간한 사이 어딘가에서 그는 회화미학을 고민한다. 그림이란 무엇인가, 혹은 그것은 어떻게 그리고 왜 시작되었는가? 이러한 물음이 의문으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이것은 미술의 역사와 윤리에 대한 회의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이미 유효성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전통적인 회화미학을 통하여 삶에 대한 감각적 호소를 촉발하려는 작가의 시도는 과연 어느 정도 성공적일까? 여기서 한 명의 예술가는 단순히 제작자 혹은 생산자일 뿐만 아니라 개인으로 남으려고 노력한다. 오, 불완전한 모나드! ● 그런데 허진은 '익명'을 그렸다. 인간이 익명이라는 것이다. 대지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사물들은 서로 뒤엉켜 있다. 수묵과 채색이 한 화면에 어우러져 조형성을 획득한다. 자연은 존재이면서 미학적으로는 산수이고 윤리적으로는 이상이다. 여기에서 어긋나는 삶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사물들에 의한 은유는 아주 사소해 보인다. 그 사물을 선택한 이유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의 미술작품들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식이 필수적이다. 작가의 텍스트가 항상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그것은 언제든지 개폐가 가능하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를 성립시키는 사적 소유에 반대하는 듯이 보이는 텍스트의 제스처조차 빨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조형적으로 수묵과 채색이 조화된 세계는 현실적 삶의 부조화를 극복하고 이상적인 상태를 갈망한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여기서 파악된 현실의 갈등 요소들이 여전히 유효한가, 혹은 클리셰는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능력은 인간적이다. 개념은 본질적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감성의 윤리에로 이행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개념은 현상에서 얼어붙거나 허물어져 내리기도 한다. 물론 오해와 오류가 모두 무용한 것은 아니다. 스며들거나 녹지 못한, 망각될 수 없는 것들이 '그저 그런' 흔적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익명의 상태를 인간의 조건으로 바라보면서도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 허진의 회화세계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답이 '유목'이었다. 한때 철학적 개념으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이제는 거의 철지난 용어가 여전히 삶의 태도이자 미학적 명제로 그에게 작동한다. 야생적 삶에 대한 동경과 조형적 안정성은 작가의 모순적 펀더멘틀이다. 그의 사회적 산물로서 미술작품은 다시 삶과 사회에 대한 처세의 텍스트로 작동한다. 텍스트는 원래 직물을 뜻하다가 한 필의 천이 씨실과 날실의 교착으로 짜인다는 의미에서 다양한 요소가 착종된 것을 함의하게 된다. 그래서 그것은 선행 텍스트와 동시대의 텍스트를 인용한 직물이고 여러 계열과 통합이 가로지르는 교착이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의 텍스트를 통한 상호작용은 그 자신이 이미 여러 텍스트가 뒤섞인 존재인 소비자가 참여함으로써 의미들이 지속적으로 밀려나며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분명 회화가 한 시대를 이해하는 창문 혹은 거울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감동을(그리고 동시에 아련한 연민도) 준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허진의 회화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찾기도 한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 2020-1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 2020-10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30.5×97cm_2020

 

