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스승의 날이라,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쳐 두었다. 세종대왕이야 말로 영원한 우리의 스승이 아니던가?
스승의 날은 일찍부터 마음이 바빴다. 스승 찾아 저승 갈 것도 아니면서, 왜 그리 서둘렀는지 모르겠다.
서울역으로 거리의 철학자 부터 만나러갔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새로운 스승이다.
그는 막걸리 한 잔에 어린애처럼 즐거워한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란다.
몇 잔의 낮술에 천하를 얻은 듯 하다. 축축하게 비에젖은 인사동조차 술 맛 땡기게 한다.
‘통인화랑’에는 반가운 분들이 모여 있었다. '통인' 김완규, 이계선 내외를 비롯하여 권재일, 이윤영, 오치우, 배일동, 이동환, 송재엽씨 등 많은 분들이 와 있었다.
인사 나누랴! 사진 찍으랴! 술 마시랴! 혼자 바빴다. 그런데, 관우선생이 나만 알리지 않고, 참석하는 분은 자기 먹을 안주를 챙겨오라 했던 모양이다. 인사동 거리 악사까지 불러 잔치에 풍악을 울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차별한다면 거지같은 나를 친구로 여기겠는가?
전시장에는 화가 최승호씨의 ‘일지’가 전시되고 있었다.
회화와 조각의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차가운 철판에 인간 내면 심리를 서정적으로 드러냈다.
전시는 6월7일까지 열린다.
‘통인가게’ 김완규 대표를 비롯하여 권재일 한글학회장, ‘훈민정음은 없다“는 영화 제작자 오치우씨 등 여러 명이 나와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배일동씨의 절창은 숨 쉴 틈조차 안 주는 무서운 폭풍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일찍부터 술이 취해 실수는 안 했는지 모르겠다. 명색이 기자란 자가 정신을 놓아 기억도 잘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