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추모사진집을 펴내며...
째깍 째깍~ 시간은 간다. 세월 따라...
사는 것 자체가 시였던 순수시인 천상병선생님께서는 생전에 시계를 자주 보셨다.
인사동 “귀천”에 들리시어 자리만 앉으시면 2-3분 단위로 팔을 휙 뽑아 반복해서
시계를 보셨는데, 주막 들릴 시간인지, 저승 갈 시간을 재고 계셨는지 모르겠다.
아니, 시간이 가면 모든 것이 다 사라진다는 무위(無僞)를 말씀하셨을 게다.
이 시대 마지막 자유인이고 순수시인 이셨던 천상병선생님께서는 인사동을 그렇게
사랑하셨다. 귀천하셨지만 선생님의 영혼만은 인사동 어느 주막을 떠돌고 있을 거라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러나 예술가들의 풍류와 낭만이 깃든 인사동도 가는 세월은 막을 수 가 없었다.
그를 따라 아내가 갔듯이 주변사람들도 하나하나 떠나고 있다. 또는 뿔뿔이 흩어지고
인심마저 흉흉하다. 천상병선생님께서 숱한 전설을 남겼듯이 인사동의 풍류와 낭만도
또 하나의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선생님을 처음 뵙고부터 떠나시기 까지 13년 동안의 보잘 것 없는 기록이지만
20주기를 맞아 그 기록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 한 권의 사진집으로 묶게 되었다.
그동안 기록해 온 인사동 사진들은 세월의 두께가 쌓여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 쯤,
빛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사진집이 나오기까지는 선생님을 따라간 한국일보 사진기자 김종구씨의 사진과
유품 앨범에서도 도움을 얻었지만 무엇보다 “눈빛출판사”를 운영하는 이규상씨의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에 비롯되었다.
순수한 천재시인 천상병 선생님을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는 사진첩으로 남기를 바라며,
추모사진집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를 선생님께 올린다.
2013. 4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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