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밤,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40여년 전, 부산 남포동에서부터 인연이 깊은 유목민 화가 최울가였다.
어디냐고 묻기에 동자동 이랬더니,
“형! 택시타고 퍼떡 나오소.”라며 반겼다.

모처럼의 인사동 걸음이라 단숨에 달려갔다.
파주 헤이리에 작업실은 있지만, 세계를 떠 돌아다녀 잘 만날 수 없는 그다.
‘유목민’에는 정길채, 고미진, 김정대씨 등 여러 명이 있었다.
초대전으로 미국 떠나기 전에 한 번 나왔다는 것이다.

모처럼, 쌍 팔년도 이야기로 반가운 해후의 시간을 가졌다.
이야기 중에 가슴 뭉클한 사연도 들었다.
어렵게 작품 활동을 하던 70년대의 이야기였다.


작고하신 부산 오영재화백의 직계 제자인 그는 당시 물감 살 돈도 없었다.
다들 어려운 처지라, 자신이 그린 그림을 여러 차례 내 주며, 지우고 그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스승의 그림을 지우는 제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러니, 어찌 섣불리 그림을 그릴 수 있었겠는가?
그런 훌륭한 스승아래 그림을 배웠으니, 오늘의 최울가가 있지 않나 싶다.
갑질로 사제지간의 도리가 무너진 오늘,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할 미담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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