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은 젊은이 천국이지만, 길만 건너면 늙은이 낙원이다.
그래서 동네 이름도 낙원동이다.
그 곳은 사회와 가정에서 퇴출 당한 늙은이들 아지트다.
평생 몸 바쳐 돈만 벌며 살았으니, 놀 줄도 모른다.
식구들 눈치 보여 별 볼일 없이 지하철 탄다.
공짜 전철로 어디든 못 가겠나마는, 맘 편히 소일 할 수 있는 곳은 탑골공원 뿐이다.
탑골공원 담장에는 장기판이 줄을 섰고, 골목에는 대폿집과 국밥집이 줄지었다.
장기판에 훈수 들다 목노주점에서 시간 죽인다.
국밥 한 그릇에 추억을 되 세기고, 탁배기 한 사발에 왕년의 무용담이 쏟아진다.
그들은 우리 경제를 일으킨 주역이 아니던가?
한 때는 월남전에서 피 흘렸고, 독재정권과 싸운 사람들이다.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늙은이 대부분이 꼴통 보수라는 점이다.
그토록 보수정권을 지지했으나, 늙은이 복지는 항상 찬밥 신세다.
'거리두기로 공원 문이 닫혀도 장기판은 돌아 간다’는 성북동 김씨가 하소연 한다.
“마누라한테 밥 얻어먹는 것도 눈치 보여요.
돈 없고 힘 없으니, 벌레 취급받기 싫어 나오지요,
해장국 삼천원에다 소주 삼천원, 하루 만원이면 찍 싸요.“
이제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는 게 남의 일 같지 않단다.
덧없는 세월 속에 인생 무상을 체감한다.
허리우드에 걸린 영화 간판처럼, 모든 건 바람과 함께 사라질 뿐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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