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혜의 미술로 폼나게 살기]

 

미술로 하는 비즈니스 대화법 7가지


위대한 비즈니스는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을 얻어내는, 즉 마음 도둑이다. 마케팅의 궁극은 단기 이윤이 아닌 인간을 둔다. 마음이 향하는 곳이 인간이어야 한다. 인간 감성의 상징인 예술로 비즈니스 대화를 하는 것은 감동을 나누는 것이다.

비즈니스관계에서 서먹서먹함을 없애기 위한 ‘ICE BREAKING’이 필요할 때 예술이 화제가 되면 가장 좋다. 특히 국제적인 비즈니스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외국에서는 몇 살이냐, 집이 어디냐, 애들은 몇 명이냐를 갑자기 묻지 않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예술과 스포츠가 가장 좋은 화젯거리다. 공통분모로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 점차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는 요즘, 야구와 축구 이야기로 여성들과 공통화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예술이 더 보편적인 파워를 가진다.

비즈니스관계에서 미술로 부드럽게 하는 대화의 요령을 공유하고 싶다.

첫째, 미술이야기는 타이밍이다. 가장 중요한 결정 전에 갑자기 미술이야기를 꺼낸다면 진중함이 적어 보인다. 미술은 비즈니스 전후로 “Ice breaking”이라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야 할 타이밍에 가장 적절하다. 예를 들어 이번 여름휴가에서 나는 사진을 찍으러 미술관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그림을 담아오고 싶은 마음에, 그 사진을 찍었다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떨까? 순식간에 마음의 여유와 낭만을 아는 멋진 공감대가 살얼음이 사르르 녹기 시작할 것이다.

둘째, 미술이야기는 만능심리치료제이다. 좋아하는 그림을 이야기할 때는 첫사랑을 떠올리듯이 한다. 사연도 많고, 가슴도 뭉클한 추억을 전하는 것이다. 내가 왜 그 그림을 좋아하는지 나만의 이유가 있다. 어떤 점이 좋은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예를 들어 막연하게 신윤복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하지 말고, 새침한 눈빛, 머뭇거리는 입술, 갸름한 얼굴, 아담한 키, 이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은 시각적 이미지로 연상하면서, 그 매력에 호응하면서 즐거움이 전달된다. 이니 둘은 마음이 친밀해져 있다. 마지막으로 신윤복의 그림 속의 여인이 첫사랑과 닮아서 지금도 가슴이 아린다고 말해보자. 아마도 신윤복의 그림을 볼 때마다, 당신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미술로 이야기 하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호응하는 것이다. 선지연, 'Resonance', 2014

 

셋째, 미술품 가격이야기는 격조(格調) 있게 한다. 미술품이 비싸다 싸다로 대화를 그치지 말자. 가격(價格)은 형식의 “격(格)”의 가치평가를 한다는 것이니, 미술품의 가격이야기는 형식의 예술적 완성도의 가치평가를 논할 정도로 격조 있게 해보자.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는 에두아르도 포터 (Eduardo Porter)는 그의 저서 『모든 것의 가격 The Price of Everything』에서 가격은 개인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경제학의 단편이 아니라 인류 전반에 걸친 역사와 문화에 그 영향력을 미친다고 했다. 미술품 가격을 격조 있게 하려면, 에드아르드 포터를 관점처럼 미술품의 가격이 역사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언급하면 된다. 미술품이라는 인류의 문화적 성취가 얼마만큼의 가격으로 환원되는가를 각 사회의 물가와 비교하여 의견을 교환해 보자.

넷째, 미술품은 투자대상인가라는 주제에는 ‘블루칩’ 혹은 ‘블루 오션’이라고 답하자. 그림이 미래에 되팔 수 없게 된다면,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sunk cost)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에 대해,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말하자. 마음의 기쁨이라는 감정이 얼마인가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미술품의 가격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투자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마음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면, 이것보다 더 훌륭한 블루칩이 어디 있는가 하고 되물어 보면 어떨까? 그래서 나는 예술이라는 블루칩을 위해 문화 후원과 기부를 하고 있다고 말해보자.

다섯째, 앞으로 뜨는 그림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시대의 취향(taste)에 호응한다고 하자. 시대의 취향이라는 것은 속칭 ‘대세 [trend]’라고도 표현한다. 대세는 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무엇이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가를 관찰하는 것은 시대의 정서를 읽는 것이다. 시대의 정서를 읽지 않는 마케팅은 없다고 해 보면 어떨까?

