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3일간 열린 포항 아트페어 사진의 섬 송도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했다.

요즘 지방에서 열리는 사진행사에 찾아다닐 여건이 아니지만, 지역에서 일으키는 사진 바람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포항지역 장터를 돌아보아야 할 정영신씨를 꼬드겨 찾아 간 것이다



  

 


서울에서 참여한 사진가들이 작년보다 줄기는 했으나, 케냐와 일본에서 활동하는 김병태와 한병화씨 작품도 나왔고,

시골서 은둔하는 박진호씨 작품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와 정영신씨의 한국의 장터사진도 나왔다,

그리고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한 양재문씨의 춤사진 ’Korea Fantasy”와 조성기씨의 "함께 일하는 사람들사진도 만날 수 있었다.

    


 



5층에 마련된 유소피아 방에는 태극기가 걸려있었는데, 갑자기 서울역에서 자주 보던 태극기부대가 연상되었다.

우리의 소중한 태극기가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태극기가 정치의 도구로 이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작가가 준비해 둔 아버지의 사진앨범이었다.

아버지의 사진들을 모아 앨범을 만들어 두었는데, 솔직히 그보다 더 소중한 사진이 어디 있겠는가?



 


하필이면 태풍 콩레이가 지나가는 때를 맞아 야외 행사를 치루지는 못했지만,

호텔연회장에서 치룬 개막식이라 다른 행사에 끼어 치룬 작년보다 오히려 실속 있는 자리라 생각 되었다.

둘째 날은 태풍으로 손님이 없어 여기 저기 쏘다녔지만, 마지막 날은 새벽 일찍 일어나 홍해장을 다녀왔더니,

관객이 몰려들어 전시장이 붐비기 시작했다.




 

이번 아트페어는 사진경매가 없어지는 대신 일층에 작품 판매 특설 전시장을 만들어

참여작가 작품을 한 점씩 걸어 일반인들의 작품 구매가 쉽도록 만들었다.

또한 외국서적을 판매하는 부스도 마련되었고,

옛날 사진을 가져오면 스튜디오에서 가족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이벤트도 벌였다



 

 


둘째 날 저녁 730분에 열린 세미나는 양재문씨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며, 대상과 어울리며 순간적 느낌을 표현하는 작업 방법을 들려주었는데,

춤의 영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부른 양재문씨의 판소리는 자칫 딱딱한 강연이 되기 쉬운 분위기를 부드럽고 여유 있게 만들었다.

이어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차재훈교수가 여러 작가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가며, 사진이 대중과 소통하는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첫 날 개막식에서는 촌놈이 와인을 홀짝 홀짝 마시다 완전 맛이 가 버렸다.

부추김에 덩달아 봄날은 간다노래까지 불러 쪽팔리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정영신씨 방과 내방이 따로 있어, 어디로 갈까 헤메기도 했다. 이 잡놈 근성을 어찌할까?

그러나 호텔방보다 서울역에 있는 쪽방이 훨씬 편하더라.

방에서 담배를 피워도, 밤새도록 컴퓨터와 놀아도 아무도 탓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틀 날은 늦잠으로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조반까지 놓친 채, 전시된 작가들의 방을 돌아보았는데,

솔직히 다른 객실을 방문하는 심적 부담도 따르더라.

잘 아는 작가의 방은 쉽게 들어갈 수 있었지만 방에 사람이 있는, 잘 모르는 분의 방은 멈칫해 지는 것이다.

좁은 객실에서 마주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바꾸어 생각한다면, 구매자나 일반 관람객의 입장은 어떠할지 염려되었다.





작가가 없는 빈방은 찬찬히 살펴 볼 수 있었는데, 더러 문이 잠겨 놓친 작가도 있었다.

그런데 전시되어 있는 대개의 작품들이 너무 빼곡하게 늘어놓아 산만해 보였다.

보고 나와도 무엇을 보았는지 머리에 남지 않았다.

작품을 구입할 소장자를 위한 별도의 포토포트폴리오 박스를 준비해 두고, 핵심 작품들만 확실하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더라.

차재훈 교수의 강의처럼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장기적인 지역 사진축제로 자리 잡으려면 지역 사진가들의 열정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매년 최소한의 기본적인 사업비는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포항시나 문화지원 단체에 신청하여 일정 사업비는 확보되어야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전국적인 아트페어로 자리매김 하려면 좋은 작가를 많이 유치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하려면 최소한 한 점이라도 팔려 진행경비는 나온다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가능할 것이다.

즉, 지원 단체에서 일정 작품을 구입 소장하여 공익사업에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비록 포항만의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기록의 중요성이 표현주의 사진에 밀려 난다는 점이다.

사진에서 인기가 더 중요한 건 아니지만, 주객이 전도된 아쉬움이다.

다큐멘터리사진으로 시작된 동강사진축제도 그 명맥을 잃은 지 오래지 않던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씨가 마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밥벌이가 되지 않아 밀려나는 다큐멘터리사진가들이 한 둘이 아니다.

예전에는 열심히 노력한 사진가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소식조차 알 수 없다.

다들 남의 집 이야기처럼 뒤짐만 진채, 눈치만 보는 사진인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에 당당히 요구할 통로가 될 수 있는 사진단체 하나 결성하지 못하는 개인주의에 간이 뒤집어 진다.




 

유행이란 시대적 흐름에 따르지만, 언젠가는 달라지는 게 유행 아니겠는가?

그런데, 사진작가협회에서 오래 동안 고집해 온 공모전 스타일의 사진은 유행도 타지 않는 모양이다.

아직까지 그런 사진을 선호하는 층이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구매자들의 사진안목을 키우는 것도 시급한 일이지만,

공모전스타일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사진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교육도 시급하다.



 


마지막 날은 짐을 싸두고 하루 밤 더 묵었다

그 이틀 날 구룡포시장을 비롯해 몇몇 지역 장터를 돌아보기 위해서인데, 또 술에 녹초가 되어 버렸다.

모처럼 정영신씨 기분 맞춘다고 송도 회 센타까지 데려가 한 잔 빠는데, 안성용씨와 조성기씨 전화가 연락부절이다.

모처럼 영감탱이 연애 한 번 걸라는데, 훼방 놓고 그러샀네.”

술이 취해 꽁치 한 마리 싸들고 찾아 갔더니, 안성용, 조성기, 박진호, 이묘순씨를 비롯하여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몇 분들이 모여 포차에서 마시고 있었다, 쪽~쪽~ 원 샷을 해대는데, 다들 잘 마시더라.

도저히 따르지 못해, 비겁하게도 정영신씨를 남겨두고 혼자 도망쳤다.


늙으면 죽어야지, 별 수 있겠나?”




 

포항 사진아트페어 참여 작가 명단은 다음과 같다.

권기, 권순종, 김남효, 김병태, 김수정, 김인술, 김 훈, 김혜련, 나호권, 문성국,

박상화, 박양채, 박영길, 박우철, 박종효, 박진호, 서경애, 서상숙, 손진국, 신병문,

양재문, 오상칠, 유소피아, 이근무, 이다나, 이두순, 이묘순, 이인식, 이정철, 임향숙,

장문식, 정영신, 장정아, 정광수, 조근식, 조문호, 조성기, 지용철, 최흥태, 최희우,

하정은, 한병하, 홍상돈,


개막식 사진은 아래와 같이 별도로 올리니 참고하기 바란다.

http://blog.daum.net/mun6144/4930

 

사진: 정영신, 조문호 /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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