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으로 지방 장터 촬영에 나서면 인근 지역의 지인들에게는 알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여겨왔다.

왜냐하면 촬영스케쥴에 차질을 빚기도 하지만, 경비를 줄이려면 한 지역이라도 더 가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창원 지역에서만 번번이 원칙을 어기게 된다.

이번 촬영길도 얼굴보여 주고 가라는 협박성 댓글에 첫날 숙박지를 아예 마산으로 잡아 두었던 것이다.

 

오동동 '불노식당'에서 김의권, 정남규, 변형주씨와 저녁식사를 하였고, 강동수씨가 합류한 '숨'에서는

자정을 넘긴 2시까지 옛 정담을 나누며 술을 마셨다. 술 마시며 노는 것도 좋지만 새벽부터 운전하고

내려와 하루종일 장에서 지친 몸인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시 나선다면 이틑 날 컨디션은 보나마나다.

졸음운전에 쫄은 아내의 표현대로 '달리는 시한폭탄'이었지만 천지신명님께서 굽이 보살폈는지 무탈했다.

 

그러나 셋째 날도 마지막 촬영장소가 창원 상남장이라 창원에서 머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양산 서창장 촬영이 지연되어 상남장에 늦게 도착하였드니 김의권씨와 정남규씨가 먼저 나와 있었다.

상남장은 네온사인이 화려한 시내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장터라 그 특징들만 기록하고 자리를 옮겼다.

음악 메니아인 창원의 김성수씨가 운영하는 LP전용 뮤직바 '드럼'에서 오랫만에 음악에 취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뒤 늦게 마산의 이강용씨도 합류하였다.

 

아무튼 밥값, 술값 다 내 주고 여관비에다 촬영경비까지 보태 준 친구들의 인정이 고맙기는 하지만

마음의 짐을 안겼다. 죽기 전에 마음의 빚은 갚고 가야 할텐데...

 

2012.10.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