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졸라 부끄럽습니다.
일단, 잘난 분들도 많은데 못난 놈에게 상을 주신 심의위원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바쁘신 와중에 축하하러 오신, 강 민, 방동규, 이행자선생을 비롯하여,

통인 김완규, 화가 손연칠, 최효준관장을 비롯한 많은 분들 고맙습니다.

이 상은 상금도 없는 상이지만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씨가 사재 털어 9년을 끌어 온 상입니다.
열심히 작업하는 작가에게 상주고, 용기주고, 희망 안겨주는 좋은 상입니다.
그 상을 나한테 준다니, 완전 쫄았습니다. 그건 아니 거던요,

수상소감을 하라해서,시상식에서 솔직하게 말씀 드렸습니다.
"호강에 받쳐 요강에 똥 싸는 소리인지 모르겠으나, 저는 상 자체가 싫습니다."


이은영씨가 수상소식을 전해 줄 때, 왜 저를 추천했냐며 짜증을 냈습니다.

이 상이 영광스럽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는 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상이란 게 좋은 점이 많으나, 반드시 양면성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하면 자만에 빠져 우쭐댈 수도 있지만,
상에 얽힌 부정적인 면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신문에 가끔 글도 기고하는, 한 식구나 마찬가지라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소리듣기 안성마춤입니다.
다행히 상금이 따르지 않는 순수한 상이라 마음이 놓이지만,..

상금주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짤리니, 더구나 받을 수 없었겠지요.

저는 동자동 쪽방 촌에 들어가 일 한지가 2년째 입니다.
그 곳에서 일하며 제일 경계하는 것이 언론의 접근이나, 상 받는 일입니다.
상 받으면 “저 새끼 상 받으러 동자동들어 같구나” 같은 영웅주의로 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싫지만, 노출되면 작업에 장애가 될 뿐입니다.
쪽방 주민들과 그동안 이루어 놓은 인과관계에 거리감이 생깁니다.

내가 저들의 친구가 아니라, 사진가라는 것 때문에 동격이 아니게 됩니다. 


요즘 동자동 재개발사업 추진으로 쫓겨나게 될 일에,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을 작정을 했으나, '마누라 대행' 압력에 그냥 깨갱한 것입니다.

빼도 박도 못할 처지라 상만 받고 숨기려 했으나 시상식에 나타난 후배가 달랑 페북에 올려버렸네요..

그래서 부랴 부랴, 그동안의 과정을 이실직고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튼, 영광스러운 상을 내려 주셨으니, 이 상을 하나의 완장삼아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이 상은 작가들에게 화관 씌워 주는 상이 아니라,
일하는데, 큰 채찍이 되어주는 좋은 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영원한 싸움꾼으로 살겠습니다.

동자동에 사는 주민들의 이주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절대 죽지 못합니다.
절대 비겁하게 죽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시근방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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