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리스 사이트’ (Border-less.site)展이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 284’에서 지난 3월17일 개막되었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접경지역이 품고 있는 특징이나 불연속적이고 혼종된 시간성을

회화, 조각, 사진, 음악, 건축, 퍼포먼스 등 18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하고 ‘정림건축문화재단’이 주관한 이 전시는

코로나19로 국가 간의 경계가 강화되고 타지에 대한 배타성이 커진 시점을 맞이하며

‘경계’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경계가 맞닿아있는 접경지역의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경계 없는 경계’의 의미와 심리적 경계를 낮추는 경험을 도모하려 했다.

전시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가졌던 경계의 의미가

단절이 아닌 연결의 의미로 확장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의주와 단둥(丹東)은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한과 중국의 접경 지역이다.

조선 시대 양국 외교 사신들이 오간 길이고, 지금은 북·중 최대 교역 거점이다.

오랜 세월 국경을 넘나든 흔적과 함께 서로의 문화와 시간이 혼재되어 있다.

 

통행이 제한된 국경지대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떠다니는 개개인의 서사를 우리 삶에 반추해 본다.

 

본 전시는 리서치 섹션을 도입부로 삼아 ‘접경 지역, 혼종의 시간’,

‘타자화, 인식의 사각지대’, ‘경계에 대한 수행적 시도’ 등 세 개의 축을 따라 진행된다.

 

신의주-단둥 지역에서 수없이 이루어졌던 월경의 기록과 잔해를 재맥락화한 작업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출품작들은 어떤 완결성을 기대하기보다 강렬한 경험의 후유증을

다양한 층위에서 공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접경 지역, 혼종의 시간’ 섹션에서는 신의주와 맞닿아있는 단둥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단둥을 답사하면서 느꼈던 풍경과 장소성,

국경지대의 제한된 공간성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성장한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는 쌍둥이처럼 닮았으면서도 다른 모습을 품고 있다.

외부인들에게는 제한된 풍경을 드러냄으로 인해 쉽게 타자화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속된 분단이 만든 집단 탈출에 대한 꿈과 그 한계를 판타지 장르로 전환하는 최윤,

 

이주민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장소를 기반으로 풀어낸 이주용의 ‘장소, 사물의 기념비’,

 

압록강 하구의 축적된 시간을 호명할 수 없는 형상으로 형상화한 김주리의 ‘모습(某濕)’

 

임동우의 '복수 간판'은 경계 도시 단둥의 특징을 간판으로 가시화한 작업이다.

중국인, 북한인, 한국인, 북한 화교 등이 뒤섞여 살아가는 경계 도시에서 볼 수 있는

한글과 중국어가 섞인 간판으로 중국과 한반도 문화의 결합 양상을 탐구한다.

 

김태동은 지도상의 경계선인 압록강 위에서 배를 타고 찍은

수많은 사진을 재조합한 ‘On The River’를 선보였다.

 

신제현의 '회전하는 경계'는 건설 당시 '태양 호텔'로 불렸던 신의주의 원형 건물을 재현했다.

이데올로기를 태양으로 형상화한 과시용 건축물이 아니라 아파트였다는

해프닝을 통해 접경 지역을 둘러싼 불투명한 시선을 드러낸다.

 

맛깔손, 코우너스 작가는 접경지역에서 취할 수 있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었다.

 

‘타자화, 인식의 사각지대’ 섹션에서는 남한과 북한, 북한과 중국이라고 하는

첨예한 갈등과 긴장 속에 있는 지역을 살펴보는 일로 “경계”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다층적으로 사유해볼 것을 요구한다.

 

이 파트에서는 뒤섞여 버린 민족성이나 정치적 이념의 허구적인 경계에 대한 사유,

안과 밖을 쉽게 나누는 배타심과 집단적 인식의 오류 등을 숙고해볼 수 있는 작품으로 채워졌다.

 

황호빈과 김황은 첨예한 갈등과 긴장 속에 있는 이 지역을 보다 수행적으로 사유하면서

망각의 시간 속에 섞여 들어간 경계에 대한 사유를 또 다른 이야기로 풀어낸다.