여섯째, 상대방에게 어떤 미술을 좋아하는지 묻는 것을 잊지 말자. 변함없이 질문은 가장 좋은 대화술이다. 예술에 대한 취향은 서로 당연히 달라야 하지만, 서로 호응해 주면 그 즐거움이 공감으로 몇 배가 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각각의 취향을 호응하면서 최고의 친구를 얻는다. 감동을 나누면, 친구가 된다. 명심할 것은 상대방의 예술적 취향이 나와 다르더라도, 호응하는 마음가짐이다. 취향에 대한 평등한 가치 평가의 태도는 모든 사람은 문화적으로 평등하다는 “마음의 권리”의 첫 출발점이다.

마지막으로 미술로 이야기할 때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큰 그림에 진심을 두자. 조선의 태종은 세자가 귀천을 막론하고 사람을 만남으로 마음을 얻는 것을 바란다고 했다.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을 알지 못하는가? 이제부터 앞으로는 세자를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며, 비록 초야(草野)의 미천한 사람이라도 금지하여 물리치지 말고, 들어가 만날 수 있게 하라. 세자가 깊이 인심(人心)을 얻게 하는 것이 나의 뜻이다.” (태종실록 1418년 6월 21일)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선승혜의 미술로 폼나게 살기

아트 그랜드투어, “미술 여행”을 위한 특별한 다섯 가지

성찰과 자유를 찾아, 미술 여행을 떠나자

미술로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떠나자. 나는 지금 북위 37도에서 미술여행을 한다. 정선(1676~1759)이 금강산을 기행하며 그림을 그렸듯이. 괴테(1749∼1832)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미술품을 보았듯이. 때로는 미술여행이라는 말 앞에 경건해진다.

때로는 미술여행이라는 말 앞에 설렌다. 낯선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예술을 만난다. 미술 여행이 삶의 성찰하는 일이기를 바란다. 미술 여행이 마음의 자유를 실현하는 방편이기를 더더욱 바란다.

한국 역사에서 미술 여행은 어땠을까? 처음에는 종교적 성지순례가 강한 동기가 되었다. 신라의 승려 혜초(慧超; 704~787)는 불교의 성지를 찾아서 기행하고,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썼다.

그는 “평생 눈물을 훔쳐 본 적 없는데, 오늘 눈물이 천리를 가는구나 (平生不捫淚, 今日灑千行)”라고 감상을 쓴다. 긴 여정에서 만나는 불교미술로 성찰도 하고 감명도 받지만, 인간 삶의 삼라만상이 가슴을 후비는 것이 미술 여행이다. 이것이 바로 현장을 걸으면서 느끼는 미술여행이다.

16세기 중국의 동기창은 문인화에 도달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만권의 책을 읽는 독서요, 하나의 만리의 길을 가는 여행이라고 했다. 전자는 책으로 다른 사람들을 생각을 지켜보는 길이고, 후자는 직접 여행을 나서는 길이다. 말하자면 앞의 길은 상념의 길이고, 뒤의 길은 실천의 길이다.

미술여행은 깨달음, 즉 ‘돈오(頓悟)’에 이르는 실천의 길이다. 그 미술여행의 길이 깨달음을 찾아갈 때도 마음의 자유이기를 바라고, 아름다움을 찾아갈 때도 오래 마음의 자유이기를 바란다.

조선시대에 미술기행의 으뜸은 금강산 기행이었다. 풍경이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극락왕생을 바라며 불국토를 다녀오려는 순례였다. 조선왕조실록은 1469년(예종 원년)8월 25일 중국 명나라 황제가 조선에서 파견하는 생일축하사절단에게 금강산 그림을 선물로 보내달라고 했다고 기록한다. 금강산에 직접 가서 산과 어우러진 사찰에 들르지 못하니, 금강산 그림이라도 받고 싶었던 것이다.

미술여행은 특별하다

내 마음을 위한 미술 여행에 다음 5가지를 챙겨보자

첫째, 내 마음을 위한 장소를 정하자. 나를 위한 미술 감상은 인간의 오랜 권리이다. 내 마음과 통하는 미술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를 정하자. 여정이 멀지 않아도 좋다. 길지 않아도 좋다. 내 마음이 터놓을 수 있는 미술을 만나러 가자.

