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대마초)는 환각성분(THC, 도취성분)이 있어 마약으로 악용되기도 하지만, 식용으로 가공된 대마씨앗은 우리 몸에 아주 좋은 영양 덩어리이다. 그래서 대마씨앗을 ‘슈퍼곡물’로 부르기도 한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건강식품으로 뜨고 있는 대마씨앗(햄프시드)을 식용으로 보급하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고 23일 밝혔다. 농진청은 2000년대 초 섬유용으로 개발한 대마 품종 ‘청삼’을 활용해 식품용·의료용 대마 품종을 개발하기로 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섬유생산용 품종인 ‘청삼’은 환각성분 함량이 0.34%로 낮아 식품·의약·산업용 대마 품종을 개발하는 데 활용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환각성분을 대폭 낮춘 대마 품종을 개발,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두 얼굴의 대마

대마(大麻)는 뽕나무과의 한해살이 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삼’이라 부른다. 보통 수의나 상복을 만드는 삼베를 얻기 위해 대마를 키워왔다. 하지만, 1960년대 대마의 환각 효과가 알려지면서 대마초 흡연이 사회적 문제가 됐고, 당국은 1970년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을 통해 대마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대마는 환각효과 때문에 현재 대마관리법, 마약류관리법 등 각종 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마씨앗은 ‘햄프시드’라는 이름의 건강식품으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햄프시드에는 법적 규제 대상인 대마초와 달리 환각성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씨앗의 껍질을 벗겨내 환각성분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햄프시드는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의 원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햄프시드를 어린이용 과자와 노인용 간식에 첨가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미국 <타임>은 햄프시드를 6대 슈퍼 곡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대마씨앗과 대마씨 기름에 대한 THC 허용 함량을 각각 1㎏당 5㎎ 이하, 10㎎ 이하로 고시하는 등 법적 기준을 마련했다. 이어 2016년에는 껍질을 제거한 대마 씨앗을 안전식품으로 규정했다.

 

■대마씨앗은 ‘영양 덩어리’

대마씨앗에는 우리 몸에 좋은 식물성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다. 또 몸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아미노산을 비롯, 20종의 아미노산이 함유하고 있다. 또 호르몬의 균형을 돕는 감마리놀렌산과 심혈관 기능 개선에 좋은 오메가3·6(지방산), 비타민A·B1·B2·B3·B6·D·E, 엽산, 칼슘, 철분 등의 무기영양소와 섬유질이 풍부하다.

한의학에서는 대마씨앗을 ‘마인’(麻仁) 또는 ‘마자인’(麻子仁)이라 부르며 한약재로 써왔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는 대마씨앗으로 쑨 죽은 식욕을 올리고 피로를 풀어주며 생리불순과 장기능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대마씨앗은 산화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제조 시기가 오래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해 밀폐 용기에 담아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개봉한 뒤에는 되도록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다.

대마씨앗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배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제품에 표기된 적정 일일 섭취량을 지켜야만 한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장재기 약용작물과장은 “대마의 순기능을 식품과 의약품 등 새로운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환각성분을 낮춘 우수한 대마 품종을 개발하는 데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스크랩] 경향신문 /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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