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황재형씨가 자본 권력의 횡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성토하고 있다.



예술의 생산자인 작가가 돈이 없어 미술관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생겨, 가난한 작가들을 더 슬프게 만들었다. 

주인공이 배제된 미술관이 무슨 필요가 있는지의 논란에, 미술관입장을 자유롭게 해야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16일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해석된 풍경’ 작가와의 만남에서 일어난 이 소란은 작가의 전시 관람을 막아 빚어졌다.
화가라면 다 알만한 중견작가가 전시장에 입장하려는데, 입장권이 없어 안 된다며 막은 것이 불씨가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화가 황재형씨가,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할 수 없다며 노발대발해 한동안 미술관 측의 성토장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억눌려 온 자본권력에 대한 성토나 마찬가지였다.



작가 황재형



가난한 작가가 친구 전시 보는데 돈이 없어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

그 날은 황재형씨 덕분에 화가들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모든 미술관들이 상시 적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화가 박불똥씨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씨의 총괄기획 아래 진행된 ‘해석된 풍경’은 80년대 이래 한국의 자연과 사회, 인간의 모습을

독자적으로 생산한 작품을 내 걸어, 시대를 재조명하려는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실체였다.



황재형작


참여작가로는 강요배, 금민정, 김성룡, 김정헌, 김준권, 김지원, 박불똥, 박생광, 손상기, 손장섭, 송 창, 신학철, 안성석, 안창홍,

오원배, 유근택, 이명복, 이세현, 이제훈, 이종구, 임옥상, 임흥순, 장종완, 조혜진, 홍선웅, 황용엽, 황재형씨등 스물일곱명이었다.



사회를 보는 미술평론가 윤범모씨


지난 16일 오후2시부터 열린 마지막 작가와의 대화에는 윤범모교수의 사회로

이종구, 황재형, 박불똥씨가 차례대로 나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종구작



쌀포대 작가로 잘 알려진 이종구씨가 제일 먼저 농민들의 애환이 담긴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작품을 설명했다.

황재형, 이종구씨 모두가 아버지를 반복해 그린 공통점이 있었고, 초지일관 농부와 광부를 붙들고 작업하는 것도 똑 같았다.

한 때 일산에서 살았던 박불똥씨는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벌어졌던, 주민들과 함께 싸운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작가 이종구



작가와의 대화라기 보다 작가가 작품들을 보여주며 이야기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주인공으로 나온 작가 외에도 장경호, 박 건, 윤병갑, 고 헌씨 등 많은 작가들이 자리를 채웠다.



좌로부터 화가 이종구씨와 박건씨



이 '해석된 풍경'전은 그 이튿날인 17일에 막을 내렸다. '성곡미술관'이란 이름과 함께... 

이 미술관이 자그만치 800억원의 매물로 나왔다는데, 무엇이 들어설까?

더 이상 자본권력이 예술가를 갖고 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진, 글 / 조문호




박불똥작








































이종구국토-은행동 류씨, acrylic on kraft paper, 138x136 cm, 1991


인간은 풍경 속에 있다. 풍경은 인간이 발견하고 사유하는 과정이 담긴 해석의 대상이다. 무한한 공간에 마치 프레임을 두는 것과 같이 같은 대상임에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경험이나 문화, 사회 또는 역사 등의 다층적인 맥락에서 독자적인 해석을 갖는다. 그리고 작가는 이를 예술행위로 작품에 담아낸다.

 

2017 1125일부터 1217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개최하는 <해석된 풍경>은 윤범모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의 총괄기획 아래 작가가 발견하고 해석한 시대의 풍경, 80년대 이래 한국의 자연과, 사회, 인간의 생생한 모습을 독자적으로 그려낸 27인의 작품으로 재조명하였다.이번 전시에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한국의 리얼리즘 미술'이다. 리얼리즘(Realism) 미술은 현실 속의 대상을 사실적인 형상으로 담아내는 화풍으로 19세기 중엽 유럽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로 사회주의적 배경에서 시작하였다. 사진기의 등장으로 과거 미술이 가졌던 기록적인 기능이 탈락하면서 미술사조는 점차 낭만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적 흐름으로 발전하는데, 리얼리즘은 이에 반하여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고 개인의 시대를 담아내는 새로운 미()개념을 제안한 것이다.


홍선웅, 울산역사고(歷史考), woodcut, 90x200 cm, 2016



한국에서의 리얼리즘 미술은 1970 년대 말 '민중미술'로 구체화된다.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발전한 민족주의적 요소와 독재정권, 산업화 등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현실 인식이 기반이 되어 80 년대 격동의 '한국 풍경'을 담아낸다. 식민지와 남북 분단에 따른 이념적, 지리적인 분단의 시대에서 한국의 민주화는 오히려 대중을 억압하고 희생하게 하는 모순적인 풍경을 보여왔다. 미술 또한 마찬가지였다.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 속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때 1979 년 태동, 1980 10 월 창립전을 가진 '현실과 발언'이 민중미술의 서막을 알린다. 이는 1980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국민의 민주주의를 찾고자 하는 저항정신에 대한 자각과 연대라고도 볼 수 있다


송창, 욕망의 분수(噴水), oil oncanvas, 125.5x212 cm, 1985


<해석된 풍경>전에 참여하는 다수의 작가들은 민중미술의 중심이었던 '현실과 발언'80년대 중반에 결성된 '민족미술협의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미술의 현실참여를 주장하였다.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작가만의 독창적인 언어로 담아내는데, 신학철박불똥은 이미지를 조합하는 포토몽타주 기법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익숙하지만 기괴한 모습의 거대한 서사적 풍경으로 재탄생시킨다.


