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헌 화가  

 

  (디지털조선/최선영 기자 = digitalhe@chosun.com)

 

가장 한국적인 그림 민화. 민화의 가치는 높지만 국내에 존재하는 민화들은 모조품이 많다. 전통을 계승하기만 한다면 모방에서 끝이 나고 만다. 예술은 창작이 앞서야 한다. 누구보다 이러한 창작의 가치 그리고 우리의 것을 강조하는 화가가 있다. 바로 김규헌 화가다. 오는 28일부터 전시회를 앞두고 한창 바쁜 그를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림에 눈을 뜨다

우연히 선배를 통해 절에 간 적이 있다. 그는 그때 ‘탱화’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불교 미술의 다양한 건축과 색깔 그리고 선에 빠져들게 된다. 현재 김 화가는 오방색을 주로 다룬다. 오방색이라 하면 적색, 흑색, 백색, 황색, 청색을 말한다. “오방색을 촌스럽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오방색은 우리 민족 고유의 색깔이며 정신이다. 특히 적색은 민간에서 액운을 방지하며 행운과 평안을 뜻한다.”

처음 그림과의 인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고흐의 그림을 접하면서 시작되었다. 단번에 그를 매료시켰고, 이후 ‘까미유 피사로’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그림을 독학으로 배웠다는 그. “친구 따라 화실을 가게 되면서 선생님께 어깨 너머로 그림을 배웠다. 당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기에 화실 청소를 하면서 그림을 배웠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열심히 그렸던 것 같다. 화실 안에 있는 연필과 종이냄새, 물감냄새 하나하나가 다 좋았다”. 이렇게 그림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이 있기까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그는 자주 잔병치레를 했다. 더욱이 그림을 그리면서 불규칙한 생활이 반복되고 스트레스를 술로 달래다 보니 건강이 점점 악화되었다. “당뇨가 심해지면서 합병증까지 가세해 그림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자그마치 십 년이다.” 하지만 그는 끝가지 붓을 놓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의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이 전달되길 바랐다.

김 화가는 병마와 싸우면서 민화에서 십장생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십장생의 의미가 무병장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 십장생은 기존의 십장생과 차별화된다. “기존의 십장생은 전형적인 틀에 박힌 형태인 데 비해, 내 작품은 현대 회화기법으로 그린다.” 즉, 서양화 재료인 유화 물감으로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아내는 독특한 우리식의 서양화인 셈이다.


열한 번째 개인전, 우리 전통의 멋

이번 개인전은 화가 김규헌만의 색깔과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다. 주제는 우리 전통의 해학적인 멋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는 데 있다. 현대사회는 점점 우리의 것은 등한시하고, 서양의 것이 최고인 마냥 무분별하게 서구화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우리 민화에는 해학이 살아있다. 고통이 아닌 즐거움, 분노와 절망보다는 사랑과 희망을 담아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 십장생


평소 그는 영감을 보이지 않는 공기 속, 텅 빈 공간 속에서 얻는다. “물론 형태를 보고도 영감을 얻지만, 정해져 있기보다 순간 순간 얻는다. 이번 전시회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 표현되었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철학이 없으면 아마추어다.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을 담아 창작을 해야 ‘프로’인 것이다.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김 화가.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그는 프로다.

그림 그린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는 그. 하지만 건강이 나빠져 작업을 못할까 내심 걱정한다. 그에게 그림은 전부이고 삶 그 자체다.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그는 그림과 함께 할 것이다.

전시회는 오는 28일부터 6월 10일까지 14일간 열리며, 장소는 서울 인사동 ‘미술세계 갤러리’ 5층이다. 우리 전통의 멋을 소재로 한 김규헌의 독특한 작품세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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