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아프리카 미술전' 현장을 가다
작품 200여점 전시… 아라아트센터서 다음달 1일까지

 

 

"이 조각상의 눈은 왜 이렇게 하얀가요?"

"아프리카에서 흰색은 신의 색입니다. 눈을 하얀색으로 칠한 이유는 사람들을 신의 마음으로 보고 잘 보살펴야 한다는 의미를 드러내죠."

지난 7일(수) 서울 아라아트센터(종로구 인사동9길 26)에서 '즐거운 아프리카 미술전(展)'을 관람하던 배우 김혜자(73)씨의 질문에 전시회를 주관한 정해광(53) 아프리카미술관장이 답했다. 소년조선일보 주최, 아프리카미술관 주관으로 다음 달 1일(일)까지 서울 아라아트센터 2·3·4층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TV조선·홍선생미술이 후원한다.

이번 전시는 그간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아프리카 회화와 조각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체험 부스도 있다. 연령대별로 △목걸이·배지 만들기(유아) △목각인형 만들기(초등생) △나무 그리기(성인) 등을 즐길 수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체험 프로그램은 홈페이지(edu.chosun.com/art)에서 예약해야 한다. 겨울방학, 온 가족이 함께 강렬한 색채의 회화와 아프리카 대륙 특유의 '휴머니티'를 엿볼 수 있는 조각작품 등 200여점을 만나보면 어떨까.

 

지난 7일(수)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즐거운 아프리카 미술전'이 문을 열었다. 배우 김혜자(위 사진 오른쪽)씨가

정해광 아프리카미술관장(위 사진 왼쪽)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양수열 기자

 

 


◇즐거운 미술전 통해 즐거운 방학을

"캔버스가 꽉 찼어! 그림이 허전하지가 않아."

배윤진(서울 대모초 4년)양이 3층에 전시된 작가 조셉 카툰(Cartoon·39)의 작품을 보며 말했다. "색감이 특이해. 등장인물도 정말 많네." "진짜 화려하다. 그림 속 사람들이 엄청나게 유연해."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갑내기 친구 오은재·박인선양도 한마디씩 보탠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단짝 셋은 방학을 맞아 미술전 관람에 나섰다. "원래 국립현대미술관에 가려다 발길을 돌렸다"는 삼총사는 "여기 오길 잘했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에 잘 볼 수 없던 그림이 많아서 재밌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아이에게 신선한 시각 선물

4층에는 조각이 전시된다. 세계백과사전(Summa Artis)에도 소개된 카메룬 바문족(族)의 잔(盞) 조각을 포함해 180여개의 문화재가 늘어선 모습이다.

아프리카 조각에서 여성의 가슴은 실제보다 도드라져 표현된다. 정해광 관장은 "이를 '다산의 상징'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잦다"며 "여성을 그저 아이 낳는 존재로 여기는 편협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굶주리는 아이가 많죠. 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다는 바람과 모성에 대한 존경심, 효 사상 등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더 정확합니다."

사물의 사실적인 형태를 무시한 아프리카의 조각 작품과 생동감 넘치는 회화 작품은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에게 영감을 선사했다. 정해광 관장 역시 "서구중심사상에 익숙할 청소년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창의력도 일깨우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작품 속 가득한 휴머니티

2·3층에서는 아프리카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3층에서는 카툰을 포함해 은도에 두츠(Douts·42), 이브라히마 케베(Kebe·58) 등 현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2층에서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이끈 조지 릴랑가(Lilanga·1934~2005), E.S.팅가팅가(Tingatinga·1936~1972)는 물론 그 유산을 물려받은 후예의 작품도 조우할 수 있다. 특히 조지 릴랑가의 '덴티스트'는 눈에 띈다. 한 아이가 이를 뽑는 날 우르르 따라나선 동네 친구들의 상황을 축제처럼 그린 그림이다. 어린이에겐 무시무시할 치과 치료지만 '함께'라서 즐거운 아프리카 특유의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조지 릴랑가의 작품은 그의 손자 헨드릭 릴랑가(40)의 그림으로 이어진다. 헨드릭의 그림 속 사람들은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춘다. '함께 춤을 추면 절망에 빠지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그의 메시지가 화폭을 꽉 채워 전달된다.

"아프리카 속담에 '지금의 고통은 잠시 스쳐가는 신의 노여움'이라는 말이 있어요.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현실의 고통을 이겨냈던 거죠. 아프리카 회화와 조각에 휴머니티가 가득한 이유입니다." 정해광 관장의 설명에 김혜자씨가 화답했다. "정말 근사하네요."

즐거운 아프리카 미술전

●장소: 서울 아라아트센터
●전시기간: 2월 1일(일)까지
●관람료: 성인 8000원, 어린이·청소년 5000원(20인 이상 단체 20% 할인)
●문의: (02)724-7816



[조선일보]


아프리카 미술에 푹 빠진 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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