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 베르사유 전시에 35억…유병언 외국 언론에 스포트라이트
국내 미술계도 ‘돈의 힘’ 이 쥐락펴락…대대적 홍보로 스스로 이슈화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돼 검찰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아해(유병언ㆍ73)는 돈의 힘으로 명성을 얻었다. 루브르박물관과 베르사유궁은 수십억원의 기부를 받았다. 참사를 계기로 유병언식 ‘금권예술’이 도마에 올랐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11일(현지시간) ‘서울에선 공공의적, 파리에선 박물관의 친구’라는 헤드라인으로 아해를 소개한뒤, “세월호 재판 결과에 따라 유병언으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은 곳에도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해 스캔들을 계기로 되돌아본 우리의 화랑가도 ‘금권예술’로 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스스로 후원?…뜻있는 평론가들 “새치기일뿐”=아해의 전시회 데뷔는 지난 2011년 4월 말 미국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밴더빌트홀이었다. 이후 그는 런던, 프라하, 파리, 모스크바, 베니스 등 유럽 각지를 돌며 대규모 사진전을 열었다.

그의 사진전은 정계와 사교계의 유명 인사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뤘다. 2011년 런던 클라런스 하우스 정원에서 열린 사진전에는 찰스 황태자와 말레이시아 국왕 부처가 참석했고 체코 국립 박물관 사진전에는 체코 외무부 장관 등 정계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전시를 ‘스스로’ 후원하는 전시 작가이자 메세나였다. 유병언이 2012년 루브르 박물관에 110만 유로(약 15억원)를 기부하자, 그의 작품이 이 박물관 소유인 인근 튈르리 공원에 전시됐다. 지난해 베르사유궁에 500만 유로를 전달하자 베르사유궁 오랑주리 미술관은 아해의 사진 작품을 전시했다. 심지어 마이클 니만의 교향곡 6번 ‘아해’ 연주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또 ‘물의 극장’ 보수공사 후원 등 명목으로 아해측으로부터 수백만 유로를 더 받았다.

콩피에뉴 숲 페스티벌도 유병언의 후원을 받았고 오는 7월4일로 예정된 아해 전시회는 아직 취소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20일 프랑스 우아즈에서 열리는 ‘숲 속의 축제(Festival des Forets)’ 참가 작가 명단에도 그의이름은 올라있다.

앙리 루아레트 전 루브르 박물관장, 클라우디오 데 폴로 사이반티 이태리 피렌체 알리나리 사진역사 박물관장, 밀란 크니작 전 체코 프라하 국립 박물관장, 마이크 본 조엘 런던 스테이트 미디어 편집장 등이 그가 돈으로 명성을 사는 데 따르는 많은 장애물들을 제거해 줬다.

돈으로 명성을 샀던 아해 유병언씨의 작품은 뜻있는 평론가의 혹평을 받았다. 그는 근거지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도 검거되지 않았다.

 [출처=아해뉴스닷컴]


코네상스 데자르’나 ‘보자르 마가쟁’ 같은 잡지들은 마치 모네나 달리의 작품 전시회 때처럼 아해를 위한 임시 증간호를 내고 ‘아티스트의 테크닉과 전시회의 걸작들’이라며 그의 작품을 치켜 세웠다. 프랑스 언론 중 ‘루브르푸르투’ 등 인터넷 매체와 지역 신문 등 소수를 제외하면 아해에 대한 부정적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사진작가이자 교수인 마이클 맥카시는 “아해 같은 작가는 사진가로서 불쾌한 뒷끝을 남긴다. 세상에는 지치지 않고 노력해도 미술계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부자 비즈니스맨이 전혀 특별하지도 않은 작업을 가지고 줄 맨 앞에 끼어드는 것과 같다”고 혹평했다.

예술작품 마케팅 전문가인 콘스탄스 자꼬 역시 “예쁜 이미지만으로 아해를 예술가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그의 주제나 컴포지션은 아주 평이하며, 예술이라기보다는 르포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엄청난 사이즈에 놀라지만 관객들에게 어떤 감정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루브르푸르투의 베르나르 아쉬케노프 기자는 헤럴드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주류 언론들은 거대 박물관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을 묵인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내 미술계도 돈이‘ 쥐락펴락’=“원로 사진 작가들도 작품 한 장 팔기가 힘든데…. 작가들도 돈만 많으면 얼마든지 유명해질 수 있다.” 국내 미술계 한 인사는 아해를 ‘로비스트’라고 말했다. 돈으로 홍보하고 고가에 사도록 유도해 ‘이슈’를 만든 장삿꾼라는 것이다. 섬진강, 임진강 등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기록한 사진작가로 유명한 황헌만(66)은 아해의 사진들에 대해 “현격하게 떨어지는 퀄리티”라고 잘라 말했다.

돈으로 명성을 사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드물지 않다. 한 동양화가는 홍보관련해 노골적으로 돈이나 작품 증정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오래전 예술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하는 한 인사는 촌지로 받은 작품들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고 한다.

뒷돈의 피해는 작가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작품이 1억에 판매됐다고 가정하면 작가가 가져갈 수 있는 돈은 5000만원 정도. 나머지 5000만원은 제반 비용들을 해결하는데 쓰인다. 결국 작가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떠안느라 제값을 못받는 것이다.

화랑들은 ‘고급 컬렉터’들을 비밀리에 관리하기도 한다. 또 다른 미술계 인사는 미술품 판매 수익을 작가와 화랑이 7:3으로 나눈다고 했을때 화랑이 가져가는 3에 해당하는 지분 중 1만 화랑이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에 해당하는 부분은 이른바 ‘디스카운트’를 해 준다는 것이다. 실제 작품값보다 싸게 넘겨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중 가격이 형성되는 셈이다.

한 신진화가는 한국 미술계가 작품이 아닌 ‘상품’을 양산하는 시스템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화랑에 소속되는 순간 화랑이 원하는 ‘잘 팔리는’ 그림만 그려야 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상업화랑의 지원 없이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만 하기엔 ‘먹고 사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며 절패감을 털어놓았다.

돈으로 유명세를 얻는 미술계 일각의 빗나간 관행 속에서 “1억만 있으면 유명해질 수 있다”라는 작가들의 우스개소리가 씁쓸하게 들린다.

헤럴드경제/ 최상현ㆍ김아미 기자/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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