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갤러리브레송 오는 20일까지




후덥지근한 장마철에 눈이 번쩍 뜨이는 사진전이 열렸다.

오는 2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리는 양승우의 ‘청춘길일’이다.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숱한 전시를 하였건만, 고국에서는 처음 있는 전시다.


몇 일전, 인터넷에 올라 온 사진들을 보아 기대는 했으나, 사진들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전시장 가득 돈 냄새와 여자냄새, 마약 같은 찐득한 냄새들이 진동했는데, 인간의 존재 의미를 되묻는 듯,

내면에 숨어있는 원초적 욕망을 꿈틀거리게 했다.


전시를 보고 말한 미술학자 이태호 교수의 말이 적확했다.

“고급스런 하위문화가 넘쳐나는 세상에 저질스런 고급문화를 본다.

양승우의 사진을 보면 그동안 우리 다큐가 세상의 한쪽 구석에서 참으로 소심하고

착하게만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본 작가의 첫인상은 폭력배처럼 우락부락한 것이 아니라, 내성적이고 온순한 사람이었다.

또 겸손했다. 단지 그의 눈빛에서 강한 의지력을 읽었을 뿐이다.






조직 폭력배로 삶을 살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친구가 사진 찍는 동기부여를 했다고 한다.

대개의 다큐멘터리사진가들이 내세우는 사회에 감춰진 이면을 기록하려는 사명감에 앞서,

사진가로서 죽은 친구 사진이 한 장도 없음을 후회하며 살아남은 친구들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솔직한 말인가? 사실, 잘 모르는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을 찍는 게 스스로에게 더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명분 있는 사회적 약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양승우 사진에 등장하는 조직폭력배들도 돈 없는 죄와 못 배운 죄를 짊어 진

사회적 약자에 다름 아니며, 똑 같은 인간일 뿐이다.

사진에 드러난 찐득한 모습 뒤에 인간적인 애잔함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는 양승우의 사진이 껄끄럽거나, 그 사진 속의 사람들을 손가락질 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밖으로 들어내지 않아 그렇지, 어느 정도의 양면성은 다 있다.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고, 섹스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전시장에 오는 도중 충무로 역 앞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 차가 밀려 내려가 앞 차를 받았다.

경미한 충격이라 내려 보니 차에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러나 당연한 듯 인사사고를 접수하라는 것이다.

영업용기사야 힘들게 일하는 것 보다 병원에서 지내며 일당을 받을 욕심인지 모르지만,

뒷자리에 앉은 보험회사원까지 병원에 가겠다는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예전에는 목이라도 움켜지며 아픈 척이라도 했지만, 지금은 아주 당연하다는 식이다.





이런 지저분한 세상에, 의리 하나로 뭉쳐 사는 그들을 누가 욕할 수 있겠는가?


양승우는 2006년 도쿄공예대학 미디어아트 박사전기과정을 수료하기까지 10여 년 동안

청소를 비롯하여 온갖 잡일에 전전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그 사이 가부키초의 야쿠자를 시작으로 고토부키초의 일용직 노동자, 노숙자 곤타씨 등 서너 개의 테마를 동시에 찍었다.




20여 년 동안 열 번 이상의 사진전과 네 권의 사진집을 냈고, 열 번 이상의 사진상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일본 도쿄의 ‘젠 포토 갤러리’와 프랑스 파리의 ‘인 비트윈 아트 갤러리’ 소속작가지만,

여전히 일용직 노무자로 일하고 있다. 이것이 다큐멘터리사진의 비참한 현실이다.





언급한 이력이나 유명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진들이 주변을 오가며 찍은 것이 아니라

그 조직폭력배의 일원으로 찍었다는 것이다.

함께 즐기며 찍지 않고는 이렇게 강력한 소구력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교도소는 물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각오로 온 몸을 바쳐 즐기는 사진가가 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겠는가?





전시된 사진들은 옛 친구들과 놀던 2003년부터 2006년 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찍은

우리나라 조폭집단의 실상이지만, 일본의 야꾸사들을 찍은 사진집도 펴낸 적이 있었다.