회화의 근원과 현실의 융합이 이상적으로 접속되기를 시도하는 것이 허진의 회화미학이다. 상정된 원리와 현재의 거리에 대한 감각이야말로 미메시스이다. "미메시스란 감각적으로 수용하고, 표현하고, 의사소통하는 생명체의 행동방식을 지칭하는 것이다. 문명화 과정 속에서 미메시스적 행동방식이 정신적으로 유지되어 온 장소는 예술이다. 예술은 정신화된, 즉 합리성에 의해 변용되고 객관화된 미메시스이다."(알브레히트 벨머) 작가의 석사논문에 게재된 아주 초기작부터 최근까지의 회화를 보면서 떠오른 것이 있다. 그것은 동굴벽화와 고분벽화인데 회화의 기원이면서 어떤 기억을 의미한다. 최초의 그림들은 주거 환경의 미화나 자신의 신체를 치장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예측불허인 자연의 힘을 통제하고자하는 염원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허진의 회화는 무엇인가를 기억하려는 지속적인 시도인데 이는 동굴벽화에 나타나는 기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2010년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지적했었다. "질주하는 동물의 모습에서 측면의 시점에서 그려진 형상에 정면에서 본 것을 재현해 놓았다. 그것은 인상적인 것을 기억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일종의 기억화이다. 주술과 기념! 그러나 허진의 기억은 이와 좀 다르다. 그의 텍스트가 지닌 특수한 매개성 때문이다. 구술적이기보다는 문자적이라는 의미이다. 문화적 기억으로서 그의 그림은 감각적이고 지각적인 형상 기억에 대해서 추상화하는 개념 기억이 우위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출발점인 동아시아 전통미학에서 기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상 혹은 변치 않는 어떤 것에 대한 욕망을 그리려는 회화미학을 그는 견지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 그는 여기에 시대의 패러다임 혹은 트렌드를 외피로 입는다. 허진의 회화는 현실에 대한 형상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조형적으로는 집단적 형상기억, 즉 상징과 실존적 기억이 뒤섞인다. 어디선가 본 이미지들이 화면에 나열처럼 배치된다는 점은 제의적이다. 무엇인가를 기린다는 의미이다. 작가의 화면은 인간이 표현하는 역사적이고 심리학적인 저장 창고임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허진은 역사/기억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상징형식을 성찰한다. 기억의 내용은 감정에 대해 어떤 권력이 작동한 방식에 대한 콘텐츠인 것이다. 감정과 문화적인 표현(행위)은 서로 응답한다. 이렇게 그의 회화는 형상기억의 기록을 단순히 창고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적인 실재적인 삶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요청한다는 의미에서 역사/문화적일뿐만 아니라 실존적이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16-25(동학혁명운동이야기1)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30×162cm_2016

 

집단적/역사적/문화적 기억으로서 상징성을 실존적으로 검토한 허진의 회화는 조형성이라는 회화의 근거와 이상에 대한 욕망으로 버무려진다. 그럼에도 그는 미메시스의 일관성에 저항한다. 그래서 그의 화면은 다시 카오스에 빠지고 유목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그에게 있어서 초기부터 현재까지 지속되는 화면의 대비와 대조 그리고 '애매성'(이 지점은 언젠가 새롭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은 실존주의적 사유와 정치적(경영과는 다른) 감각을 보여준다. 작가의 회화적 반복은 "모든 차이들의 비형식 존재"(질 들뢰즈)이다. 이를 통해 허진의 화면은 각 개체들의 미메시스가 허물어지는 형상에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다르더라도(혹은 달라 보일지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을 형상화하려는 의지는 어떤 간절한 화해적 요청이기도 하다. 그는 이미 1989년 형상성을 언급하면서 "현실에 대한 여러 각도의 해석"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려는 시도"를 자신의 회화미학으로 삼았다. 추상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탈-미메시스의 미학을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순응과 진화 사이에서(이 논의 또한 진화하는) 그는 생태적인 것을 선택한다. "야성은 거칠고 반문명적인 의미가 아니라 자연에 거스르지 않으면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생태적 요소를 지니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에서 여전히 인간중심주의와 내용을 중시하는 형식주의라는 모순적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그의 작업이 우리 시대의 포스트휴먼을 미학적으로 어떻게 감당할지 더욱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 김병수PS) 얼마 전 그는 내게 자신이 예술가 맞느냐고 물었다. 좋은 물음이라고 답했다.

 

허진_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2018-2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62×130cm×2_2018

 

인간과 자연의 화해, 작가 허진의 초대전 ● 허진 작가의 개인전이 『인간과 자연의 화해』이라는 주제로 인사동 동덕아트갤러리에서 12월 23일(수) 부터 12월 28일(월) 까지 진행된다. ● 이번 전시에서 허진은 작가의 다층적 기억을 인문학적 입장에서 재해석하면서 회화적으로 평면에 풀어내면서 다. 즉 그 전시 주제는 인간의 기억은 불확실성을 띠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기억의 축적이 곧 역사이며 또한 역사가 개인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점에서 착안했다. ● 특히 유목동물+인간-문명시리즈는 과학문명숭배에서 비롯된 폐해를 치유하고자 하는 환경 친화적 생태론을 기반으로 하여 형상화한 연작들이다. 유목동물을 자유롭고 복잡하게 배치하는, 여러 이미지의 나열은 자연과의 상생과 조화를 강조하는 작가의 소망과 열정을 보여준다.

