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없다.
긴 세월 정 나눴던 그 친구들 다 어디 갔는지?

더러는 북망산천 떠났고, 더러는 방구석에 쳐 박혀 산다.
돈과 육신이 고달프니, 세상 가는대로 끌려 산다.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
인사동이 변했다고, 사람마저 변할 수 없지.

봄바람 불거든 인사동에서 꽃놀이 한번 하자.
촌에 쳐 박혀 사는 친구들도 올라오너라,

마지막으로 십팔번 한 자락씩 돌려 부르자.





해 바뀌어 얼굴 한 번 보자는 조준영시인의 전갈을 받았다.
인사동에서 만난 정든 벗들 만나 술 한 잔 하잖다.

그 전에는 내가 나섰으나, 바람나 동자동에 살림차려 나갔으니 이제 못한다.
물주 김명성도 낙동강 오리 알 되어 조준영이 나선 것이다.





지난17일 인사동 ‘유목민’에 갔더니, 고작 열 명 남짓 나왔더라.
그림 그리는 이청운은 중병이라 안 되고, 시 쓰는 김신용은 관절이 안 좋단다.
나오기로 한 서정춘시인 마저 부도 내어, 내가 제일 늙었더라.
술값을 거두었으나, 칠십 된 노인네는 경노우대라나...





조준영시인을 비롯하여 전활철, 장경호, 이명희, 김상현, 강찬모,
최병두, 이종태, 강용석, 김곤선, 신현수, 공윤희가 왔었다.
끝판에는 김명성, 이상훈도 왔으나 무엇이 바쁜지 술 한 잔 마시지 않더라.
아파서 허리에 복대차고 나온 연극배우 이명희가 이뿌더라.

김상현은 나를 위해 ‘봄날은 간다’를 흐드러지게 불렀으나, 신이 나지 않았다.
진짜, 봄날은 갔나보다. 이제 마지막 봄이라도 꼭 붙들어 잡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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