한국에선 조직폭력배 친구들이 많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일본은 달랐다.

찍으려는 작가의 진정성을 알아보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의 사진들은 피사체와 작가의 경계가 없다. 그리고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마저 허문 독창성이 있다.

주변의 누군가에 카메라를 쥐어 주고는 자신이 사진화면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혹자는 “그게 어떻게 양승우의 사진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누가 셔터를 눌렀나 보다 함께 교감하는 작가의 의도가 더 중요한 것이다.





사진가가 찍어 온 야쿠샤, 노숙자, 동성애자 사진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듯 친밀하게 다가 온다.

어디가 진실이고 허구인지가 궁금할 정도로 기록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자신이 당하는 현실 속의 분노와 욕망의 찌꺼기까지 과감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밑바닥 인생의 솔직하고 과감한 접근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우리사회의 숨겨진 일면을 담아낸 이 자전적 기록들은 누가 뭐래도 역사로 길이 남을 것이다.





이토록 훌륭한 사진가이건만, 살아가는 현실은 비참하다. 한국에 들어 와 살고 싶지만,

한국에는 일거리 얻기가 힘들어, 그나마 아르바이트 일거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본에서 산단다.

그 것도 몇 년 동안 길거리에 노숙하며 살았는데, 사진과 재학 때 후배였던 지금의 아내가 결혼을 서둘렀다고 한다.


  
▲사진가 양승우

전시 개막식에서 했다는 그의 말에서 고집스런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오늘 여기 오신 여성분들이 볼 때는 제 사진이 좀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사진이냐? 라고 하시는 분이 계시면 싸울 수 밖 에 없습니다. 예술이란 답도 없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앞으로 계속 해 나갈 것입니다.“

전시와 함께 눈빛출판사의 ‘눈빛사진가선 27집’ 양승우사진집 “청춘길일”이 나왔다,

가격은 12,000원이다.











덥지근한 장마철에 눈이 번쩍 뜨이는 사진전이 열렸다.
오는 2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리는 양승우의 청춘길일이다.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숱한 전시를 하였건만, 고국에서는 처음 있는 전시다.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해, 아내가 쉬는 날을 택해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여기 저기 볼일이 많아 차를 끌고 나왔는데, 정차 중에 브레이크가 밀려 경미한 접촉사고가 난 것이다.

간신히 처리하고 전시장에 들렸더니, 양승우씨 내외를 비롯하여 김남진 관장도 있었다.



몇 일전, 인터넷에 올라 온 사진들을 보아 기대는 했으나, 전시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전시장 가득 돈 냄새와 여자냄새, 마약 같은 찐득한 냄새들이 진동했는데,

인간의 존재 의미를 되묻는 듯, 내면에 숨어있는 원초적 욕망을 꿈틀거리게 했다.

오랜만에 사진다운 사진을 보았다.





시를 보고 말한 미술학자 이태호 교수의 말이 적확했다.
고급스런 하위문화가 넘쳐나는 세상에 저질스런 고급문화를 본다.

양승우의 사진을 보면 그동안 우리 다큐가 세상의 한쪽 구석에서 참으로 소심하고

착하게만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본 작가의 첫인상은 폭력배처럼 우락부락한 것이 아니라, 내성적이고 온순한 사람이었다.

또 겸손했다. 단지 그의 눈빛에서 강한 의지력을 읽었을 뿐이다.






조직 폭력배로 삶을 살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친구가 사진 찍는 동기부여를 했다고 한다.

대개의 다큐멘터리사진가들이 내세우는 사회에 감춰진 이면을 기록하려는 사명감에 앞서,

사진가로서 죽은 친구 사진이 한 장도 없음을 후회하며 살아남은 친구들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솔직한 말인가? 사실, 잘 모르는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을 찍는 게 스스로에게 더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명분 있는 사회적 약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양승우 사진에 등장하는 조직폭력배들도 돈 없는 죄와 못 배운 죄를 짊어 진

사회적 약자에 다름 아니며, 똑 같은 인간일 뿐이다.

