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창신

法古創新展 

2015_0617 ▶ 2015_0623

 

 

초대일시 / 2015_0617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권인경_김남수_박경민_박성식_박순철

양정무_왕열_이성현_이여운_임진성

임태규_장태영_최순녕_하태진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2(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

www.grimson.co.kr

 

법고(法古)와 창신(倉新)이 되기 위해서 ● 수묵은 동북아시아 미술담론의 내용과 정체를 이루는 불가결한 요소이자 핵심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수묵은 전통양식과 미학을 계승하고 이를 동시대적 맥락에서 변용, 재해석하는 시대적 형식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 수묵은 시대적 변천에 따라 동시대 예술의 관념 중 하나를 총결하는 양식으로서 전근대와 근대 그리고 현대성이라는 통합된 관념의 표상이 되었다. 수묵이 옛 전통을 따르는(師古) 문제는 그러한 미적 양식이 지향하는 이상과 관념을 정신적으로 공명하면서 시공(時空)에 시차를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권인경_Heart-land2014_한지에 수묵콜라주, 아크릴채색_127×158cm_2014

김남수_숲-1408_한지에 수묵_100×130cm_2014

 

박경민_달을 밝히다_광목천에_혼합재료_122×122cm_2015

 

 

그러나 현대회화로서 수묵이 지향하는 것은 전통으로서의 그 정신의 계승과 역사경험이 현실에 근거한 정신적 공간구성으로서의 수묵이었는 점이다. 보편적 감수성과 세계관, 현실의 가치들이 미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대예술에서 수묵은 삶과 감각의 구체성에 밀착한 보다 생생한 것을 요구 받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떤 것이고 무엇이 그것을 의미 있게 구성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이 보다 절실하다는 의미이다. 바로 전통에 대한 반성과 부정, 방법적 탐구속에 얻어지는 결론 등을 수용하려는 여린 사고가 필요하다. 오늘날 수묵은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하는 실험적인 형식화를 경험하고 있고 이 해체는 주체의 재구성을 전제로 하는 형식화 시도이다. 결국 세계에 대한 나의 인식과 표현이 정체성을 가진 실존인가에 대한 자기확인인 셈이다.

 

박성식_도시-꿈꾸다_한지에 수묵_132×132cm_2015

 

박순철_春_수묵담채_58×190cm_2015

 

양정무_솔과 구름-둥실둥실_장지에 수묵_94×168cm_2015

 

수묵을 구사하는 작가들은 지각현상 속에 탐구되는 감각적 호소력을 재현하는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굳어진 형식을 비틀고 깨워서 감각적 세계를 화면 안에 제시하여야 한다. 이는 수묵이라는 연속된 전통의 관념이 우리 세계의 보편적 감수성에 합류하는 예술적 표현의 한 장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수묵은 자아를 바라보는 특수화된 내면이지만 서양과 현대라는 그림자에 맛서 내재된 근대성을 발견하는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수묵은 근대성의 전개 속에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보편문화에 합류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전개되어 왔다. 동북아시아에서 보편문화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에서 근대의 개화를 거쳐 서구의 강력한 문화적 영향 아래에서 전개되어 왔다. 이러한 서구적 보편의 거울을 바탕으로 그 보편의 상대로서 특수화된 자아를 바라보는 내면, 곧 수묵이라는 특별한 양식이 자리하고 있다.

 

왕열_Utopia-A Meditati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잉크스틱_121×171cm_2014

 

이성현_감나무-폭설_수묵담채_127×160cm_2012
 

수묵은 정신과 형식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담론의 대상이다. 전통이 규범이 아니라 창조력이고 자기의 창조력을 위해 변형시켜 이어야 한다면 수묵과 정체성에 대한 반성은 수묵이라는 질료 자체의 의미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요소의 추구에서도 본질적인 가능성을 개방하여야 한다. 수묵의 상징성만큼 이나 동시대 현대미술로 변환하고자 하는 시도에서부터 고통스런 정체성에 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통양식의 자기화와 현대적 지평에 대한 개방은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한다. 이러한 개방이 현실세계를 더욱 풍부히 이해하고 나를 둘러싼 역사적 연속과 공간적 배경에 새로운 상상과 감각의 힘을 줄 것이다. 수묵의 새로운 구성을 위한 해체는 유효한 어떤 것을 찾기 위한 제거와 초월의 형식이다.

 

이여운_상원사 수광전_캔버스에 수묵_97×163cm_2015

임진성_生生-깊은 뿌리에는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_화선지에 수묵, 아크릴채색_117×23cm×3_2015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것'은 '없는'것에서 어떤 것을 창조(創造)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것을 바꾸고 해체하며 자기화 하고자 하는 노력 곧 창신(創新)이다. 새로운 것,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은 기존의 것을 한편으로는 보존하고 한 편으로는 파괴하여 새로운 형식적 충돌을 만들고 그것의 가치가 온전히 새로운 어떤 것이 될 때 가능하다. 새로운 어떤 것은 전통과 현대의 해석에 대한 보다 공적인 의미와 시각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적 가치의 어떤 지점을 상기시켜야 한다. 고고한 예인의 사탑에서는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고법(古法)을 나의 법(我法)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석도(石濤)이래 수 없이 이어왔다. 문제는 고법(古法)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정신의 정수와 정체가 흔들릴 때 옛 것을 생각한다. 나그네의 물 한 모금에도 근원이 있는 것이다.

 

임태규_월하탐매_한지에 백토, 수묵담채_80×80cm_2015

 

장태영_화결-靜_한지에 수묵_70×180cm_2015
 

옛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공적이고 사회적 가치의 어떤 것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고법을 상기하는 것은 불우한 세계를 음미하고 그 가치의 전도에 대해 예술가로서 감내함으로서 그것이 시대의 정신이 되는 거울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누가 그 거울을 들여다보고 누가 불우한 마음이 되었나를 생각해 보면 적어도 수묵에서는 황량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법고(法古)의 의미는 그러한 것이다.

 

최순녕_morning_한지에 수묵, C 프린트_70×100cm_2014

 

하태진_산_한지에 수묵_75×143cm_2015

 

 

새로운 묵, 새로운 표현을 표방했던 신묵(新墨)도 현대화의 새로운 조형적 미의식을 찾기 위해 전통이라는 조형에 기본을 두면서 실험을 다했던 그룹이다. 화가로서 신묵(新墨)에 모인 동지들은 새로운 감각적 힘과 상상을 위해 고법을 나의 법으로 바꾸는 길이 무엇인지 음미하여야 한다. 화가의 마음이 공명하는 세계는 모든 형식적 난제(難題)들 속에 자신의 정신을 오로지하여 불우한 시대 가운데에서 빛나는 정체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선을 향한 열망이고 시대를 함께 하는 열정이며 자신을 지키는 순수이다. 이것이 없다면 물질과 욕망이 유리처럼 반사하는 현대라는 현기증을 통과할 수 없고 법고도 창신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새로운 묵, 새로운 표현은 결국 자기쇄신에서부터 나온다. ■ 류철하

 

 

Vol.20150617i | 법고창신 法古創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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