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

"쉬운 노동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대부분"


미디어 오늘 / 장슬기 기자

 

와서 게임만 하다가는 손님이 있다. 다음에 또 와서 게임 하고. 요즘은 카카오톡으로 하트를 보내달라고 한다. 가끔은 여자친구 문제, 결혼 생활 상담도 한다. 또 다른 분은 와이프가 바람피우는 걸 알고는 홧김에 온 사람도 있다. 손을 부르르 떨면서 자초지종을 털어놓더니 막 운다. 마음이 약하고, 따뜻함이 필요한 사람들, 그런 분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돈을 내고 성을 사러오는 공간에는 돈으로라도 위로와 공감을 사려는 사람들도 찾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성매매를 ‘남자들이 돈을 주고 남자가 함부로 해도 되는 창녀를 사는 것’으로만 이해한다. 성매매특별법이 과연 성노동자들의 삶을 보장하는지, 성매매도 노동으로 인정해야하는지를 공론장에 올려놓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철수와영희를 위한 대자보 시리즈’ 6번째 인터뷰집인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를 펴냈다. 

 

 

▲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 밀사, 연희, 지승호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인터뷰에 참여한 밀사와 연희는 성노동을 직접 경험해봤고, 성노동의 비범죄화 등 성노동의 권리를 찾기 위해 운동하는 활동가다. 밀사는 대학에서 국문학과 여성학을 전공하다가 2010년 11월 한 달간 조건만남 후기를 ‘성노동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에 올렸고, 이듬해부터 2014년까지 성노동자 권리모임 GG의 활동가로 참여했다. 

모든 사회개혁운동이 그렇듯이 성노동자 문제에 대해 당사자들이 실천할 때 더 파급력이 크다. 당사자가 되기 위해 밀사는 성노동에 직접 참여했다. 물론 밀사가 성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자신이 원할 때 성노동에 참여했고, 또 원할 때 성노동을 그만둘 수 있는 상태에서 과연 강제로 혹은 돈 때문에 빠져나올 수 없는 성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까? 다만 밀사는 당사자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들에게 최대한 밀착해본다. 

 

연대할 상대조차 찾기 힘든 외로운 싸움

 

밀사는 성노동 후기 이후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게 됐다. 성노동 활동가들은 여성주의자나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도 가혹한 비난을 받는다. 성노동자들이 비난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성매매는 없어져야 할 대상인데 이것을 노동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인간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지적 등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 자체를 착취당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 노동력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성노동 역시 없어져야 할 존재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밀사는 다른 노동과 성노동에 대해 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반문한다. 노동이 착취라면 모든 노동이 사라져야 하는데 현실에서 노동이 사라질 수는 없고, 이때 성노동에 대해서만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칸트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주장했는데 과연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는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밀사는 “옳은 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성노동을 해야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한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진보는 2보도, 3보도, n+1보가 아니고, 진보는 일보”라고 표현했다. 현실에 몸을 두고 당장의 한걸음에 고민하는 밀사에겐 외면할 수도 없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지적이다. 

 

성노동을 특별 취급하지 말라

 

우리 사회에서 직업은 귀천이 없다지만 성노동을 한다고 하면 바로 낙인이 찍힌다. 사회적 약자는 폭력에도 쉽게 노출된다. 폭력과 비난은 아래를 향한다. 바에서 일하다가 돈을 벌기 위해 미아리 텍사스에서 성노동을 하게 된 연희는 “예전에는 (성노동자에 대해) 우호적인 부분이 있었다. 저 사람은 몸을 팔 정도로 어렵게 사는구나. 하지만 너도나도 먹고살기 힘들다보니 성노동자들이 외려 편하게 일한다는 생각을 하며 함부로 한다”고 털어놨다. 