 

허진_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2020-1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62×130cm×2_2020

 

작가 소개 및 작품 대요(大要) ● 허진은 조선말기 예원의 종장인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이자 호남 남종화의 시조인 소치 허련의 고조손이며 근대 남화의 대가인 남농 허건의 장손입니다. 말년에 전남 진도에 자리잡은 소치선생의 운림산방의 화맥을 5대째 이으면서 동시에 독창적인 현대 한국화를 창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묵시"시리즈, "다중인간"시리즈, "현대인 이야기", "익명인간"시리즈, "유목동물"시리즈 등을 발표하면서 이를 관통하는 화두인 "인간에 대한 탐구"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형상화시키는 작업을 하여왔습니다. ● 작가는 수묵화의 전통적 특징인 함축미를 벗어난 서사적 미적구조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형상적 유희세계를 채색화적 성격이 강한 표현방식에 의해 표현고자 한다. 이는 전통이라는 중압적 중층의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세이며 모더니즘에 대한 다중적 콤플렉스를 승화시키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화합하는 순환적 자연생태관을 지키고자 하는 친환경론을 주제로 삼은 작품세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허진_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2020-3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45×112cm×2_2020

 

유목동물인간문명시리즈 ● 유목동물인간문명시리즈는 역동적 야생동물의 묘사를 통해 자본문명에 젖은 기계적 삶에 예속된 현대의 삶을 탈피하여 자연 본성에 가까운 자유로운 세계로 인도하고자 한다. 작가는 인간조건의 근원을 위협하는 문명의 파괴적인 양상을 주목하고 문명과 인간탐구의 영역에서 동물을 부가(자연)하였다. 문명과 부유하는 인간 연작 위에 실루엣의 점묘로 대담하게 처리한 동물이미지는 문명의 온갖 단서와 익명인간이 오버랩 되면서 파편화되고 비순환적인 현실을 강렬한 색채로 부각시킨다. 문명의 월권과 그 파괴적 양상은 조화상실의 디스토피아적 상상과 함께 인간형상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고 있으며 주체적 관계상실을 동물과 문명의 제반 이기를 부각 시킴으로써 표현했다.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시리즈 ●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시리즈는 유전자 조작 및 가공, 유전자 재조합기술, 생명복제, 세포융합 등의 유전공학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이 자연 생태계의 오묘한 균형을 교란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로 다른 동물을 합체하여 탄생된 기이한 이종융합동물을 묘사하여 이러한 생물학적 오염과 생태적 재앙을 부각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사회를 지향하고자 했다. ● 인간과 자연이 평등하게 공존할 공동체를 상징할 수 대상을 섬으로 표현하였다. 섬은 어린 시절에 각인되었던 다도해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허균의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이나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아틀란티스 같은 유토피아로 상상하였다. 즉 말하자면 인성을 망각된 윤리의식에 젖은 과학문명에 경고하고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다도해의 풍경을 묘사하여 지혜로운 공동체적 삶들로 이루어진 마음속의 유토피아를 창조하고자 한다.

 

