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정식선생께서 마련한 신년오찬회가 인사동 ‘수연’에서 있었다.
이 날 모임에는 한정식선생을 비롯하여 사진가 전민조, 김보섭, 엄상빈, 이규상,

이재준, 최경자, 정영신, 안미숙씨 등 열 명이 함께했다.

새해에는 만사형통을 바라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함께 축배를 들었다.
이 날의 주요 화제는 불황에 따른 사진시장에 대한 우려였다.
국내에서 최고가를 형성한 사진가의 작품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렸다.

얼마 전, 갤러리를 운영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심각한 상황을 들은 적이 있다.
주요 고객인 강남아줌마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작품이 좋아서 사기보다, 돈을 남기려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작품을 모르면 무조건 비싼 작품을 사면 남는다는 게, 그들의 철칙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투자 했는데 남기는커녕, 더 싸게 살 수도 있는 현실에 마음이 바뀌었단다.

이젠 적은 돈으로 희소성에 가치 둔 작품에 눈독을 들인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열외겠지만, 어쩌면 시장질서 개편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 자리에서 작가마다 에디션 넘버가 들쭉날쭉해 시범 사례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엄상빈선생의 제안이 있었다.

한정식선생께서 그런 건 필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셨으나,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진의 태생적 한계라는 선생님 말씀도 일리는 있으나, 단 한 장뿐인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에디션 넘버가 적고, 흔치 않은 작품을 선호하는 소장자들의 취향을 무시해서 안 되기 때문이다.
작가마다 다르겠으나, 엄선생 말씀처럼 사진계에서 어느 정도의 원칙은 만들어 두는 게 바람직하다.

커피 집으로 자리를 옮겨 이재준씨가 제안했다.
“사진옥션을 만들어 사진을 공매하면 어떠냐고?“
모두들 좋은 생각이라고 환영했고, 추진을 권하기도 했다.

자리에서 헤어진 후, 인사동을 떠돌아 다녔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쳤지만, 날씨는 더 추웠다. 카메라 잡은 손이 얼 것 같았다.
‘허리우드’에서 김명성씨를 만나기도 했고, ‘설악산’전시장에서는 작가 임채욱씨와 김준기씨를 만났다.

그 곳에서 김보섭씨와 엄상빈씨도 다시 만났으나, 인사동이나 사진판이나 하나같이 걱정되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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