이명복, 기다리며, acrylic on Korean paper, 200x135 cm, 2015



오늘날까지도 정치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는 박불똥은 대중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새로운 모습으로 조합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개별적인 요소와 전체적인 이야기를 찾아가도록 한다.



박불똥 대황밍국풍경, pigment print 148X340cm  2017



전시가 주목하고자 하는 한국의 리얼리즘은 '민중미술'이 시작이지만 오늘날까지 현실을 발언하는 작가들의 독창적인 시각을 보기 위함이다. 80년대 말 독재정권은 끝났고, 소련은 붕괴되었다. 90 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대두와 대중문화의 변화로 민중미술그룹은 자연스럽게 해체되었고, 작가들은 오늘날 원로작가가 되어 있다. 오늘날 그들이 발견하는 풍경의 모습은 어떠할까? 거기에는 ''이 있다. 임옥상은 사회참여적이고 대중적인 소통을 위해 사회운동에 참여하며 이를 자신에 화폭에 담아내고 있고, 이종구는 자신이 살던 충남 서산 오지리의 농민들의 모습과 평택 대추리의 농민들의 모습을 직접 담아내며 작가의 시선으로 그들의 애환과 소망을 그려내고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민중미술가 안창홍은 풍경화, 인물상 등 표현방식과 매체는 다양하지만 세상 이야기와 작가 개인의 삶의 흐름을 꾸준히 연결해가는 자세로 그의 열정적이고 꾸준한 발언을 살펴볼 수 있다.  



임옥상, 여기, 흰꽃 II, mixed media on canvas, 112x420 cm, 2017



인간이 그림 속에 있지 않지만 인간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1948년 제주 4.3 항쟁의 역사적 아픔을 그려 민중미술 작가로 부상했던 강요배는 이십 년의 서울 생활 후 제주에 귀향하여 제주의 풍경을 화폭에 담고 있다. 그는 '자연이 곧 민중의 삶의 터전이라'라는 철학으로 자연 풍경을 그려낸다. '일상' 속 '지금', '여기'라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대상들과의 소소한 정서적 교감해 주목해 온 유근택은 커다란 한지 위에 작가가 생활하는 실내와 산책하는 길의 풍경을 담아낸다. 태백시의 탄광촌에 살며 광부의 삶과 공간을 그려내는 황재형은 탄광촌의 고즈넉하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을 두꺼운 물감으로 캔버스에 응집해놓는다. 

 

 
강요배, 노각성 조부줄, acrylic on canvas, 162x130 cm, 2015



<해석된 풍경> 전시는 코리아 투모로우의 아홉 번째 기획전으로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글로벌적 가치 향상'을 지향하고 있다. 2009 년 출범한 이래 신진부터 중진, 원로에 이르는 약 400 여 명의 작가를 매년 대규모의 기획전을 열어 소개하였고 기획자, 전문가, 컬렉터 등이 함께하여 한국 현대미술의 창의적인 담론이 꾸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기여하였다.

 


황재형, 이징가미, oil on canvas, 112.1x162.2 cm, 1996



단발적인 기획에 익숙해져있는 국내 문화예술생태계에서 코리아 투모로우는 한국 시각예술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조명한다는 중장기적인 비전과 자세를 제시하고자 한다.


[스크랩] 글: 최보경 코리아 투모로우 큐레이터
 


[전시개요]- 전 시 명: 코리아 투모로우 2017: 해석된 풍경-

전시기간: 2017년 11월 25일 – 12월 17일-

전시장소: 성곡미술관 전관(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참여작가: 강요배, 금민정, 김성룡, 김정헌, 김준권, 김지원, 박불똥, 박생광, 손상기, 손장섭, 송창,  신학철,안성석, 안창홍, 오원배, 유근택, 이명복, 이세현, 이제훈, 이종구, 임옥상, 임흥순, 장종완, 조혜진, 홍선웅, 황용엽, 황재형(27인)-

기 획 자: 윤범모 미술평론가, 동국대미술사학과 석좌교수-
주    최: (주)코리아투모로우-

후    원: 서울시-

장소후원: 성곡미술관


[부대프로그램: 작가와의 대화(ARTIST TALK)]- 장소: 성곡미술관 2관 3층 3전시실
- 일정
12월 2일(토) 오후 2시-5시: 강요배, 김준권, 신학철

12월 9일(토) 오후 2시-5시: 유근택, 임옥상, 홍선웅

12월 16일(토) 오후 2시-5시: 박불똥, 이종구, 황재형


[관람안내]- 관람요금: 일반10,000원 | 초중고생, 65세 이상 20% 할인              

* 20인이상학생단체 50% 할인- 관람시간: 10:00~19:00 (월요일 휴관, 전시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위    치: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성곡미술관 전관

- 문    의: 02-3481-2009 (코리아 투모로우 사무국) / www.koreatomorrow.org
- 관람문의: 02-737-7650(성곡미술관) sungkok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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