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새해 를 맞이하여 제주의 문시종씨 솟대들이 서울 강남으로 날아왔다.
그가 소장한 500여점의 솟대 작품에서 50여점만 서울 나들이를 했는데도 전시장을 메운 새들의 조잘거림이 온 천지를 진동하는 듯 했다.
하잘것없는 나무뿌리에 기를 불어 넣어 한 마리의 새로 부활시킨 문시종씨의 솟대는 우리가 보아왔던 기존 솟대와는 달리 예술이 자연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쉽게 지나치기 쉬운 나무뿌리들의 자연스러운 형태들이 인위적인 조각보다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문시종씨의 자연을 보는 눈길과 장인기질의 손길이 따랐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절대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없는 독창성 또한
문시종 솟대의 가치였다.
전시장에서 처음 만난 문시종씨의 거친 손을 잡아보며 예사롭지 않은 삶을 직감했다.
손이 그 사람의 살아온 족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괜찮은 직장 내 팽개치고 수석에 빠졌다가 갑자기 머리 깎고 실상사로 들어갔다.
그러나 속세에 두고 온 '돌' 하나 때문에 환속하였고, 솟대에 미쳐 가족들에게 버림받기까지의 대충의 얘기만 들어도 그의 지고 지난했던
삶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추운 겨울날 제주에서 솟대를 싸 짊어지고 와 강남에 풀어놓은 사연도 남다르다.
작품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솟대의 가치를 알려, 그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란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작품을 팔 수 없는 것 또한 솟대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사라져서는 안 되는,
작품적인 가치에 더해 전통문화재적 가치도 크기 때문이다.
한 번쯤 전시장에 들려 "솟대-하늘나라 새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자연이 빚은 신비에 푹 빠져보심은 어떠할지?
그리고 지금 만들고 있는, 하늘을 이어주는 솟대와 땅을 이어주는 장승을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시킨 작업들도 기대해 볼 만하다.
2013.1.3
문시종씨 솟대-“하늘나라 새들의 이야기”전이 지난 2일 오후5시 강남 역삼동에 있는 “유나이티드 갤러리”에서 막을 올렸다.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개막식에는 작가 문시종씨를 비롯하여 화가
김연석, 이지향, 김정호, 이현주씨 등
연우회 회원들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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