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익 작가, 3월 9~15일 ‘문득, 꽃이 피다’展

부처와 꽃, 존재 깨어나는 순간
유화물감 덧칠, 질감 깊이 표현
불교 공부하며 주변 고통 관심
“보는 이들의 마음 평온해지길”


▲ ‘붓다-꽃이 피다Ⅰ’(조재익 作)


캔버스 속 넙데데한 부처님 얼굴이 한없이 평온하다. 손을 뻗으면 어루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합장한 부처님 주위로 무수히 많은 꽃잎이 흩날린다. ‘꽃잎이 부처인가, 부처가 꽃잎인가.’ 문득 꽃잎과 부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연기의 진리 속에 모든 것은 에너지의 흐름일 뿐이다. 그리고 그 흐름의 찰나를 표현한 그림에는 긴긴 여운만이 감돌고 있었다.


불상과 절터 등을 소재로 10여 년째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조재익 서양화가의 제16회 개인전 문득, 꽃이 피다39~15일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부처와 꽃, 옛길, 오두막 등을 주제로 관람객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그림 15여 점이 선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붓다-꽃이 피다’. 주위에 흩날리는 하얀 꽃잎 사이에서 부처님은 합장한 채 고요히 미소만 짓고 있다. 활짝 핀 꽃이 아름다움을 뽐내며 생하고, 이내 화무십일홍을 절감케 하듯 나뭇가지와 작별하며 멸하는 꽃잎. 부처님은 마치 순리이자 진리인 반복되는 생멸의 연속에 일희일비 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작가는 이를 통해 불교적 가르침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면서도 부처와 꽃을 존재가 깨어나는 순간으로 표현했다. 또한 번민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범부중생이 사바세계에 오롯하게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 돼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조재익 화가는 불교를 공부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불상과 꽃을 조화시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자 했다고 전시회 작품을 소개했다.


▲ ‘붓다-꽃이 피다Ⅵ’(조재익 作)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조 씨는 소싯적 치기 어린 마음에 남들에게 멋진 화가가 되고 싶었다. 자신의 우상들처럼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엔 를 잃었다. 서른 중반에 찾아온 방황이었다. 그러다 불교 수행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고, 2007년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얀마 쉐우민수행센터로 떠났다. 그곳에서 위라담마라는 법명을 받아 스님으로 살았다. 그리곤 잃어버린 를 찾았다. ‘지금 이대로가 그 자리.’ 한국에 돌아온 그는 작품 활동을 다시 이어갔다. 이때부터 그의 작품에는 그간 줄곧 내비쳤던 욕심이 사라졌다. 대신 부처님과 평온함을 전해주는 소재들이 등장했다.


수행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겪었던 많은 문제들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추구하던 방향 자체가 없어졌죠. 어렸을 때부터 버리지 못했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조 씨는 스스로 수행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었듯이 이번 전시회가 관람객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 기회가 되길 서원했다. 또 더 많은 불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라는 희망도 잊지 않았다.


불상 앞에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만큼 불자들은 부처님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죠. 앞으로는 사찰이나 많은 불자들이 찾는 곳에서 전시회를 열고, 함께 소통했으면 합니다.”

그가 선보이는 작품은 유화물감을 여러 겹으로 덧칠해 마티에르(matiere, 질감)를 도드라지게 표현한 것들이다. 때문에 퍽 입체적이다. 마치 파랑새를 찾아 막연하게 좇기만 했던 우리네 행복이 입체적으로 그려지듯 말이다.



[현대불교 / 윤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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