동학혁명운동이야기 시리즈 ● 작년 2019년은 또한 31운동과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해이다. 이 두 사건을 촉발시킨 연원이 있는 사건인 동학농민혁명과 연관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2016년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기획했던 동학전은 과거 동학군이 기세를 올렸던 전북에서 예술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정신을 이끌어내는 전시로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거기에 참여했던 허진은 그 전시에 출품했던 작품 여러점을 오랜만에 서울에 선보이기 위해 이번 수상전에 출품한다. ● 유목동물인간문명시리즈는 과학문명숭배에서 비롯된 폐해를 치유하고자 하는 환경 친화적 생태론을 기반으로 하여 형상화한 연작들이다. 자유로운 유목동물을 자유롭고 복잡다단하게 배치하는 이미지의 나열은 자연과의 상생과 과 조화를 강조하는 작가의 소망과 열정을 드러난다. 그 위에 부유하는 흑백 인간 군상들과 문명 소산물인 사물들은 부속테마로 등장시키면서 기술 중심 문명의 허구성과 익명화된 인간의 피폐성이 부각되게 한다. 혼란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이미지 화면은 인간과 사물의 근원을 추구하는 일관성을 담은 전체적 통합라는 메시지를 담은 합창적 이미지를 가미하어 조화롭고 안정적 분위기를 흐르게 한다. 동학혁명과 연관된 사실적 이미지들을 유목동물 연작 이미지에 무작위로 오버랩 시키면서 혁명적 분위기를 담은 시대적 단층을 드러낸다. 유목적 근대성과 정착적 고루성을 중첩시켜 부조리한 역사에 대한 풍자성을 은유하고자 한다. 자연 파괴적 제국역사관과 외세 저항적 민중역사관이 혼재하는 왜곡된 인식에서 벗어나 보다 더 나은 대동세상적 미래관을 긍정적으로 유도하고자 한다. ● 동학혁명운동을 형상화하여 원대한 이념을 담은 회화적 이미지를 창안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지난한 일이다. 여러 가지 조형적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이미지를 골라 조형적 어법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방법이 무난한 것 같다. 동학혁명을 회화적 이미지로 표현하면서 시대적 외침과 혁명적 열기를 담아낼 수 있는 중요이미지는 동학교주 2대 해월 최시형이 감옥에 수감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해월의 눈빛은 시대적 고뇌와 현실의 부조리를 담은 슬픔을 보여주어 정말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당시에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민화산수 이미지를 배경화면 이미지로 차용하고 동학에 관련된 텍스트용어들을 행서체로 삽입하여 그 시대적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였다 민중에 대한 신뢰와 대동 사회를 지향하는 미래에 대한 믿음을 담은 동학이념을 표현하고자하는 작가의 휴머니즘은 해월 전신상의 내면 묘사와 민중적 민화산수의 재해석한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그 작업 의미는 동학난을 봉기하게 하는 통사적 시각과 환경적 요인을 아울리는 역사인식을 재해석하여 화면에 조형적으로 복기하는 데에 있다. 특히 현실에 대한 나약함을 감추고 싶고 시대적 상황을 어두웠던 70-80년대 세대가 동학연작을 통해 시대적 모순을 내재하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자연적으로 치유하여 보다 나은 삶에 향한 긍적적 미래의식을 새롭게 가졌으면 한다. 이번 전시에서 허진 작가는 화업 32주년이 되는 올해를 기념하고 한국화 분야에서의 주제의식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작가 스스로의 작업 성과를 정리하는 것과 동시에 시대적 상황에 발맞춰 현대적 한국화를 계속 발전시키기 위한 미래 청사진으로서의 작업을 관객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이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유불선사상을 바탕으로 한 한국화가 존재하고 있다는 인식을 할 수 있고 21세기에 맞이하는 한국화에 영역에 있어서 새로운 방향과 참신한 형식을 부단히 추구하고자 하는 작가상의 전형을 이 곳에서 만나 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혁신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예술생태계의 복원을 꿈꾸며 침체된 한국화의 진흥을 일으키려고 노력하는 허진 작가의 고뇌 어린 예술정신을 엿볼 수 있다. ● 현재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 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31차례의 개인전과 550여회의 그룹•기획 전시에 참여했다. 한국화의 선도적 역할을 한 남농의 장손으로 전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Vol.20201223c | 허진展 / HURJIN / 許塡 / painting

기억의 다중적 해석
허진展 / HURJIN / 許塡 / painting
2019_0612 ▶︎ 2019_0630 / 화요일 휴관



허진_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1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45×53cm_201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70613d | 허진展으로 갑니다.

허진 홈페이지_http://hurjin.com/


초대일시 / 2019_0612_수요일_05:30pm

후원 / 통인가게_통인인터내셔날무빙_통인안전보관(주)

