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통제 중인 시민군. 이창성 사진 / 눈빛 제공

이창성씨의 ‘나는 시민군이다’사진전이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리고 있다.

’5·18 기념재단‘과 ’눈빛출판사‘가 5,18, 43주년을 기념하여 선 보이는 생생한 기록 사진전이

지난 17일 오후4시 개막식을 가졌다.

 

금남로에서 교통 통제하는 시민군. 이창성 사진

슬픈 역사적 기록이 4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광주 외는 한 번도 전시회를 가진 적이 없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지만, 그 첫 전시가 인사동에서 열려 더 반가웠다.

 

시민군들. 이창성 사진

사진전 개막 시간에 맞추어 갔으나 이미 전시장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보도 사진가 이창성씨를 비롯하여 당시 시민군 방송 요원이었던 차명숙씨와

'금남로 광수 1호'로 지목되었던 화제의 인물 차복환씨도 와 계셨다.

 

교통통제 중인 시민군. 이창성 사진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와 '인덱스갤러리' 안미숙관장을 비롯하여 전민조, 장남원, 김문호, 김녕만,

윤세영, 정영신, 곽명우, 김 헌, 이명옥씨 외는 모르는 분이 더 많았다.

 

전시 작품은 중앙일보 사진 기자였던 이창성씨가 광주에 투입되어 찍은 흑백 30점과 컬러 10점이었다.

5·18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군’으로 압축되었다.

 

방석모와 총기로 무장한 시민군. 이창성 사진

관람객 틈 사이로 사진들을 들여다보니, 눈물이 나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사진들도 많은데, 누가 그들을 폭도라 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꽃다운 청춘이라 더 가슴이 미어졌다.

 

의사가 동승한 시민군 구호 지프가 광주 시내를 돌고 있다. 이창성 사진

시민군은 훈련된 군사 조직이 아니라 계엄군 과잉 진압에 맞선 자위 조직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사진들은 계엄군이 물러간 이후의 기록이었는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논란이 되어 온 북한군 투입설이나 불온 세력, 부랑 집단이라는 억지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취재 중인 이창성 기자, 광주 1980. 5

지금까지 외국 기자들의 활동은 영화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국내 기자들의 취재 활동에 대해서는 평가절하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창성씨가 찍은 사진이야말로 5·18에 머물지 않고, 시민군의 활동상을 기록하였다는 점에서 더 높게 평가된다.

 

이창성씨는 개막식에서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야간 교전중이라 기자들이 숙소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며, 당시의 현장을 지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새벽녘에야 시민군 지휘부를 찾아가 설득한 결과 어렵사리 취재 허락을 받아 냈다고 한다.

시민군 지휘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현장에 뛰어든 공식 시민군 사진가가 되었는데,

역사적 현장을 기록해야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그를 사지로 내몬 것이다.

 

“나는 역사의 기록자로서 현장에 있었을 뿐이다. 혼신의 노력을 쏟았던 것은 1980년 5월이 내게 부여한 의무였다.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만 시민군 사진들은 대부분 젊은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순전히 그들의 희생 덕분이다.”고 말했다.

15년 전 '눈빛출판사'에서 '28년만의 약속'이란 사진집을 펴낸 것도 전민조씨의 권유와 소개로 성사되었다며,

찍은 사진 2300컷 중 공개하지 못한 사진을 보완하여 다시 사진집을 출간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당시 동료였던 고래 사진가 장남원씨는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숨어 찍은 사진이 아니라 대부분 정면에서 찍은 사진'이라며, 이창성씨의 투철한 기자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당시 방송요원이었던 차명숙씨는 발표된 사진 대부분이 외국 기자가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찍어도 내놓을 수 없는 엄격한 상황에서 당당히 발표한 용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한때 북한에서 남파된 '광수1호'로 지목되었던, 실제 인물 차복환씨도 나와 그날을 회고했다.

기관총으로 무장된 페퍼포그 차량에 올라탄 채 카메라를 째려보는 문제의 사진은,

당시 이창성 기자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며 화를 낸 장면이었다고 했다.

 

금남로 광수 1호로 지목되었던 시민군 차복환 씨 1980. 5. 22 광주. 이창성 사진

2008년 이창성 사진집 ‘28년 만의 약속’을 펴낸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는 인사말에서

“그동안 논란 되어온 북한군 투입설이나 불온세력이란 억지를 불식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그리고 5,18은 광주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 국민의 행사가 되어야 한다"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듯 모든 진상은 사진 속에 다 있다고 했다.

 

한 장의 사진이 백 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진실을 알려 주었다.

 

전시는 5월 29일까지 열린다. 꼭 관람하시어 그 날의 아픔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이창성'28년 만의 약속' 사진집 표지/ 눈빛출판사/ 가격35,000원

 

5,18 영령을 추모하는 날이라 뒤풀이는 생략했지만, 전시관계자들은 '부산식당'에서 만찬의 시간을 가졌다.

 

 

[2023,5,19작성]




오늘은 인사동 사람들 만나 대포 한 잔하는 셋째 수요일이다.

정영신씨 더러 인사동에서 밥 한 그릇 사달라는 전화를 했다.
어디서 만날 것이냐기에 대뜸 ‘인덱스갤러리’라는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무슨 전시인지도 모르지만, 밥값에 버금가는 찻집에서 만날 수는 없잖아.






낙엽이 뒹구는 인사동 거리는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또 겨울이 찾아오고 실없이 한 해가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황량해 졌다. 사치스럽게도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이군열 사진전이 열리는 ‘나우갤러리’부터 들렸는데, 오프닝 준비로 바빴다.
‘자연의 성’이라 이름붙인 흑백 풍경이지만,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






쓸쓸한 늦가을 분위기와 어울릴 것 같은 임춘희씨 '나무그림자'를 보러 ‘통인’으로 갔다.
변화무쌍한 감정을 마치 자서전처럼 화폭에 풀어놓았는데,
혼란스럽기도 하고 황량한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앙상한 겨울나무가 연상되었고, 아련한 향수도 밀려왔다.






정영신씨와의 약속 시간이 되어 ‘갤러리 인덱스’로 자리를 옮겼다.
김종성씨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거리는 한산해도 전시장은 북적였다.
아는 분이라고는 최건수관장을 비롯한 한 두사람 뿐이었다.






사람 틈을 비집고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사진이 왔다 갔다 했다.
정영신씨를 데리고 나와 버렸다.






정영신씨와 저녁식사를 한 후 ‘유목민’으로 갔다.
그 곳에는 유진오씨와 김완기씨가 자리 잡고 있었다.
김완기씨가 너무 오랜만이라 근황을 물어보았는데,

피맛골 가게를 처분하고, 삼개월 동안 러시아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좀 있으니, 이인섭선생이 나타났고 김재홍씨는 박기자라는 친구 분을 데리고 왔더라.
김명성, 서길헌, 김각환씨 등 반가운 분들이 줄줄이 왔으나, 앉을 자리가 없었다.





자리를 비켜주고, 옆집 커피숍으로 옮겼다.
연신내 연서시장으로 가자는 김명성씨 따라 지하철을 탔지만, 더 이상 술 생각은 없었다.
그날따라 혼자 있고 싶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계절을 타는 건지, 갈 때가 된 건지, 마음이 찹찹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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