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집과밤_린넨에 아크릴릭_73x53cm



서숙희의 집과 밤그림전 개막식이 지난 9일 오후5, 통의동 류가헌에서 있었다.

그 전시장은 여러차례 가보아, 위치엔 신경 쓰지 않고 찾아갔다.

그러나 경복궁역에서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얼마나 헤매었는지, 30분이나 늦어버렸다.

 

어렵사리 찾았더니, 작가 서숙희, 신대엽 부부는 물론 황효창, 길종갑, 김대영, 최형순, 이수환씨등

춘천의 화가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있었다. 뒤늦게 사진을 찍었으나 그의 설거지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을 보며, 뭔가 아련한 몽환적 기억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인적 드문 곳에 자리 잡은 구멍가게나 집들의 흔적이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진 않았지만,

분명 오래 전 만났던 풍경이었다.

 

낮과 밤으로 나뉘어 그려진 집을 비롯해 물이나 풀, 창고 등의 형체가 희미한 안개나 어둠에 묻혀있었다.

선묘 형태로 형체를 흐릿하게 드러내며, 색채 깊숙한 곳에 묻힌 이담의 작품은 언뜻 추상화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그림들은 마치 슬픈 상처를 가린 듯, 아늑한 꿈 속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서숙희씨는 왜 그토록 집에 집착했을까?

인간의 삶이란 모든 것이 집에서 이루어진다.

사랑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 집에서 비롯되지만, 또 집에서 매일같이 밤을 맞이한다.

집은 작가의 많은 기억들을 끌어낼 수 있는 매개였기에 집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의 작품에는 변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도사리고 있었다.

오직 서숙희 만이 회억하며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 생각되었다.

작품은 작가 스스로의 위안이기도 했지만, 작품을 보는 감상자에게도 위안을 안겨주었다.

    


2015 밤길_린네에 아크릴릭_53x33cm


 2016  여름밤_리넨에 아크릴채색_73x61cm


2015 숲속의 집-밤_린넨에 아크릴릭_91x61cm


2016 밤_순지에 아크릴채색_53x34cm


2016 망초꽃핀 운동장_리넨에 아크릴채색_73x60cm


2015 차가 잘 다니지 않는 곳에 구멍가게를 내다_린넨에 아크릴릭_52x52cm



메밀꽃 필 무렵이란 뒤풀이 집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내 머리 속에 남은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술을 마시다, 다시 전시장에 들려 찬찬히 그림들을 둘러보다 무릎을 친 것이다.

맞다! 고등학생 시절, 버스 차장 때문에 본 풍경이었네

갑자기 아득한 추억 속의 그리움이 왈칵 밀려왔다.

 

그 추억은 반세기 전, 고등학교 다닐 무렵, 집에 가는 시외버스 탔을 때 일이었다.

그 날 처음 본 버스 차장의 매력에 끌려, 우리 동네를 지나치고 마냥 따라 간 것이다.

종점은 표충사인접 마을이었는데, 도착하니 서서히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소녀는 숙소로 사라져버렸는데, 이미 돌아 갈 차도 끊겨버렸다,

 

희미하게 길과 집들이 보였지만, 내가 안착할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하릴없이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본 희미한 풍경들이, 바로 서숙희의 그림 속에 똬리 틀고 있었던 것이다.

멀리 산길을 지나치던 자동차의 희미한 불빛도 보았고, 들어가 쉴 수 없는 집이나 창고도 보였고,

여기 저기 파수꾼처럼 버틴 희미한 나무도 보았던 것이다.

 

길섶에 앉아 두려움에 떨면서도, 이름도 성도 모르는 소녀 생각에 밤을 꼬빡 지센 것이다.

차라리 잠이라도 들었더라면,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녘의 풍경을 바라보며 돌아 왔던, 무모했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결론적으로 서숙희씨가 말하고자 하는 그림 이야기는,

잊혀져가는 그리움의 기억을 찾아내고, 슬픈 상처를 다독이며 서로 위안하는 것이었다.


류가헌’(02-720-2010)에서 열리는 이담 서숙희 그림전은 24일까지 이어진다.

이 살랑대는 봄날, 그 아련한 그리움의 풍경  찾아 가보자.

 

사진,/ 조문호





































































 

 

 

 

 

 

 

 

 


이담 서숙희의 ‘집과 밤’ 네 번째 개인전이 지난 4월 19일부터 24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낮과 밤을 나눈 그의 그림들은 일련의 그림 솜씨나 말솜씨로, 보는 사람의 아늑한 감성을 건드리며, 말 걸어오고 있다.


낮과 밤으로 나뉘어 그려진 집을 비롯해 물이나 풀, 창고 등의 형체가 희미한 안개나 어둠에 묻혀있다. 선묘 형태로 형체를 흐릿하게 드러내며, 색채 깊숙한 곳에 묻은 이담의 작품은 언뜻 추상화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그림들은 마치 슬픈 상처를 가린 듯, 아늑한 꿈속으로 이끌어 준다.



선 2015_idam_차가 잘 다니지 않은 곳에 구멍가게를 내다_린넨...


보일락 말락  산길을 지나는 자동차의 자취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 올리게 했고, 안개에 가린 듯한 희뿌연 그림들은 마음속에 가라앉은 사무친 그리움을 들춰냈다. 조근 조근 속삭이는 말들이 마치 한 편의 시를 보듯, 긴 여운을 남겼다.


그런데, 서숙희씨는 왜 그토록 집에 집착했을까?
인간의 삶이란 모든 것이 집에서 이루어진다. 사랑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 집에서 비롯되지만, 또 집에서 매일같이 밤을 맞이한다.

 


선2016_idam_망초꽃핀 운동장_린넨에 아크릴채색 73x60



집은 작가의 많은 기억들을 끌어낼 수 있는 매개였기에 집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의 작품에는 변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도사리고 있었다.
오직 서숙희 만이 회억하며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 생각되었다.


작품은 작가 스스로의 위안이기도 했지만, 작품을 보는 감상자에게도 위안을 안겨주었다.
서숙희씨가 말하고자 하는 그림 이야기는, 잊혀져가는 그리움의 기억을 찾아내고,
슬픈 상처를 다독이며 서로 위안하는 것이었다.



[서울문화투데이]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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