관람시간 / 10:30am∼06:30pm / 화요일 휴관



통인화랑

TONGI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2(관훈동 16번지) 통인빌딩 5층

Tel. +82.(0)2.733.4867

www.tongingallery.com



디아스포라와 노마드 – 작가의 삶과 예술의 본질 ● 작가 허진의 작업은 매우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이는 그가 취한 소재와 표현에 따른 화면의 형식에서 비롯되는 시각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그가 부단히, 그리고 매우 열정적으로 보여주었던 세상과 인간의 문제에 대한 집요한 추구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사유를 '디아스포라'(Diaspora)와 '노마드'(Nomad)라는 키워드를 통해 밝힌바 있다. 이는 단지 단상(斷想)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과 작업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단어로 읽혀지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 주지하듯이 '디아스포라'는 본래 태어난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정착하여 살고 있지만 여전히 고유의 관습이나 규범 등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가 운림산방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남종화 전통을 계승하는 가계의 적자로서 태생적 조건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남도를 떠나 유년과 청년 시절을 서울에서 보낸 삶의 역정,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의 소회를 '디아스포라'로 형용함은 대단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더불어 현대인과 현대문명에 대한 소회를 '노마드'로 표현한 바, 이 역시 일상적인 의미가 아닌 그의 삶과 예술과 연계된 또 다른 해석으로 전해짐은 그만큼 그의 삶과 예술이 각별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로서 허진은 일찍이 사회적 현실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특히 '익명인간'으로 대변되는 일련의 연작들은 그의 관심과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들로 각인되어 있다. 현실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더듬어 감과 동시에 치열한 역사 인식을 통해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민초들의 삶을 조망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실과 사회에 대한 인식은 그의 예술 역정에 있어 일관되게 견지되고 있는 주요한 테마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이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실험과 모색의 점철로 나타나고 있다. 예의 복합적이고 중의적인 화면은 바로 이러한 결과물들의 구체적인 실체인 셈이다. 이는 그의 태생적 조건에서의 이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른바 '노마드'적 예술역정의 시발인 셈이다.


허진_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3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45×53cm_2018

허진_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4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45×53cm_2018

일반적으로 동양의 전통회화는 서정성을 전제로 한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을 미덕으로 삼는다. 이는 재료와 표현에 있어 모두 통용되는 기본 원칙과도 같은 것이다. 이에 반하여 그의 작업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며 거침이 없다. 그것은 그가 속한 시대가 정치적으로는 물론 문화적으로도 격변의 시대였으며, 작가로서 그가 포착한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가 그만큼 치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시공을 통해 과거를 조망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작가 정신의 발로일 것이며, 그는 이를 성실히 실천함으로써 그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그의 다양한 역사적, 혹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담론의 시작은 언제나 인간 중심의 가치를 통한 성찰이었으며, 그것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분방함으로 분출되듯 표출되었다. 그것은 언제나 이상과 현실, 전통과 현대, 자연과 문명이 충돌하는 접점에서 이루어진 첨예한 것들이었으며, 그는 이를 통해 또렷한 주관적 인식을 거침없이 개진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의 작업은 서정에서 사사로, 전통에서 현대로 라는 일련의 변화를 도출해 낸 것이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16-27(동학혁명운동이야기3)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46×112_2016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16-28(동학혁명운동이야기4)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46×112_2016

 


근작에 이르러 그의 작업은 또 다른 지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이 여실하다. 이미 일정기간 천착하며 점차 특유의 형식을 구축하고 있는 새로운 작업들은 현대문명의 과학적 성취에 대한 성찰이다. '이종융합 + 유토피아'로 명명된 일련의 작품들은 과학의 발전에 따른 생명의 본질에 대한 심중한 의미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서로 다른 개별적 정체성을 지닌 생명에 대한 과학의 개입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주지하듯이 오늘날 우리가 실감하고 있는 문명의 발달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환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경이를 넘어선 경악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그 한계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명의 발달이 과연 인류의 행복을 담보하는 복음인지,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인지에 대한 그의 사유는 결국 '유토피아'라는 이상적 공간을 제시함으로 귀결되고 있다. 오늘날 문명이 전적으로 서구적 자연관에 기인한 것을 상기한다면,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유토피아'의 이상은 바로 상생(相生)과 상의(相依)를 전제로 한 동양적 자연관임을 어렵지 않게 상상해 볼 수 있다. 작가로서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수묵에서 시작하여 사회적, 역사적 사실과 서사에 관심을 둔 실험적 작업과 현대 과학문명에 대한 성찰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의 예술적 순례는 시작되었으며, 그것은 '노마드'로 대변되는 작가 개인의 삶인 동시에 현대 한국화가 감내해온 시공의 역사였다. 치열한 시대 인식과 개별성에 대한 추구, 그리고 이의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이루어진 그의 작품 세계가 결국 다시 동양적 자연관의 이상을 지향하고 있음은 의미하는 바가 남다르다. 그것은 비록 다른 지역에 정착하며 살지만 여전히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디아스포라'의 그것에 다름 아닌 것이라 여겨진다. '노마드'라는 것은 단지 공간적인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되고 외면된 불모의 땅에서 새로운 생명의 가치를 일궈내는 것이다. 또 그저 옛 것에만 집착하며 변화를 거부하며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자신을 갱신하는 창조적인 행위를 지향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를 전제로 작가로서의 허진에 대한 이해와 그 변화의 필연성은 더욱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그는 어쩌면 '타향'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책임감을 절감하며 '실향'의 고독함과 외로움을 치열한 작업을 통해 극복하며 '귀향'을 꿈꾸는 '디아스포라'의 '노마드'일 것이다. ■ 김상철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 2018-1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62×130cm_2018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 2019-6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160×130cm_2019

