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 사진가

2016.04.26 - 서울문화투데이-


안산 대부도 절벽의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새끼를 찍겠다고 둥지 주변의 나무를 모조리 잘라내 서식지를 엉망으로 만들더니,

또 어떤 이들은 동강할미꽃을 찍겠다고 벼랑에 기어올라 동강할미꽃을 망가트린다는 연이은 소식들로 온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봄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동강할미꽃 찾아, 서식지인 정선 귤암리로 몰려든다. 아름다운 꽃을 찍는 걸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사진인의 잘못된 욕심들은 바위틈에서 자라는 꽃의 묵은 잎과 줄기를 없애거나, 이슬처럼 보이려 물까지 뿌려댄다.

동강할미꽃은 해가 떠올라 날씨가 따뜻해야 꽃이 피기 때문에, 핀 꽃에는 이슬이 맺힐 수 가 없다.

그리고 화면을 단순화하려 꽃을 감싼 마른풀을 뜯어내고 있는데, 생태사진은 꽃도 꽃이지만,

꽃의 습성이나 자연적인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왜 모를까?

자연환경에 대한 보호의식은 물론, 야생화사진의 가치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으니 더 안타깝다


매년 이 맘 때면 화엄사 매화나무를 찍으려 하루500여명이 몰려드는가 하면, 구례 산수유 같이 꽃피는 마을들이 사진인 들로 북적인다.

꽃구경이라면 모르겠으나, 똑 같은 사진을 찍어 다들 어디에 쓸까? 때로는 모델까지 동원해 영화촬영 하듯 몰려다니는 걸 보면 정말 가관이다.


이 모든 원인은 단 한가지다. ‘사진작가협회’에 입회하기 위한 공모전 출품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단체에 들어가야 사진작가가 되는 줄 착각들 한다.


하기야 회원증에다 ‘사진작가증’이라 적어 놓았으니, 순진한 초보들이 속을 수밖에 없다.

이제 전국회원 만 명에 가까운 공룡집단으로 성장해, 그 먹이사슬에 의해 초보 사진인 들이 희생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진을 제대로 하는 사진가들이 그 단체에 소속되었다는 이야기를 아직 들어 보지 못했다.


80년대 중반 단체의 구태에 환멸을 느낀 사진학과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탈퇴하므로 명실상부한 아마추어 단체로 남게 된 것이다.

회원들의 자질 향상을 위한 사진교육은 뒷전이고, 숱한 공모전 비리나 만들어내며, 회원증 장사와 감투 늘리기에 급급하더니,

이제 그 한계점에 달한 것 같다.

문제는 그 단체를 이끌어가는 주체들이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아마추어라는 점이다. 뭘 모르니 후진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해 야생화사진의 대가라는 김정명씨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가 발표한 동강할미꽃은 마른풀이 제거되거나, 꽃잎에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심지어는 인공조명까지 사용해, 마치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 같았다. 엉터리 사진들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발표하니,

너도 나도 그 짓을 따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구에 사는 장국현씨는 제 작년 울진에서, 대왕송을 찍기 위해 주변의 금강송과 활엽수를 스무 다섯 그루나 베 낸 일도 있었다.

여론의 질책에도 자성은커녕, ‘예술의전당’에서 안 된다는 전시를 소송까지 걸어 열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무슨 대단한 예술을 하는지 모르지만, 인간으로서 기본이 되지 않은 몰염치들이다. 내가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어디 그 뿐인가, 세월호의 원흉 유병헌도 사진한다며 국제적 망신을 시키지 않았더냐?


1983년에는 청산가리를 먹여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찍었던 희대의 살인마 이동식도 아마추어 사진인이었다.

취미 사진의 순수함이 이런 몰지각한 이들로 이름이 더럽혀 진 것이다.

사진이 돈 있는 자나 할 일 없는 건달들의 자기 과시욕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사진을 제대로 공부했거나, 전업으로 메 달리는 사진가들은 대부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평생을 사회기록에 매달려 온 나 역시, 남은 건 신용불량자란 딱지뿐이다.

이러나저러나 범법자이긴 마찬가지니 차라리 사진을 그만 두고 싶다.


더 이상 열심히 작업하는 선의의 사진가들을 욕되게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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