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ding Out

연진展 / YEONJIN / 延珍 / painting 2013_0417 ▶ 2013_0423

 

연진_내버려 둘 순 없을까 Leave me alon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54.5cm_2013

 

초대일시 / 2013_0417_수요일_05:00pm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청구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GALLERY IS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인사동길 52-1)Tel. +82.2.736.6669www.galleryis.com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창이 반드시 설명적이여만 하는 것일까. 몇 가지 단어와 몇 가지 형태만으로도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는 것. 그것이 반드시 맞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틀리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는 의외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 그것이 추상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미술을 오래 하거나 관심을 꾸준히 가져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추상미술을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이게 뭔가", "나도 하겠다" 혹은 "너무 단순해서 이해하기 어렵다"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아티스트를 연출가, 미술 작품이 공연이라고 생각해 봤을 때 관객에게 상상력의 여지를 준다는 측면에서 추상미술은 관객과 호흡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미술 형태가 아닐까 한다. 보는 이가 누가 되었든 누군가로부터 내 그림을 보면서 무언가가 상상된다 혹은 어떠한 느낌이 난다는 등 다양한 감상평을 듣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는 것 같다.

 

연진_Stressful turtl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54.5cm_2013

 

 

연진_스트레스풀 Stressfu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72cm_2013

 

픽셀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모습을 보면 복잡하고 스트레스로 가득한 우리 사회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 많은 사회 풍토 속에서 조금이라도 나아 보이려는 레벨의식에 젖은 채, 높고 좁은 등용문 앞에 아글따글 모여든다. 이래저래 날이 선 정신력이 요구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지니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인생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사로운 것들에 집중하게 되어 여유를 가지고 숲을 보는 능력은 거의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 나는 길게 변형된 형태의 픽셀들을 나열하는 작업을 통해 이처럼 복잡하고 삭막한 하루하루 속에서 잃어가고 있는 여유와 소소한 낭만을 일깨우는 시도를 하고자 하였다. 픽셀을 나열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공통적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형태를 갖추고 있어 이것을 fading out으로 규정했다. 축약해서 F.O.으로 이름 붙이기도 했던 이 기법은 사회에서 내가 겪고 있는 심리적 갈등을 풀어주는 열쇠가 되기도 하였다. 복잡하게 얽혀 나열된 픽셀들이 서서히 공간을 내어가며 흩어져 가는 방식으로 스트레스적인 상황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좁게 무의식적으로 방향성 없이 나열된 픽셀들은 점점 진공상태에서 자신만의 방향으로 부유하게 되고 그것들을 통해 비로소 세속적인 요구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연진_파티 Par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5×72.5cm_2012

 

 

연진_F.O. 잔해 #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0cm_2013

F.O.기법은 카테고리가 다소 포괄적인 만큼 다중적인 연출법을 지닌다. 기본적으로 긴장을 완화한다는 시도는 공통분모적으로 존재하지만 진공상태의 연출과 더불어 붕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적인 장면의 연출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재난영화나 재앙적 상황에서 관찰될 수 있는 붕괴 장면은 주로 비장한 현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극단적인 상황과 맞물려 강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하지만 이런 내용적인 기능을 떠나 붕괴 자체를 놓고 보면 이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된 상황을 타파하는 듯한 쾌감을 주는 심리적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는 인간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잠재된 파괴본능을 건드리기도 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정리되고 획일화 되어 있는 현재 사회 풍토에서 인간이 가진 파괴 본능은 다소 숙명적으로 여겨진다. ■ 연진

 

 

                                                   연진_F.O. 잔해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54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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