예를 들어 공부에너지가 필요하면, 조선시대 서원에 가서 학문의 기운을 받아올 수 있다. 부부금슬이 필요하면 천 여년 넘게 한 무덤에서 사이좋게 지낸 무령왕릉에 가도 효과만점이다. 운좋게 해외 출장 길에 짬을 내어 미술관에 가게 되면,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에서 우연히 옆자리에서 앉게 된 사람과 사랑에 빠지듯 미술품을 보자.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국의 땅에서 한번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달아오르는 예술적 화학반응을 만끽하자. 일상의 삶에서 감정의 질식상태가 찬찬히 해방되어 숨쉴 틈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바로 ‘마음의 환기’이다.

둘째, 미술여행은 혼자도 좋지만, 벗과 함께 가면 더 좋다. “사회적 촉진(social facilitation)”과 상통한다. 다른 사람들이 지켜볼 때 더 잘하고, 다른 사람의 존재로부터 지각된 시각, 청각적 자극 덕분에 능률이 향상된다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노먼 트리플리가 사이클 선수는 혼자 훈련할 때보다 여럿이 훈련하면 더 좋은 기록이 나온다고 한 것처럼, 미술품을 감상할 때도 때로는 동반자와 있을 때 상승효과가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미술 여행을 가서, 즐거운 수다를 떨면 그 즐거움은 몇 배가 된다. 사전에 공부를 나누어 할 수도 있고, 여행 중에 감상을 공유할 수 있다. 상호 적절한 자극 속에서 미술 감상 효과가 극대화된다.

셋째, 미술여행은 준비기간도 즐기자. 출발 직전에 가이드북을 사서 문화유적지나 미술관 위치를 확인하지 말고, 미술여행을 미리 준비해 보자. 1년을 준비한 여행은 여행기간이 1주일이라도 1년을 즐겁게 보내게 된다. 추천하는 방법은 미술여행에서 감상하게 될 작품리스트를 만든다.

여행을 가기 전에 요모조모 자료를 찾아서 읽어본다. 가능하면 작가노트나 전기를 읽으면 더 좋다. 그리고 미술여행에서 꼭 보고 싶은 작품을 정한다. 나만의 아트 리스트라고 할까. 꼭 보고 싶은 작품을 정했다면, 그 작품 이미지를 프린트해서 준비한다. 현지에 가서 직접 작품을 보면서 무엇이 보이는지 프린트한 이미지에 필기해 보자. 일종의 시각적 이미지를 언어로 메모하면서 치환시키며 미술감상을 구체화시킨다.

넷째, 미술 여행 스케치하기. 작은 스케치북과 마음에 드는 색깔의 펜을 사자. 그 미술 여행 그림일기를 쓰자. 신기한 일이지만, 현장에 가면 그림이 그려진다. 혹시나 그림을 그리기가 번거롭다면 사진을 찍어서 공유해도 좋다.

단, 몇 줄이라도 나의 느낌을, 나의 생각을 쓰자. 여행지에서 편지를 써서 보내면 어떨까? 괴테가 1786년 9월부터 1788년 6월까지 약 20개월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독일의 지인들에게 보낸 서한과 일기, 메모와 스케치를 탈고하여 엮은 것이 바로 『이탈리아기행』이다.

다섯째, 미술여행의 마지막은 내 마음의 변화를 잘 보듬기. 순례의 마음으로 “일기일회(一期一會)”, 인생에서 단 한번 찾아온 기회에 단 한번의 만나는 것이라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보고 싶어도 다시 못 볼 연인처럼, 애틋한 마음으로 그 미술과의 해후를 가슴에 담아오시기를 바란다.

여행에서 만나는 소소한 건축물들을 고요히 바라보면서 지나간다. 있긴 있으면서 아무것도 없는, 그런 것은 길, 그 자체가 감성의 여정이다. 돌이켜 보면, 오늘 내가 살아가면 걷는 길, 그곳에서 발견한 것들이 모두 미술 여행의 한자락이면 어떨까?

☞각주

* 유럽에서 그랜드 투어(grand tour)라는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소수의 귀족 자제들이 견문을 넓히기 위해 유럽을 여행하는 것이 유행했다.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의 유적지와 르네상스를 꽃피운 이탈리아, 파리를 여행하는 여행이다. 20세기에 들어서 배낭을 매고, 이제는 누구나다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혜초의 여행기는 한국최초의 기행기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기 중 하나이다. 8세기경 인도 풍경을 전해주는 유일한 기록이다. 그 존재는 1908년 프랑스 탐험가 펠리오(P. Pelliot, 1878~1945)가 둔황 석굴에서 발견했다.

선승혜 /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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