A Diaspora and A Nomad – An Artist's Life and the Nature of Art ● HurJin's works appear very complex and diversified in their meaning. This could be something visual deriving from his subject matter, expression, or scenes but what's more elemental is his very enthusiastic and persistent pursuit of issues pertaining to the world and humanity. He has unshelled his thoughts through keywords such as "diaspora" and "nomad." These are not just mere words that represent his brief ideas but salient terms that penetrate his entire life and oeuvre. As is widely known, a diaspora refers to a population that has left its original homeland to settle in another place while maintaining its intrinsic mores and norms. We are well aware that HurJin was born as one of the sons of a clan that inherited the tradition of Namjonghwa, the Southern School of Korean Painting (often referred to as literati painting represented by UnlimSanbang). After leaving his home, he spent his childhood and adolescence in Seoul. His use of the term "diaspora" to express the thoughts he had during this period of his life thus sounds very persuasive. Moreover, his use of the word "nomad" to represent his ideas on contemporary humans and modern civilization could be interpreted as another endeavor to elucidate his life and art. ● As an artist, HurJin has reacted sensitively to social realities from early on. His series titled Anonymous Humans holds up a true mirror to his concerns and the leanings of his art. He has poignantly criticized our social irregularities and contradictions based on his subjective interpretations of realities while shedding light on the lives of ordinary persons using his historical consciousness. His perception of our reality and society has provided him with the seminal theme he has consistently explored on his artistic journey. He has carried out diverse experimentations and explorations as a way to concretely attain this. The complex, multiple scenes mentioned above are the results of his implementation. These can be regarded as the starting point of his nomadic artistic journey, signifying his departure from the condition of his birth. ● In general, traditional Oriental painting has regarded implicative and metaphorical expression based on lyricism to be a virtue. This has been an elemental principle in terms of both material and expression. In contrast, Hur's work is defiant, experimental, and relentless since he had lived during turbulent times both culturally as well as politically and the contradictions and irregularities he had captured were so serious. However, even more important is his artistic spirit predicated upon how he reviews the past and faces the present. He has molded his own distinctive artistic idioms, putting his artistic spirit into practice. He has reflected on an array of historical and social issues while remaining anchored in human-centered values. He has represented this in his freestyle manner untrammeled by formalities. This is something that has always been achieved in the interface between the ideal and reality, tradition and modernity, and nature and civilization. He has represented his subjective consciousness through this without reserve. In this process, his works underwent a shift from lyricism to narrative and tradition to modernity. ● In addition, his recent works clearly demonstrate another shift in a different direction. Having gradually molded his own unique style, these new works can be seen as introspections into modern scientific accomplishments in modern civilization. A series of works titled Hybridization + Utopia are attempts to read into the significant meaning of life and its nature relying on the advancement of science. These works represent his concerns over what meaning any scientific involvement in a life form with a distinct identity can possess. As is widely known, the development of civilization is beyond our imagination. While it is miraculous, even more astonishing is how it is symbolically meaningful like the conversion from analog to digital. This changeover led us into a phase which we had never experienced in the past. His thoughts on whether the advancement of civilization is a gospel that can ensure happiness or simply a disaster is concluded with his presentation of an ideal utopia. Today's civilization is absolutely dependent on the Western view of nature but the idea of utopia Hur presents is predicated upon the Eastern view of nature that presupposes coexistence and interdependence. ● Hur initially started his artistic career with traditional ink-wash painting and then moved on to genuinely diverse tendencies from experimental work to work introspecting modern science and technology. His artistic pilgrimage triggered in this process is his life itself represented by the term "nomad" as well as a history of space that contemporary Korean painting has endured. It is particularly meaningful how his art is again pursuing the ideal Eastern view of nature while seeking awareness of the times and individuality as well as active practice. This is considered something like a "diaspora." The use of term "nomad" does not merely refer to spatial migration but is to cultivate the new value of life in an abandoned barren land. It also refers to one who pursues creative actions which renovate him or her through constant transformations rather than insisting on any specific value and way of life while sticking to the old and rejecting change. This understanding of his art obviously might require inevitable change in our comprehension of Hur Jin as an artist and his art. He is perhaps not only a member of a diaspora but also a nomad who has overcome solitude and loneliness through his intense involvement in work and dreaming of his home, keenly feeling a longing for his hometown in a strange land. ■ Kim Sang-cheol


