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지원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

한파에 모든 것이 얼어붙은 쪽방촌 빈민들의 삶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한다.

2년 전 공공개발 발표로 철거될 건물이라 손을 놓은 건물주와,

그들의 눈치만 보는 정부 사이에서 쪽방 빈민만 죽을 지경이다.

 

꽁꽁 얼어붙은 쪽방, 식수마저 얼어...

낡은 건물은 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방안에 물이 얼어버리는 열악한 조건에서 전기장판 하나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틴다. 수도는 얼어 터져 바닥과 계단은 빙판이 되어 버렸고, 벽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지만, 건물주들은 남의 일처럼 나 몰라라 한다.

 

건물주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 살며 관리인을 통해 방세만 꼬박꼬박 챙겨가는 돈에 환장한 인간들이다.

그런 비인간적인 건물주들의 눈치를 보며, 국토부에서 발표한 공공개발을 2년이 넘도록 깔아뭉개고 있는 정부를 어찌 정부라 할 수 있겠는가?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빈민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를 인상한다는 생색을 내지만,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건물에 무슨 에너지 바우처가 해당되며, 가스가 들어온다 해도 여러 장벽에 걸려 혜택을 보지 못한다. 건물주들이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을 턱 없이 올린 상황이라 빈민들은 차라리 죽는게 낳겠다고 한다.

 

전기장판으로 버티며 난방비 착취 당하는 빈민들

건물 곳곳에 난방비 부담으로 월세를 인상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는데, 월세 인상 폭은 3만 원부터 15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얼핏 보면 적게 인상한 것 같아 보이지만, 쪽방 월세가 20~30만 원 선인 걸 감안하면 인상 폭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리고 월세와 난방비를 현금으로만 내야 하는 대다수 쪽방주민의 입장에서 바우처 카드는 무용지물일 뿐 아니라, 이런 저런 절차에 걸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쪽방주민들은 난방비 지불 영수증은커녕, 고지서조차 받아 볼 수 없다.

건물주가 내라면 낼 수밖에 없는데다 그것도 현금으로만 내야 하니,

난방비를 지출했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

 

1인 가구와 무연고자가 많은 쪽방주민은 수급자가 되어도 본인이 장애인이거나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임신 중이거나 분만한 여성이 아니면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에 해당 되지도 않는다.

또한 신청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난방비를 현금이 아니라 바우처 카드로 지급한다.

한국전력, 서울도시가스 등 에너지공급사가 요금이 감면된 고지서를 발급하고 나면 그 고지서 내용에 따라 바우처 카드로 결제 하는 식이다.

 

건물주들은 건물이 얼어붙어도 난방비를 현금으로만 착취하는 돈 벌레들이다.

한 번도 따뜻하게 지내지 못했지만, 난방비 폭탄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 에너지바우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난방비 지원으로 쪽방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은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용산 대통령 청사 앞에서 쪽방 공공개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열어..

지난 7일 오전 11,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쪽방 공공개발을 촉구하 기자회견이 열렸다.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동자동사랑방,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빈곤사회연대. 홈리스주거팀 등 16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에너지 바우처를 반납하고,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라며 정부의 무능을 성토했다.

 

동자동사랑방’의 김호태씨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동자동주민협동회김정호이사장, ‘양동쪽방주민회박종만위원장,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백광현 부위원장, ‘민주노총서울본부이현미 수석부본부장, ‘민달팽이유니온지수위원장, ‘기후정의동맹서린 집행위원, 동자동 주민 최갑일씨 등 여러 명이 발언에 나섰다.

 

 ‘동자동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한 지 2년이 지났건만, 지금까지 첫 단계인 지구지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난방비 지원보다 공공개발에 의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쪽방을 적정 주거로 변화시키는 것만이 난방비 문제를 포함한 쪽방 주민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바우처는 빛 좋은 개살구

동자동에서 11년 거주한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백광현씨는 바우처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했다. ”나는 작년까지 64세라 한 번도 못 받았어요. 올해 65세가 돼서 아 나도 이제 받을 수 있겠다싶어 동사무소에 갔더니 영수증 가져와라’, ‘계량기 확인해 와라 이래요. 바우처 이거 믿지 마세요. 주지도 않지만, 힘들게 얻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거 없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공공개발이 이뤄져야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맨 날 뉴스에 우리 사는 거 나오고, 정부는 어려운 사람 도와준다는 헛소리만 하네요, 어렵게 사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가 도대체 뭘 도와줬습니까? 쪽방주민들 도와주는 방법은 공공개발 뿐입니다

 

지난 1월 말, 여러 언론에서 꽁꽁 얼어붙은 동자동 쪽방촌 사진을 일제히 내보냈다.

일명 얼음 계단으로 쪽방촌 건물이 통째로 얼어 계단과 바닥 전체에 빙판이 깔렸고,

난간 곳곳에 고드름이 매달린 사진들을 게재하며 동자동 빈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보도했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활동가는 요즘 쪽방건물에 매일 기자들이 오는데, 언론은 한파 때만 쪽방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적절한 난방은 생존권이다

기후정의동맹서린씨는 주거권 보장이 곧 기후정의라고 강조했다. “적절한 난방은 생존권이다. 적정한 가격에 난방을 땔 수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다. 이제 에너지는 기본권이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공공재다. 난방비 지원으로는 결코 에너지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적정한 주거공간을 제공해야만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쪽방촌 에너지 문제의 근본 방안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공주택을 쪽방주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만 난방을 때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주거공간 마련을 위해 공공개발 지구지정을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한다. 쪽방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 계획 발표 2년, 신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도 낭독되었다.

적정 주거가 답이다! 난방비 말고 내놔라 공공임대!’ 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기자회견문은 지금까지 민간주도로 이뤄진 쪽방 개발은 쪽방주민 축출의 역사였다.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은 이와 같은 폭력과의 단절이자 정책적 속죄라는 가치가 있다. 또 다시 제어되지 않는 소유주들의 불로소득의 탐욕에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이 소멸하는 비극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국토교통부가, 정부가,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백광현씨를 비롯한 주민 네 명이 나와 에너지 바우처 난방비를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동자동 주민으로는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김정호이사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선동수, 백광현, 정대철, 최갑일, 조인형, 김장수, 박종근씨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기자회견장 앞에는 '재난의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동자동 쪽방 사진전’도 열렸다. 

주민들이 찍은 사진에는 낡은 건물구조와 한파로 피해를 겪은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사진,  / 조문호


동자동 공공주택 지구지정, 지금 당장 추진하라!

난방비 말고 주거권 보장, 공공주택사업 시행하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