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찬 모임으로 이른 시간에 인사동을 거닐 기회가 있었다.
날씨는 쌀쌀한데다 바람까지 불어 점잖찬게 중절모를 몇 번이나 날려야 했다.
그래도 가는 가을이 아쉬워 그 자취를 찾아보았다.
‘통인가게’ 앞에 늘어진 붉은 감도
‘쌈지’ 벽을 휘 감은 담쟁이의 붉은 단풍도
‘민가다헌’ 기와지붕 위의 은행잎 색깔도 짙었지만
무엇보다 길바닥에 깔린 낙엽과 밟힌 은행의 구린내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낙엽 치우는 청소부 아저씨의 빗자루가 분주했다.
노란 은행잎을 밟으며 감상에 젖은 아가씨가 말했다.
“아이 너무 아까워”
돌아서는 청소부 아저씨의 구시렁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놀고 있네....”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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