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통인화랑의 공예주간 ‘명장’ 기획전이 지난 5월17일 오후5시에 개막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통인화랑'에서 주관하는 ‘명장’전에는

이천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전통도자의 대표적 도예가 14명의 명작을 선보이고 있다.



자연에서 얻은 상상력을 전통기법의 미감으로 재해석한 김대용씨의 ‘분청 수박지문매병’,



선조들의 여유가 엿보이는 함을 도자기로 형상화한 김대훈씨의 ‘무제’,



화려하지만 넘치지 않는 위엄으로 현대청자의 정수를 보여주는 김세용씨의 ‘청자 도토리문 이중 투각병’,



투각기법에 뛰어난 장인 김영수씨가 새롭게 선보인 ‘백자 진사 감무늬 호’,



분청기법을 이용해 화화적 미감을 드러낸 박래현씨의 ‘분청 산문 호’,



한국적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미감이 돋보이는 김판기씨의 ‘청자 빗살문양 발’,



전통방식으로 완벽한 미감을 드러낸 서광수씨의 ‘청화백자 철화진사 매화문 호’,



고려청자의 비색을 재현한 유광열씨의 ‘청자 상감복사문 매병’,



탁월한 기량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유기정씨의 ‘청화백자 까치호랑이문 준’,



느린 움직임의 질서와 소박함이 깃들어 있는 유용철씨의 ‘분청 달항아리’,



분청의 대가 이규탁씨의 섬세함과 단아함이 돋보이는 ‘백자 요변 달항아리’,



이중투각기법에 의한 고도의 정밀성을 보여준 이창수씨의 ‘청자 이중투각 잉어문 매병’,



매죽문 민화의 아름다움을 백자에 수 놓은 이향구씨의 ‘청화백자 매죽문 호’,



청자만 바라보며 한 길만 걸어 온 최인규씨의 ‘청자 상감 화문 유개호‘ 등 수작들만 모았다.



'통인화랑'에서 5월 26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를 놓치지 마시길...




개막식장에 좀 늦게 갔더니, 사람이 많아 발 디딜 틈 없었다.

전시된 작품을 돌아 볼 수도 없었지만, 카메라를 들이대니 사람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비집어 살펴보니, 한국공예진흥원장 최봉현씨가 인사를 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통인화랑' 이계선관장이 서 있었다.

한 쪽에는 '국민문화신탁재단' 김종규 이사장과 김완규 통인 회장의 모습도 보였다.



옆줄에는 이천의 내로라하는 사기꾼들이 다 모여 있었다.

틈틈이 반가운 얼굴들도 보였다.

명창 배일동씨와 건축가 김동주씨, ‘동원건설의 송재엽씨,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씨, 김곤선 관장도 보였다.


 

비집고 다니며 전시장을 돌아보았는데, 마치 보물찾기하는 것 같았다.

청자 백자 미인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는데, 얼마나 예쁘고 우아한지 미칠 것 같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분청을 만났을 때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달 항아리가 아니라 달덩이 같았다.

부드러운 결을 만져보고도 싶고, 끌어안아 딩굴고 싶었다.



유영철씨의 분청에 번지는 은은한 푸른빛과 반점도 매혹적이지만,

이규탁씨의 수줍은 여인 내 볼같이 불그스레 번지는 미감은 애간장을 녹였다.

그러나 어쩌랴! 돈도 없지만 모셔 둘 자리도 없으니, 보고도 못 먹는 장떡에 불과했다.

남의 여인 내 훔쳐보며 군침 흘리는 격이었다.


 

통인 옥상 상광루에 차려놓은 술상으로 갔더니, 그 곳도 인산인해였다.

술 취해 밑으로 떨어지면 묵사발 될 것 같아, 조심스레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준비된 술은 전라도에서 공수한 도수 높은 막걸리와 와인이 있었으나, 피 같은 와인만 쫄쫄 빨았다.

안주인께선 ‘최대감집에서 사기꾼들 모시고 저녁 대접한다며 그리로 오라지만,

다리 밑에서 김동주씨와 빨기로 했으니 어쩌랴!


 

품을 수 없는 미색에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 계단을 내려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젠장! 그렇게 봄날은 가나보더라.

 

사진, / 조문호



































































“별이, 신이 내게로 온 완전한 시간”


국내에서 처음으로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담은 사진전을 연 이창수 사진작가.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담은 사진전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고 있다. 사진작가 이창수씨가 3년여 동안 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찾아다니며 ‘영원한 찰나’를 포착했다.

“멋진 사진을 찍겠다고 마음먹고 찍은 게 아닙니다. 그저 산을 걸으면서 빠져드는 감정, 그때 마주치는 광경을 담았을 뿐입니다. 그래선지 관람객들도 ‘멋있다’가 아니라 ‘감동이다, 가슴이 찡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이 작가는 안나푸르나를 시작으로 14좌를 모두 찍겠다는 목표로 K2를 찾았다. 체력적이나 심리적으로 준비가 안됐던 탓도 있었지만 4500∼6700m 설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탈진을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지점에서 걷다보니 사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뭔가를 찍으려는 마음 자체가 욕심이라는 걸 깨닫고 내려놨다. 대신 걷는 것을, 숨 쉬는 것을 제대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14좌 여정이 끝났을 때 이 작가가 깨달은 것은 ‘그저 한 걸음’이라는 사실이었다. 한 번은 동행한 후배가 무척 힘들어했다. 이 작가는 후배에게 “한 걸음만 걸어”라고 했다. 한 걸음, 또 다시 한걸음, 그러다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 지점의 한 걸음이었는데 어느새 한걸음에 목적지에 와있더라는 것이다.

이번 사진전에서 ‘영원한 찰나’라는 큰 주제 아래 ‘한걸음의 숨결’이란 소주제가 제일 앞으로 나선 이유다. 그리고 산은 신, 절은 인간, 새는 그 둘을 이어주는 영매임을 드러낸 ‘신에게로’, 신의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은 ‘나마스떼’, 산과 구름, 별과 달, 그리고 인간이 이루는 우주의 조화를 담은 ‘별이 내게로’ 순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별이 내게로, 신이 내게로 온 완전한 시간이었다”고 표현한 초오유 베이스캠프에서의 새벽녘 사진은 우주의 신비가 드러난 하늘 아래 신의 땅인 정상을 향하는 인간의 발자취가 랜턴 빛으로 표현돼 있다. 이는 다시 주제인 ‘한걸음의 숨결’과 맞닿는다.

이창수 작가는 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둘러보면서 두 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한 번은 로체 남벽에서다. 깜깜한 구름 속으로 걷고 있던 중에 갑자기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가까운 언덕으로 뛰어올라가니 구름이 열리면서 주변 일대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순간에 온전히 빠져들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한다. 또 한 번은 오체투지하는 사람을 찍을 때다. 그의 경건함과 고단함이 느껴지면서 제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작가가 느낀 영원한 찰나다.

“관람객들이 사진전에 걸린 100장의 사진마다 다 감동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 둘러보다가 저마다 어디에 꽂혀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사진이 있겠죠. 감동을 받아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그 순간이 관람객들이 느끼는 영원한 찰나입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가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8월11일까지 열린다.

국민일보 / 김 난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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