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에서 다음달 16일까지 전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우물 속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 물이 출렁인다. 마치 물을 길어 올리듯 우물 안으로 늘어뜨려진 쇠사슬은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쇠사슬의 움직임으로 수면은 출렁이고, 이러한 수면의 흔들림은 빛을 받아 고스란히 한쪽 벽면에 반사돼 빛의 파장을 만든다.
다음 달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김승영(53) 작가의 개인전에서 만날 수 있는 우물 모양 작품 '리플렉션'(Reflection)은 억압이나 속박의 상징인 '쇠사슬'이 한없이 유연한 '물'과 부딪히며 수면이 일렁이는 현상을 통해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우물 벽면에 새겨진 '애정', '자기합리화', '절망', '소통', '비난' 등의 단어는 작가의 이런 의도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1995년 첫 개인전부터 '물'이라는 소재를 꾸준히 사용하는 작가에게 '물'이란 생명이자 자기를 반영하는 거울, 보이지 않는 초월적인 에너지의 상징이다. 또한, 작품 제목처럼 '투영'과 '성찰'의 매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 또한 '리플렉션스'(Reflections)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조형물 '슬픔'은 국보 83호 반가사유상과 똑 닮은 모습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반가사유상과는 고개를 숙인 정도나 손의 위치가 다소 다르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눈물을 닦아내는 것처럼 오른쪽 볼 아래 위치한 손의 각도가 해탈과 초월의 도상인 부처를 슬픔과 고뇌가 가득한 존재로 탈바꿈시킨다.
갤러리 관계자는 "슬픔이 감정으로 괴로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삶의 무게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인간의 감정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저울에 뇌 형태의 쇠사슬을 얹은 작품 '뇌'에서도 확인된다. 저울의 바늘은 쇠사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 바퀴 돌아 다시 '0'을 가리킨다. 인간의 감정과 삶의 무게는 가늠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하층에 설치된 '쓸다'는 관람객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작품을 보기 위해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내려가는 관람객들은 곧 벽돌로 막힌 벽과 맞닥뜨린다. 이 벽돌 벽 틈새로는 거친 결의 나무 마루가 깔린 풍경이 보이고 스산한 사운드만 흘러나온다. 작가가 해인사에서 수집한 비질 소리다. 벽돌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비질 사운드는 마음 깊은 곳 감정의 잔해를 쓸어 모아 버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관람료 2천~3천원.
문의 ☎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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