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리의 ‘두드림으로 그린 소리-겁’이란 색다른 전시가 지난 2일 인사동 ‘KOTE 갤러리’에서 개막되었다.

 

그 날은 전시가 시작되는 수요일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아는 작가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사진가 남 준씨와 화가 조신호씨도 만났다.

 

먼저 ‘인사아트프라자’의 박재동화백 작업실을 찾았더니, 1층에서 2층 입구로 작업실을 옮겼더라. 매번 갈 때마다 원고마감 시간에 쫒기셨는데, 이젠 개방되지 않은 곳이라 작업에 집중하기가 훨씬 나을 성싶었다.

 

그날 인사동 거리에는 처음 보는 악사가 가야금으로 흥타령을 연주하고 있었다. 색다른 분위기에 귀가 솔깃했으나, 지나치는 이들의 발길은 붙잡지 못했다. 확성기가 없어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스킹을 해도 구색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최소리 전시가 열린 ‘KOTE 갤러리’의 넓은 전시장은 평면작품에서 부터 동영상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안쪽에서는 개막식이 열렸는데, 손님도 많았지만 일단 작품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소리는 유명 록밴드 ‘백두산’에서 드럼 연주자로 활동한 적도 있는데, 그동안 십여 장의 음반을 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 G20 정상회담 등 여러 굵직한 행사에서 그만의 공연을 선보이거나 연출 또는 총감독을 맡아 유명세를 탔다. 자기가 개발한 소리금이란 악기로 독자적인 두드림의 미학을 개척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쪽 청력을 잃어가며 연주 대신 두드려서 그림을 만드는 새로운 작업에 도전한 것이다. 두드리는 것만큼은 어느 누구도 따를 자 없는 신들린 사람이 틀림없다. 신들렸다는 말이 미쳤다는 말과 상통하는데, 작가가 한 곳에 미친다는 것 보다 더 좋은 말이 어디 있겠는가?

 

2019년부터 지리산 청학동에 들어가 그곳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고 한다. 음악적 영감이 떠오르면 붓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북채로 알미늄 판이나 종이, 캔버스 등 닥치는 대로 두드리고, 채색하고, 빛을 입혀가며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낸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지리산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제작한 ‘24절기’ ‘청학동 노을’ 등 120여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씨는 "그가 음악에 드럼을 치듯이 리듬에 맞춰 철판을 향해 내리치는 모든 행위들은 예술의 표현형식을 완전히 해체한 전위적인 형태의 새로운 창작 행위이며, 마치 플럭서스 운동처럼 다이내믹한 요소를 철판 위에 각인시키는 행위는 전통적 미학에서의 조형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미술까지 한 번에 제시한 것처럼 독자적이다"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전시된 많은 작품들이 음의 파장이나 작가의 체취가 느껴지는 작품이 몇 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이고 독보적인 그의 작업은 높이 사지만, 소리의 파장을 평면에 나타내는 것이 컴퓨터에서야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실제 두드려 그림으로 재현해 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온 몸과 정신력을 아끼지 않는 최소리의 집념과 끈기로 보아 언젠가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자기만의 경지를 이루어낼 것으로 믿는다. 소리의 파장을 재현해 내는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폭풍 같은 화음으로 큰 울림을 주는 날이....

 

전시장에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알듯 말듯 한 분들이 반갑게 인사를 했으나 다들 마스크에 가려 정확히 알아 볼 수 없어 눈인사만 나누었다. 한 쪽에는 마스크를 목에 걸친 인사동 광대 박완호씨 모습도 보였다.

 

이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6일부터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조신호씨의 ‘일상적 DMZ'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초청하는 메시지는 진작 받았으나, 지방 다니느라 일도 밀린데다
몸도 편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못 갔는데, 전시가 연장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지난 15일은 조계사에서 ‘한국전통문화사진’ 아카이브 운영에 따른 세미나가 있었는데, 
가는 길에 ‘나무화랑’에 잠시 들렸다.  마침 전시장에 조신호씨가 있었다.






작품들을 둘러보니, 거칠고 도발적이었다.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었으나,
마치 귀신 나올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가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조신호씨에게 주제넘게도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평범한 DMZ풍경에서 은유적으로 메시지를 전해주는 반대어법은 어떨까요?”
 했더니, 지금은 많이 순화된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붉은 백일홍 위에 세 마리의 두루미가 앉은 작품을
대표작으로 내 세운 것 같았다.






험상궂은 해골에서 피어난 붉은 백일홍과 푸른 미루나무,
말라비틀어진 삭막한 나무에 걸린 달과 눈밭위에 웅크린 성난 고양이.
깃털을 세운 검은 산양과 날개를 펼친 독수리 등 하나같이 분위기가 살벌하다.
그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분노가 녹아 있다.






오래 동안 환경운동과 작품 활동을 해 오며 겪은 고충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금이야 민중미술이 뜨고 있지만, 그 것도 유명작가 몇 명에 한 할 뿐이고,
아직도 대중들이 손쉽게 벽에 내 걸 처지는 아니다.






마치 오래전의 반공포스터를 보는 것 같은
직설적이고 사실적인 표현방법이 민중미술에 의해 다소 친숙해지기는 했으나,
일반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대중성을 되돌리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작품을 돈으로 환산하는 세태야 더럽기 짝이 없지만, 어쩌겠는가?
작업을 이어가려면 작품이 팔려야 하는데...


얼마나 궁핍했으면, 액자도 없이 내 걸었겠는가?






그는 화가이기 전에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바닷가에서 살았던 그가,
간척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태가 파괴되는 현장을 보았고,
그 뒤 일어 난 태안 기름 사고가, 그를 환경운동가로 나서게 했다.






지금은 파주에서 DMZ를 오가며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장으로 있으니,
생태환경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환경미술로 그 심각성을 경고하며 저항하는 것이다.





전시가 19일까지라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 나면, 작품 구경하러 인사동에 들리자.
외롭고 힘든 작가에게 전시를 축하해 주고 격려해 주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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