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늦은 시간, 반가운 전갈이 왔다.
정선 귤암리 아름다운 풍광에 푹 빠져 사는 지동진씨와, 정선 비룡동에 작업실을 둔 조각가 김영철씨가

인사동으로 온다는 것이다. 연이은 전시오프닝들로 술기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이지만, 마다할 수 없었다.

약속한 ‘사동집’에는 정선을 사랑하는 여행작가 남기환씨와 부천 ‘소로로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는

서양화가 장대식씨, 충무로에 화실을 둔 한국화가 지상윤씨가 함께 있었다.

모처럼 반가운 분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정선과 인사동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자는 갑작스러운 제안에,

옆에 있던 남기환씨가 ‘정인’이란 이름까지 추천했다.
‘정인’ 참 정겨운 말이다. 한글사전에는 남몰래 정을 통하는 남녀사이로 적혀있지만,

아무튼 착 달라붙는 이름이다.

그동안 정선과 인사동을 오가며 살다보니, 인사동과 정선아리랑시장이 너무 닮은꼴이란 생각을 자주 했다.

왜냐하면 두 곳 모두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몰려드는 곳이다. 그런데 관광객들로 수입은 늘지 몰라도,

오히려 그 상업성에 본래의 모습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 똑 같은 것이다.

우리가 그 문제점을 개선해 갈 수 있는 가교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가까운 주변에도 함께 할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인사동에서 ‘푸른별 주막’을 운영하는 연극쟁이 최일순씨는 정선사람이고, 정선에서 소설쓰는 강기희씨는 인사동 사람이다.

그 밖에도 찾아본다면 인사동의 문화와 정선의 자연환경을 좋아하는 예인들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 날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으나, 삼차까지 옮겨 다니느라 혼 줄 났다.

‘유목민’에서 이차로 끝냈으면 그만이지, ‘화신포차’에 들린 것이 화근이었다.
‘화신포차’에서 커피 한 잔 얻어마시려다 또 한 잔 걸치게 되었는데,
주량의 한계를 넘었는지 졸다 일어나보니, 몇 일 전의 증세가 또 도졌다.
급히 택시를 잡아 타 탈은 없었지만, 그 다음 온종일을 드러누워 있어야 했다.


사진,글 / 조문호





















 

지난 3월28일, 동강할미꽃 축제장에서 뜻밖의 조각가 한 사람을 만났다.
귤암리 사는 지동진씨 소개로 만난 김영철씨는 이웃마을 비룡동에 산다고 했다.
이주 한지가 3년이 넘었다지만 여지 것 모르고 있었는데, 새로운 동지를 만난 것 처럼 반가웠다.

그의 작업들이 궁금해 곧 바로 비룡동 작업실에 처들어 갔다.
'불교미술조각연구소'란 작업실 외곽에는 불상들과 현대조각품들이 앉거나, 서 있었고,
작업실 두 칸에는 불교조각들과 공구들이 늘렸는데, 한 작가의 깊은 내공이 엿 보였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조각가 김영철씨는 혼자 살고 있었다.
산골에서 혼자 살면 외롭지만, 한편으론 자유롭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는 외로움 보다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실 한 켠의 서재에 낮익은 책이 가지런히 꽂혀있었다.
일곱권으로 만들어진 도록 '한국불교미술대전'인데, 책에 실린 사진들을 필자가 찍었다.

94년 무렵, 몇 년에 걸쳐 찍은 전국 사찰 원고를 ‘한국색채문화사’로 넘겼으나,

출판사가 부도나 천만 원이 넘는 사진 원고료를 받지 못한, 사연 깊은 책이다.

동네 주민들과의 협조는 잘 이루어지냐고 물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물을 내려 보내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관청의 무관심이 더 의욕을 잃게 한다고 말했다.
외부와 단절되어 깊은 산속에서 살아 온 정선사람들의 오랜 배타적 습성이라며 위안했으나,

오랫동안 겪어 봤기에 그 고충이 이해 되었다.

이제 정선 비룡마을의 김영철씨 외에도 ‘그림바위’마을의 이재욱씨와

북평면 문곡리 남평분교에 작업실을 둔 이영학씨 등 정선에 거주하는 조각가가 세 사람이나 된다.
나전에 있는 ‘인형의 집’, 신동의 ‘추억의 박물관’에 이어 조각가들의 조각공원도 만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작가들의 작업과 연관된 장터박물관을 비롯한 다양한 작업공방들도 만들었으면 한다.

장승공방, 솟대공방, 사진방, 음악방, 문학방 등 다양한 작업실을 오픈하여

관광객들이 또 다른 정선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정선, 작가의 방 투어'라는 관광코스라도 만들면 어떨까?

사진,글 / 조문호

 

 

 

 

 

 

 

 

 

 

 

 

 

 

 

 

 

 

 

 

좌로부터 제주 환경원예조경연구소 김희주 소장 내외와 조각가 김영철씨 그리고 화가 정봉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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