사진에 드러난 찐득한 모습 뒤에 인간적인 애잔함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는 양승우의 사진이 껄끄럽거나, 그 사진 속의 사람을 손가락질 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밖으로 들어내지 않아 그렇지, 어느 정도의 양면성은 다 있다.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고, 섹스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앞서 언급했지만, 충무로 역 앞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 차가 밀려 앞 차를 받은 일이 있었다.

경미한 충격이지만 내려 보니, 차에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러나 당연한 듯 인사사고로 접수하라는 것이다.

영업용 기사야 힘들게 일하는 것 보다 병원에서 지내며 일당을 받아 낼 욕심인지 모르지만,

뒷자리에 앉은 보험회사원까지 병원에 가겠다는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예전에는 목이라도 움켜지며 아픈 척이라도 했지만, 지금은 아주 당연하다는 식이다.
이런 지저분한 세상에, 의리 하나로 뭉쳐 사는 그들을 누가 욕할 수 있겠는가?






양승우는 2006년 도쿄공예대학 미디어아트 박사전기과정을 수료하기까지 10여 년 동안 청소를 비롯하여

온갖 잡일에 전전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그 사이 가부키초의 야쿠자를 시작으로 고토부키초의

일용직 노동자, 노숙자 곤타씨 등 서너 개의 테마를 동시에 찍었다.


20여 년 동안 열 번 이상의 사진전과 네 권의 사진집을 냈고, 열 번 이상의 사진상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일본 도쿄의 젠 포토 갤러리와 프랑스 파리의 인 비트윈 아트 갤러리소속작가지만,

여전히 일용직 노무자로 일하고 있다. 이것이 다큐멘터리사진의 비참한 현실이다.






언급한 이력이나 유명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진들이 주변을 오가며 찍은 것이 아니라

그 조직폭력배의 일원으로 찍었다는 것이다.

함께 즐기며 찍지 않고는 이렇게 강력한 소구력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교도소는 물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각오로 온 몸을 바쳐 즐기는 사진가가 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겠는가?

전시된 사진들은 옛 친구들과 놀던 2003년부터 2006년 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찍은

우리나라 조폭집단의 실상이지만, 일본의 야꾸사들을 찍은 사진집도 펴낸 적이 있었다.

한국에선 조직폭력배 친구들이 많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일본은 달랐다.

찍으려는 작가의 진정성을 알아보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피사체와 작가의 경계가 없다

주변의 누군가에 카메라를 쥐어 주고는 자신이 사진화면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혹자는 그게 어떻게 양승우의 사진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가 셔터를 눌렀나 보다 함께 교감하는 작가의 의도가 더 중요한 것이다.






사진가가 찍어 온 야쿠샤, 노숙자, 동성애자 사진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듯 친밀하다.

어디가 진실이고 허구인지가 궁금할 정도로 기록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자신이 당하는 현실 속의 분노와 욕망의 찌꺼기까지 과감하게 드러내 보여 주었다.
밑바닥 인생의 솔직하고 과감한 접근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한 충격을 안겨 준다.
우리사회의 숨겨진 일면을 담아낸 이 자전적 기록들은 누가 뭐래도 역사로 길이 남을 것이다.

이토록 훌륭한 사진가이건만, 살아가는 현실은 비참하다. 한국에 들어 와 살고 싶지만,

한국에는 일거리 얻기가 힘들어, 그나마 아르바이트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본에서 산단다.

그 것도 몇 년 동안 길거리에 노숙하며 살았는데, 사진과 재학 때 후배였던 지금의 아내가 결혼을 서둘렀다고 한다.

 


 


전시 개막식에서 했다는 그의 말에서 고집스런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오늘 여기 오신 여성분들이 볼 때는 제 사진이 좀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사진이냐? 라고 하시는 분이 계시면 싸울 수 밖 에 없습니다.

예술이란 답도 없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앞으로 계속 해 나갈 것입니다.





전시와 함께 눈빛출판사의 눈빛사진가선 27양승우사진집 청춘길일이 나왔다,
가격은 12,000원이다.


글 / 조문호








좌로부터 필자 조문호, 양승우 부부, 뒷줄 김남진 브레송관장과 장터사진가 정영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