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수요일이면 인사동 사람들이 만나 술 한 잔 마시는 날이 아니던가?


지난 17일은 힘들어도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 날 따라 카메라가 없어 사진조차 찍을 수 없었으니, 아무런 의욕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미술관’에서 열리는 6남매 초대전에는 들려야 했다.

미국 사는 최정자 시인께서 가보라는 전시라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종로3가역에서 내려 찾아 간 시간은 오후5시 무렵이었다.
도착 직전 정영신씨 한테 전화가 걸려왔는데,
오후4시에 오프닝 행사를 끝냈으니, ‘툇마루’로 오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맛보는 '툇마루' 된장비빔밥 생각에 허겁지겁 달려갔더니,
뒤풀이 장소가 아니라, 정영신과 공윤희씨만 있었다.
그 전시는 뒤풀이가 없어 일찍 끝 났다는 것이다.
전시작품은 물론 이씨 6남매의 얼굴도 보지 못했으나, 어쩌랴!

된장비빔밥 한 그릇 맛있게 먹고 나오니, ‘민주화기념사업회’ 이종률씨가 들어왔다.
반가웠으나, 사진을 못 찍으니 허전하기 짝이 없었다.

무장해제되어 버리니, 몸도 마음도 편치않았다.


‘유목민’으로 가다 길거리에서 임영주선생과 화가 최대식 내외도 만났으나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 우연히 '쓴 맛이 사는 맛' 참여작가를 만났는데, 전시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았다.
‘유목민’에서는 유진오, 김대웅, 전활철, 박혜영, 임태종, 최종선, 이인섭, 이희종씨 등

반가운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 날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도 두 달 전에 치룬 ‘쓴 맛이 사는 맛’ 전시 이야기였다.
난, 일찍부터 들은 게 많아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그게 현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사실상 이 전시는 채현국선생께서 평생 쌓아 온 덕에 똥칠하는 전시였다.
그 밑에서 꼬봉 노릇하는 이들의 알랑방구로 선생님의 눈을 어둡게 만든 것이다.

최근 채선생님 답지 않은 모습에 가끔 실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연세가 드시면 판단이 흐릴 수도 있다.

그럴 땐, 모시는 사람들이 바로잡아 드려야 하는데, 비위나 살살 마추며 부추긴다.


원인은 언론 병폐에 휘말린 것이지만, 요즘 채 선생님께서 힘든신 것 같다.






이번 전시 자체가 채선생님 얼굴 팔아 개인적 욕심을 채우려는 나쁜 발상의 기획이었다.
채현국선생께서 복막염수술로 ‘서울대학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잘 아는 작가들을 끌어 모아 인사동에서 전시 한 번 열자며 부추긴 것이다.
그래서 급조된 전시가 ‘쓴맛이 사는 맛’이란 전시인데, 오로지 개인적 장사 셈으로 진행된 것이다.


신학철, 황재형, 이우환, 방혜자, 이제하, 임창열, 구중서, 주재환, 김정헌, 민정기씨 등

화단의 내노라 하는 70여명의 작품을 끌어 모아 우스꽝스러운 전시를 마련한 것이다.
전시를 추진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 채선생님께서 전시를 밀어 부쳤는데,

가난한 작가들을 돕는다는 처음의 취지와는 딴 판이었다.





한 예로, 신학철선생의 작품은 팔았으나, 벌써 모 옥션 경매에 배값으로 작품이 나왔단다.
낌새 챈 화가들이, 전시자체의 불만을 뒤늦게 쏟아 놓으며, 작품을 돌려받기 위해 안달이다.
오죽하면 황재형씨는 자기의 작품은 아예 팔지 않을 것이라며 작품을 돌려달라고 했겠는가?


뒤늦게 채현국선생께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 결산 할 것을 요구했다지만, 이미 늦었다.

잘 아는 박인식, 김명성씨께도 마무리를 도와달라 부탁했으나, 모두들 손을 내저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공윤희씨가 이 문제를 떠 맡았는데, 누구의 작품이 얼마에 팔렸으며

그 돈의 사용처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목록을 요구했으나, 엉뚱한 소리만 한단다.


그동안 받은 돈으로 중형 승용차 랜트하여, 온갖 똥 폼 다잡으며 흥청망청 쓰고 다닌 소문도 자자하다.

더 웃기는 것은 사진을 우습게 여겨 그림 한 점 사면 보너스로 끼어 준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에게 당한 적이 한 번 있다.

내 사진 다섯 점을 가져갔으나, 10년이 되도록 3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

당시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의 초대전으로 산을 지우다란 전시를 했는데,

전시가 끝난 후 팔아 주겠다며 가져간 작품이 다섯 점이다.

그 때 통인에서 판매한 가격은 한 점에 평균200만원이었다.


그런데, 인사동 식당이나 술집 벽에 걸린 내 사진을 두 점이나 보았으나,

그 사진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가 사는 방식을 일찍부터 알기에,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40여년지기의 동생처럼 지내 온 사이다.

젊은 시절부터 인사동에 나와 천상병시인을 비롯하여 채현국, 이계익선생 등

어르신들을 보살피며 받는 작은 용돈으로 어렵게 살아왔다,

돈이 없어 물질적으로 도와주질 못할망정, 마음은 늘 형편이 좀 풀리기를 바랬기에,

주위에서 그를 탓하면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쩌겠냐?’며 인간적인 이해를 설득했다.

사실 장난을 쳐도 큰 장난도 못 친다. 소소한 돈거래로 욕을 먹기에 안스러운 측면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절대 그냥 둘 수 없다.

존경 받는 채현국선생께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더구나 평생을 가난하게 살며 소신 것 작업하는 인사동의 가난한 예술가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은

인간적인 친분으로 덮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을 그냥 두면 바로 사기꾼 된다.

    

우선 ‘쓴 맛이 사는 맛의 전시결산부터 빠른 시일내에 밝혀내라.

한 사람이라도 피해를 입혔거나 횡령을 덮으려 한다면, 그냥 두지 않을 것이.

빠른 해결과 원만한 수습을 바란다.

 


[사진은 '쓴 맛이 사는 맛' 전시가 열린 11월 15일에 찍은 것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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