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은 젊은이 천국이지만, 길만 건너면 늙은이 낙원이다.

그래서 동네 이름도 낙원동이다.

 

그 곳은 사회와 가정에서 퇴출 당한 늙은이들 아지트다.

평생 몸 바쳐 돈만 벌며 살았으니, 놀 줄도 모른다.

 

식구들 눈치 보여 별 볼일 없이 지하철 탄다.

공짜 전철로 어디든 못 가겠나마는, 맘 편히 소일 할 수 있는 곳은 탑골공원 뿐이다.

 

탑골공원 담장에는 장기판이 줄을 섰고, 골목에는 대폿집과 국밥집이 줄지었다.

장기판에 훈수 들다 목노주점에서 시간 죽인다.

 

국밥 한 그릇에 추억을 되 세기고, 탁배기 한 사발에 왕년의 무용담이 쏟아진다.

 

그들은 우리 경제를 일으킨 주역이 아니던가?

한 때는 월남전에서 피 흘렸고, 독재정권과 싸운 사람들이다.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늙은이 대부분이 꼴통 보수라는 점이다.

그토록 보수정권을 지지했으나, 늙은이 복지는 항상 찬밥 신세다.

 

'거리두기로 공원 문이 닫혀도 장기판은 돌아 간다성북동 김씨가 하소연 한다.

 

마누라한테 밥 얻어먹는 것도 눈치 보여요.

돈 없고 힘 없으니, 벌레 취급받기 싫어 나오지요,

해장국 삼천원에다 소주 삼천원, 하루 만원이면 찍 싸요.“

 

이제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는 게 남의 일 같지 않단다.

덧없는 세월 속에 인생 무상을 체감한다.

 

허리우드에 걸린 영화 간판처럼, 모든 건 바람과 함께 사라질 뿐이다.

 

사진, / 조문호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폭발적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올해로 오백만명을 넘어 인구 열 명당 한 명 꼴이되었지만,

십년이 지나면 국민 다섯 명 중 한명이 노인이 된다고 한다.

상상하지 못했던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마다 의식도 가망도 없는 노인환자들이 줄줄이 링거를 꽂은 채 누워있다.
그 많은 의료비용을 국고로 충당하지만, 가족들의 고통도 만만찮다.

회생이 어려운 노인들은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죽을 권리를 줘야한다.
고통 받으며 힘들게 연명하는 것 보다, 편히 눈 감게 해주는 것이 도와주는 길이다.

최근 들어 노인들의 자살률도 하루에 열세명이나 된다고 한다
자식들에게 모든 걸 바치며 부모까지 부양했지만, 정작 자식에게 버림 받는 세대가 된 것이다.

어찌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았던데 대한 박탈감과 분노가 없겠는가?

우리나라 노인들은 일만 하고 살아 취미생활도 제대로 없고, 놀 줄도 모른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니 얼마나 사람이 그립겠나?.
사람이 그리워 장터를 배회하거나, 사람 만나려 마을 어귀에 우두커니 앉아 보낸다.

자식들이 메워줄 수 없는 그 외로움을 이젠 정부라도 달래주어야 한다.
그 것은 친분 있는 노인들과 연이 닿는 사람끼리 살 수 있는 공동 주거시설을 널리고,

함께 모여 할 수있는 간단한 수공업 등의 일거리를 제공해, 사는 의미를 느끼게 해야한다.

 

세월이 가면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인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스스로의 문제인 것이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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