Vol.20190612a | 허진展 / HURJIN / 許塡 / painting


남농 허건의 손자 화가 허진이 21일부터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아라아트 센터에서 25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유목동물+인간-문명 시리즈 중 한 작품(2013-14, 130×162,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아라아트)


                                         남농 허건의 손자 화가이자 전남대 교수인 허진의 25번째 개인전이 21일부터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 한스타 = 서 기찬 기자 ]


남종산수화의 대가 남농 허건의 손자이자 운림산방 화맥 5대손인 화가 허진(53)이 25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허진의 개인전은 ‘유목과 순환(Nomad and Circulation)’ 이란 주제로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아라아트센터(종로구 인사동 9길 26, 문의 02-733-1981) 3~4층에서 열린다.

전남대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화가 허진은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3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입학하여 동양화전공을 선택하였고 1985년 2월에 학사 졸업하였다. 1987년 3월에 동 대학원에 입학하여 1990년 2월에 “형상성의 서술적 표현양식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허진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자 조선 말기 남종화의 대가로 불린 소치(小痴) 허련(許鍊ㆍ1808~1893), 미산(米山) 허형(許瀅·1862~1938), 남농(南農) 허건(許楗ㆍ1908~1987)의 손자로서 대를 잇는 화가다.

이번 아라아트센터 기획개인전은 1988년 첫 번째 작품활동 이후 27년 동안 선보여온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정리하여 대표작을 전시하고 또한 최근 2-3년간의 신작들을 선보이면서 지난 화업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의미를 가진 전시이다.

3층 전시실은 1988년도부터 2012년까지의 작품들(묵시, 유전, 다중인간 등)을 시리즈별로 모아 대표작을 전시한다. 4층 전시실은 최근 2-3년간 꾸준히 해온 유목동물+인간-문명,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시리즈작품들을 선보인다.

허진은 수묵화의 전통적 특징인 함축미를 벗어난 서사적 미적구조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형상적 유희세계를 채색화적 성격이 강한 표현방식에 의해 표현고자 한다. 이는 전통이라는 중압적 중층의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세이며 모더니즘에 대한 다중적 콤플렉스를 승화시키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화합하는 순환적 자연생태관을 지키고자 하는 친환경론을 주제로 삼은 작품세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변길현(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은 “허진은 광주가 예향의 증거로 내세우는 운림산방의 5대손이다. 소치 허련의 아들이 미산 허형이고 그의 아들이 남농 허건이며 그의 손자가 허진이다. 그의 가계(家系)는 그에게 있어서는 양날의 칼이었다. 소치의 남종화는 중국에서 기원한 남종화의 고증이자 조선 문인화의 완성이었다. 조선이 망하고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소치의 손자 남농은 새로운 남종화를 꿈꾸었다. 일제시대 호남지역의 중심지는 목포였고, 어릴 적 목포로 이사한 남농은 목포에 터전을 잡았다. 오늘날 남농기념관이 광주에 있지 않고 목포에 있는 이유이다. 전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화가의 숙명이고 의무이다. 남농은 선대의 중국화풍을 벗어나 독자적인 화풍을 이루었고 그렇게 운림산방의 전통과 창신이 이어졌고, 이제 5대손인 허진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라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이번 개인전은 자연과 인공, 인간과 동물 등이 함께 어우러진 작가 허진의 세계관이 반영된 또 다른 세상으로의 초대가 될 것이다.

kcsuh63@hanstar.ne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