 

서현석은 ‘안개’라는 작업을 통해 가까이 갈수록 견고함을 잃지만

관습적으로 확고하게 규범화되는 경계를 탐색한다.

 

이원호, 이해반 작가의 미디어 작품과 퍼포먼스를 통해 거대한 역사의

물결 속을 관통하는 각자의 서사를 풀어내고 있다.

 

‘경계에 대한 수행적 시도’ 섹션은 정체되었거나 빠르게 지나가는 한 장소를 기록해보는 행위다.

보통의 국가가 갖는 합일된 시간성과 달리, 접경지역 만이 갖는

불연속적이고 혼종적인 시간성을 회화, 조각, 음악, 건축 등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장소에 축적된 불연속적인 시간으로 인해 재 맥락화된 이미지와

파편화된 세계에 대한 탐구로 달라져버린 서로를 조우하게 한다.

작가들은 시간이 정체되어 있기보다는 빠르게 지나간 장소를 기록한다.

 

정소영은 70여 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이미륵의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조형 작업으로 변환한다.

 

남과 북의 연주자가 견우와 직녀의 설화를 기반으로 한 곡을 새롭게 해석한

전소정의 ‘이클립스’는 서로 다른 삶이 예술적 상상력으로 조우할 수 있을지를 질문한다.

 

라오미는 특정 장소를 둘러싼 서사와 이미지를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는 근대 문화의 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도시 단둥에서 읽은

제국주의적 욕망과 이데올로기의 흔적을 펼쳐낸 작품이다.

 

바래, 김보용 작가 등이 참여한 ‘경계에 대한 수행적 시도’에서는 접경 지역이 오랫동안 배태하고 있는

특징이 앞으로 우리 안에서 어떤 가능성으로 등장할 것인지 살펴보게 한다.

 

‘보더리스 사이트’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떠다니는 개개인의 서사를 반추한 전시로,

단둥지역을 체험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경계에 대한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전시는 5월9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글 / 조문호

 

본 프로젝트와 관련된 문의사항은 이래 연락처로 문의.

전화 문의는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

‘문화역서울284’ 02-3507-3530

 

전시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관람객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www.border-less.site)이 함께 마련됐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작가가 영감을 받은 참고자료들이 작품과 함께 준비되어 있어,

온라인 플랫폼 방문객은 오프라인 전시장과 또 다른 작품 감상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전시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문화역서울 284’ 누리집 (www.seoul284.org),

‘보더리스 사이트’ 온라인 플랫폼(www.border-less.site)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전시 기간에 진행되는 서현석, 김 황, 김보용의 퍼포먼스는

전시된 작품이 경계지역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우리 삶 안에서 비춰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 전시를 본 후 인근 후암동의 'KP갤러리'에서 열리는 “충돌하는 이미지”도 볼만하다.

안 준, 이주용, 이진경 3인전으로, 4월14일까지 열린다. 

 




‘크래프트위크2018’ 프로그램 일환으로 기획된 공예장터 ‘마켓유랑’이
지난 5월5일부터 7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렸다.






공예작가와 소비자의 소통을 위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한 크래프트위크 2018’은 다양한 공예 전시를 비롯하여
마켓 운영과 체험, 투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마켓유랑’은
볼거리와 살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공존하는
직거래장터로 150팀의 셀러가 참여하였다.






지난 7일 ‘동자동 사랑방’의 어버이날 잔치에 참여한
예술감독 안애경씨의 안내로 사진가 정영신, 류성조씨와 함께
공예마켓 ‘‘마켓유랑’이 열리는 ‘문화역서울 284’를 찾았다.






일단 참여한 매장 수와 다양성도 놀라웠지만,
행사장을 가득 메운 고객 숫자에 더 놀랐다.
젊은 작가들이 펼치는 공예의 일상화전은 볼거리가 너무 많았다.





사람들 틈에 끼어 이것저것 살펴보다 반가운 분도 만났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예본부장인 임미선씨였다.
작년 ‘통인가게’ 김완규회장이 마련한 오찬 모임에서 처음 만났는데,
참신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에 존경감이 일었다.






예술이 대중의 생활 속에 다가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느낀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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