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계 거장 데이비드 라샤펠展
"예술은 관람객의 것"…5년만에 내한

엘턴 존을 촬영한 작품 'Never Enough'.


패션·광고계에서 이름을 날리다가 40대 중반 순수예술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젊은 감각을 수십 년간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업적인 요구보다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갈망이 커지면서 예술계로 뒤늦게 편입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데이비드 라샤펠(53)도 상업적인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다 순수예술로 넘어온 대표적인 아티스트다. 힐러리 클린턴뿐만 아니라 패리스 힐턴, 레이디 가가, 마돈나, 패멀라 앤더슨,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잭슨 등 전 세계 유명인들은 거의 모두 렌즈에 담은 그다. 10년 전 광고계를 은퇴한 그가 개인전을 위해 5년 만에 내한했다. 서울 인사동 아라모던아트뮤지엄에서 '아름다움의 본질(inscape of beauty)'전을 열기 위해서다. 1980년대 인물 사진부터 최근작까지 총 180여 점이 건물 4개 층에 모두 걸린다.

1963년 미국 코네티컷에서 태어난 라샤펠은 1980년대 앤디 워홀과 키스 해링, 장미셸 바스키아 등 팝아트 거장들과 어울렸다. 성소수자인 그는 학교 폭력과 따돌림으로 15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열일곱의 나이에 뉴욕에 가서 앤디 워홀이 편집장으로 있었던 잡지 '인터뷰'의 사진가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앤디 워홀에 대해 "너무 재미 있는 분이었다. 어머니 같았다"고 회상한다. 라샤펠은 사진을 기록이라는 관점보다는 영화처럼 세트를 제작하고 연출하는 것으로 접근한다. 흑백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컬러'에 대한 본능적인 표현을 중시한다. 화려한 색상이 키치적이면서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그는 "예술은 관람객의 것"이라고 말한다.

"작품은 각기 보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각각의 작품을 다르게 판단하고 다르게 보고 다르게 해석합니다."

전시장에서는 그가 렌즈에 담았던 유명인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에서 열린 '보티첼리 리이매진드'에 출품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주목 받은 작품인 '비너스의 재탄생'도 전시된다.

 최근작인 '정원에서 한때(Once in the garden)'는 다소 도발적인 작품이다. 어맨다 레포어, 나오미 캠벨, 패멀라 앤더슨 등의 누드 작품도 왔다. 수위가 높은 작품들은 'M2'에만 걸렸으며 이 공간은 만 19세 이상만 관람 가능하다. 라샤펠의 작품은 인간의 탐욕과 과대망상적 소비에 대한 묘사, 다채로운 색감과 관능, 판타지로 가득 차 있다. 전시는 19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일반 1만3000원.


[매일경제 /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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