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라떼’와 ‘농지 가뭄 심화’ 논란을 빚었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면서, 바디페인팅 예술 ‘강의 눈물’ 재능기부 공연을 벌여왔던 배달래 작가가 본연의 작업인 회화로 돌아와 DMZ를 주제로 ‘미완의 정원전시회를 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라인강 생태보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독일 칼스루헤공대 베른하르트 교수가 2011년 한국을 방문해 4대강 답사를 마친 뒤, 배 작가가 재능기부로 펼친 ‘강의 눈물’을 보면서, 강의 훼손에 대한 안타까움을 억누른 채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도 했다.

 

배달래, ‘사람의 일들’ 162.2x112.1cm oil on canvas 2015 [‘갤러리 그림손’ 제공]


평범한 미술학도였던 배 작가가 예술을 통해 자연에게 가해지는 인간의 공격이 중단되기를 당부하는 메신저가 된 동기는 지극히평범하다. 여느 미술학도와 마찬가지로 우리 이웃 모두가 생명과 자연, 인간의 아름다움을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배달래,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360x200cm oil on canvas 2014 [‘갤러리 그림손’ 제공]


오는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02-733-1045)에서 열리는 ‘미완의 정원’ 역시 생명에 대한 희구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기에 비관적이지도 않고, 안타까움으로만 그려지지 않았다.

 

배달래, ‘모든 흔적은 상흔이니’ 360x200cm oil on canvas 2015 [‘갤러리 그림손’ 제공]


인상주의 화가 르느와르의 빛이 우리의 DMZ에 한 줄기 희망으로 투영되고, 거장 박수근이 정겨운 이웃과의 돈후(敦厚:돈독하고 두터운 정감)한 삶을 두툼한 질감으로 표현했던 마티에르 기법이 사용됐으며,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지은 ‘가지 않은 길’의 문학적 영감까지 덧붙여졌다.

정글로 뒤덮여 빛이 많지 않은 비무장지대 어느 지점, 사람의 발자국이 있다가 끊긴 지점의 서정을 묘사한 ‘사람의 일들’은 가지 않은 길을 한 번, 두 번 밟아 끝내 길을 내 보자고, 우리 이웃들에게 권하는 듯 하다.

배달래 작가가 DMZ 인근에서 줏어온 철조망 조각으로 만든 작품들. 달과 나무, 상봉 등의 뜻을 담고 있다.

 

정글은 제주 곶자왈 처럼 빽빽한 수목이 생존경쟁을 벌이기에 나무 몸체는 날씬하지만 단단하고, 표면은 쉽게 쉬어지지 않게 울퉁불퉁하다. 또 넝쿨과 나뭇잎, 근육질로 지상까지 뻗은 판근(板根) 등이 서로 얽히고 섥혀 있다. 이런 풍경이 마티레르의 질감을 통해 잘 묘사돼 있다. 강인한 한민족을 연상시킨다.

배 작가는 “지난해부터 철원, 양구, 파주 등지 DMZ를 몇 번이나 방문했는지 모른다”면서 “국방부, 군 부대가 협조해 주신 점 너무 감사드리고, 안보상 문제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은 한번 본 느낌에다 생태 연구단체, 주민 등의 조언을 통해 완성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서울 인사동 10길, ‘갤러리 그림손’ 입구


그는“DMZ에 드리워진 짙은 전운 속에서도 새싹을 틔우고 삶을 이어가는 작고 여린 것의 생명력은 너무도 사랑스럽고, 저에게 삶을 반추할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빛은 희망의 메시지이며, 우리 이웃들은 전쟁을 반대하고 있으며 생명이 고귀하다는 점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민과 함께 작품 앞에서 촬영하는 배달래 작가(왼쪽 두번째). [시민 박문주님 제공]

 

유럽 지역을 방문해 ‘강의 눈물’ 원정 공연을 벌이기도 했던 배 작가는 “생명과 자연은 인류 모두의 언어인 만큼, DMZ의 아픔이 한국민의 염원과 국제사회의 지원속에 점차 아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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