 

밀사는 성노동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몸만 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성노동 역시 엄청난 감정노동이 뒤따른다. 또한 밀사는 “쉬운 노동이 나쁜건가, 누구나 쉽게 돈 벌고 싶어하는데 성노동만 이런 비난을 받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04년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 이후 성노동 운동은 더 어려워졌다. 성구매자와 성판매자를 모두 처벌하는 바람에 위험부담은 커지고 음성화됐다. 자연스레 성노동자 사이의 계층화가 진행됐다. 마치 노동자들이 대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중소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다양한 층위로 나눠진 것과 비슷하다. 최근에는 성노동을 일시적으로 하러 오는 여성도 많고, 투잡을 뛰기 때문에 성노동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삼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 
 
성노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네덜란드처럼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것이 옳을지 스웨덴처럼 성구매자(보통 남성)만 처벌하는 것이 옳을지, 성매매여성을 성노동자라고 불러야 하는지, 성매매특별법은 보완할 점이 없는지 등 다양한 논쟁거리가 있다. 하지만 성을 금기시 하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문화적 토양에서 많은 여성주의자들에게도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이 성노동자들이다. 

 

밀사는 궁극적으로 성평등이 실현된 사회를 꿈꾼다. 성폭력에 대해서도 특별하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폭력에 비해 성폭력이 특별해지는 이유는 뭔가 훼손됐다고 생각해서다. 정조를 지켜야하는 사회일수록 성폭력 여성의 고통은 커지고 성이 인격으로 이해되진 않을 것이다. 성노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성 평등이 실현된 사회는 성노동, 성폭력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밀사의 주장이다.  

 

▲ 청량리 588/ 조문호 사진집/ 눈빛 펴냄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를 ‘보편적 매춘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사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몸(노동력)과 시간을 팔아 돈을 벌어 살아간다. 성노동은 매춘의 최극단에 있어 우리에게 불편함을 주는지도 모른다. 성노동에 대한 편견을 덜어내고 우리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약 15만명의 성노동자 여성들을 한번 떠올려보기 위해 이 책과 더불어 의미가 있는 사진집 한권이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조문호씨가 펴낸 <청량리 588>은 지난달 25일부터 3월 10일까지 인사동에서 열리는 사진전 작품을 모아놓았다. 조 작가는 1983년부터 1988년까지 청량리 사창가 일대에서 이곳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사진을 찍었다. 지난 1990년 전시를 했었지만 성을 선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에 실망해 사진을 숨겼다가 최근 다시 선보였다. 조 작가는 사진전을 통해 “비록 몸 파는 창녀일지라도 하나의 직업인으로 봐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량리588' 사진전을 준비하며, 25년 만에  다시 홍등가를 찾았다.

사 반세기가 지났으나 588의 골목과 집들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신기했다.

곳 철거 된다기에 서 너 집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단지 입구만 일률적인 샤시 문으로 교체되었고, 대기실에 앉은 여인들의 패션이 파격적일 뿐이었다.

잊었던 긴 세월을 후회하며, 남아있는 골목 풍경들을 하나 하나 기록했다.

 

전농동 588번지 일대 업소는 오히려 그때보다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업소 문은 걸려 있었고,
간혹 임대한다는 글귀가 유리창에 붙어 있기도 했다.  

 

‘아라아트’ 휴관일을 맞은 지난 2일,  ‘주간동아’의 현장 인터뷰 요청으로 다시 들렸다. 

가슴을 겨우 가린 브래지어와 엉덩이 골이 훤히 보이는 짧은 팬츠를 입고 앉은 여인들이

지나치는 이들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온 60대 초반의 아저씨가 일을 치룬 후, 아가씨의 배웅을 받기도 했고

선그라스를 놓고 나간 20대의 청년을 아가씨가 불러 세우는 등, 홍등가 풍경은 여전했다. 
 
“65층 주상복합 건물이 이 자리에 들어서면 어디로 갈 것이냐?”고
손님을 기다리던 성노동자에게 물어 보았더니,
“아저씨! 이곳은 절대 없어지지 않아요.” 우리가 끝까지 지킬 거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힘의 논리에서 버텨낼지 모르지만, 마지막 그 날까지 기록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정권 때 성매매 특별법을 시행하면서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백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성적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성적 소외자들의 해소 공간을 막아버리면, 성범죄만 더 늘어나게 된다.

'풍선효과'만 낳은 성매매 특별법 이후 성매매 수법과 장소도 더욱 교묘해졌다.

 오피스텔 걸, 안마방, 키스방 같은 변종 업소들이 더욱 성행하고 있다.

 당시 성 노동자를 강력하게 단속하던 김강자 종암경찰서장도 마지막엔 공창제를 부르짖지 않았던가.

최근 '성매매 특별법'이 헌법재판소의 도마 위에 올랐는데,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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