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술 마실 일이 잦다.
연이은 전시 오프닝에다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줄 줄이다.
문제는 술이 땅기는데다 술을 마셔도 별 이상이 없는 게 탈이었다.
지난 토요일엔 조해인선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연이어 삼일동안 술독에 빠진 터라 망설여졌으나, 안 갈 수 없었다.
며칠 전에도 전화가 왔으나 일 때문에 못 받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새벽에 전라도 촬영 가기로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래! 술은 마시지 말고 얼굴만 보자”며 나간 게 탈이었다.
약속한 응암동 ‘푸른 언덕’으로 갔더니 길가 테라스에 자리 잡았는데. 술안주로 족발까지 시켜놓았더라,
좀 있으니 김수길씨도 불려 나왔는데, 그의 안색 역시 술에 쩔은 상이었다.
술 마시지 않을 작정에 콜라를 시켰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술이다.
콜라에 타서 한 잔만 마신다는 게 발동이 걸려버린 것이다.
소콜이 달아 그런지 술술 잘도 넘어 갔다.
조해인씨가 풀기 시작한 불교와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갑자기 20여 년 전 조해인씨가 선물한 돌부처가 생각났다.
정선 집 책장 위에 올려놓고 가끔 기도를 올렸는데,
이번 화재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돌은 불에 타지 않을 텐데 왜 부처가 보이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으로 나타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죽고 사는 문제야 부처도 모를 텐데, 내가 어찌 알겠는가?
홀짝 홀짝 마신 술이 두꺼비를 여섯 병이나 까 버렸다.
술이 취하면 자빠져 자면 그만이겠으나, 내일 전라도 갈 일이 난감했다.
낮술에 젖어 허우적거리며 녹번동으로 들어갔는데,
김수길씨가 찔러 준 후원금을 전달하고는 그대로 뻗어 버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여섯시가 가까웠다.
전라도 여산장터로 차를 몰았지만, 제 정신이 아니었다.
죄 많은 나야 가도 그만이겠지만, 옆에 탄 정동지가 무슨 죄냐?
죄 없는 껌만 입이 아프도록 씹고, 차만 세우면 자기 바빴다.
그러나 신의 가호가 있었는지, 무사히 마치고 잘 돌아왔다.
모진 목숨 명줄 하나는 정말 찔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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